|
[칸(프랑스)=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제 인생 좌우명이 '일찍부터 김칫국 냄새도 맡지 말자'예요. 하하."
'령희'는 조선족 출신의 불법 체류자인 홍매(한지원)와 령희(이경화)의 이야기를 다룬 15분 분량의 단편영화다. 시골 공장에 갑자기 들이닥친 불법 체류 단속반을 피하려다 령희가 사고로 목숨을 잃고 이런 령희의 룸메이트인 홍매는 억울한 죽음을 당한 령희의 장례라도 제대로 치러 달라며 공장 사장(현봉식)에게 읍소해보지만 모두 관심 밖의 일. 최소한의 권리도 지킬 수 없는 약자들의 이야기를 15분의 짧은 시간에 압축, 묵직한 메시지와 여운을 전했다.
앞서 연제광 감독은 신입 사원이 못 먹는 홍어를 먹어가며 상사를 상대해야 했던 단편 '홍어'(16), 의처증 남편에게 시달린 아내가 남편의 살인을 청부하는 '종합보험'(16), 친척 집에 얹혀사는 재수생의 이야기를 다룬 '표류'(17), 그리고 '령희'까지 6편의 단편을 연출한 충무로의 루키다. 비열하고 잔인한 현실에 부딪힌 약자들의 좌절과 고통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담담히 그려내 왔다. '령희'는 이런 연제광 감독의 연출을 집약한 작품이다.
|
그는 "칸영화제 공식 발표가 있기 전 개인 메일로 칸영화제에서 연락을 받았다. 그때 밥을 먹다 메일을 확인했는데 갑자기 밥이 무슨 맛인지 모를 정도로 깜짝 놀랐다. 칸영화제 초청 소식에 너무 행복했다"며 "올해 칸영화제에 한예종 감독들의 작품이 수십편 출품을 도전했는데 내가 운이 좋아 대표로 오게 됐다. 어깨가 많이 무겁다. 2016년 선배인 박영주 감독과 함께 처음으로 칸영화제를 경험해봤다. 그때 '나도 언젠가 내 영화로 꼭 오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막연한 꿈처럼 느껴진 칸영화제인데 예상보다 더 빨리 칸영화제의 초청을 받게돼 기쁘다. 지금은 황금종려상 수상 기대보다는 초청 자체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작품에 대한 평가는 심사위원의 일 아닌가? 칸영화제에서 내 작품을 보는 모든 관객이 영화를 보며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다"고 고백했다.
|
그는 "나는 '령희'를 관찰자의 시각으로 담고 싶었다. 함부로 메시지를 과잉으로 전하기보다는 관객이 한 발짝 물러난 관찰자의 입장에서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길 바랐다. 엔딩에서 약자인 령희의 시신을 또 다른 약자인 외국인 노동자가 처리하는데 이런 한국 사호의 부조리한 모습을 관찰자의 시점으로 성찰하고 싶었다. 영화는 이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작들 그리고 앞으로 그릴 신작들 역시 이미지에 대한 고민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이미지를 잘 구축한다면 앞으로 관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감독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
|
무엇보다 단편 경쟁 부문으로는 문병곤 감독이 한국 감독 최초 황금종려상을 수상해 한국 영화사의 큰 족적을 남긴바, 연제광 감독 또한 유력한 수상 후보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연제광 감독은 일찌감치 '령희' 팀들에 "김칫국 냄새도 맡지 마라"고 신신당부했다는 후문. 이와 관련해 "원래 내 삶의 좌우명이 '어떤 일이든 김칫국 냄새도 맡지 말자' 였다. 미리 호들갑 떨지 않고 욕심내지 않고 싶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잔뜩 기대했다가 기대만큼 성과를 못 얻으면 속상하지 않나? 그저 칸영화제를 즐기다 가겠다"고 겸손을 보였다.
|
칸영화제가 끝난 뒤 한국으로 돌아갈 연제광 감독은 칸영화제 초청 전부터 준비 중이었던 첫 번째 장편영화 준비에 돌입할 계획. '서울의 밤'이라는 가제가 붙은 연제광 감독의 장편 데뷔작은 서울에서 현실에 발버둥치는 청년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사 집 출신 송대찬 PD와 손잡고 본격 한국 관객을 만날 준비에 나설 예정이다.
|
글·사진=칸(프랑스)soulhn1220@sportschosun.com, 영화 '령희' 스틸 및 해외 포스터
▶사주로 알아보는 내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