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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프랑스)=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봉준호 감독은 배우에게 자부심, 자긍심을 심어주는 존재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블랙 코미디가 잘 살려있으며 한국 사회 현실의 문제를 꿰뚫는 날카로운 메시지 또한 신랄하게 담겨있는 '기생충'. 영화가 시작된 초반부터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단 1초도 흔들리지 무섭게 몰아쳤다. 관객은 봉준호 감독이 던진 위트에 박장대소했고 또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서는 숨을 죽였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는 손에 땀을 졌고 마지막엔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모두가 '기생충'이 상영되는 내내 웃고 울으며 온전히 영화 속에 매료된 칸의 뜨거운 밤이었다.
실제로 '기생충'은 상영관 불이 켜지기 전부터 1분 여간 박수가 지속됐고 이후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불이 켜진 뒤에는 7분간의 기립 박수로 폭발적인 찬사를 한몸에 받았다.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에 봉준호 감독은 환한 미소와 함께 관객석을 향해 양팔을 들어 올려 손 인사를 하는 등 감사한 마음을 전했고 배우들 역시 박수가 이어진 약 8분여 시간 동안 벅차오르는 감동에 눈시울을 붉히며 연신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박수가 계속 이어지자 봉준호 감독은 "감사하다. 이제 밤이 늦었으니 집에 가자. 렛츠 고 홈(Let's go home)!"이라는 코멘트로 재치있게 자리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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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그는 '괴물'(06, 봉준호 감독) '밀양'(07, 이창동 감독)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08, 김지운 감독) '박쥐'(09, 박찬욱 감독) 이후 '기생충'으로 5번째 칸영화제 진출이자 4번째 레드카펫을 밟게 된 것. 그는 오랜만에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소감에 대해 "예나 지금이나 긴장되고 떨리는건 똑같은 것 같다. 생각해보니 올해는 (이선균 같은) 혹들이 있고 이런 혹을 챙겨야 하니까 더 남달랐던 것 같다"며 특유의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이선균은 "내게 칸영화제 레드카펫은 '가이드 송강호와 함께하는 칸 여행기' 정도가 될 것 같다"고 농을 던졌다.
송강호는 지난 '기생충' 공식 상영이 끝난 뒤 봉준호 감독과 리드미컬한 박수를 유도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내가 왜 그랬는지 끝나고 나서 분석을 해봤다. 아마 나름의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 모두가 자랑스러웠고 무엇보다 '기생충'이 세계 각국의 영화인 앞에서 부끄럽지 않았던 작품인 것 같다. 자신감이 아니었나 싶다"고 웃었다.
무엇보다 송강호는 "칸영화제에 4번 왔는데 공식 상영에서 이렇게 열광적인 반응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내가 알기로는 경쟁 부문에서는 특히 이런 경우가 많이 없다고 하더라.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중 유일했던 반응이라고 들었다. 오히려 올해엔 야유를 보내거나 중도에 퇴장하는 등의 우리와 정반대의 상황이 많이 발생했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 경쟁 부문은 이름에 맞게 '얼마나 잘 만들었나, 어떻게 만들었나 지켜보자'라는 태도로 상영을 오는데 '기생충'은 그런 태도도 잊게 만든 것 같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기생충'을 향한 폭발적인 반응은 칸영화제에서도 극히 드문 반응이라고 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기생충'의 호평으로 수상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진 것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나를 두고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괜히 본인이 언급되기 부끄러우니까 하는 소리같다"며 "개인적으로 나는 '기생충'이 작품상(황금종려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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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봉준호 감독과 만난지 20년 가까이 됐다. 짧지 않은 긴 세월동안 봉준호 감독과 나는 자랑스러운 작업을 해온 것 같다. 봉준호 감독과 함께 했을 때 인정도 많이 받았다. 또한 봉준호 감독의 작품을 보면 동어반복이 아니라 항상 다른 세계를 추구하고 연구하고 목표로 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을 지켜보면서 나 자신이 부끄러울 때가 많을 정도로 감독으로서 노력을 많이 한다. 실제로 봉준호 감독의 작업을 하면서 배우로서 부끄러웠던 적도 많다"고 겸손을 보였다.
이처럼 설명이 필요없는 충무로 최강 조합을 만든 송강호와 봉준호 감독. 송강호는 폐막까지 남아있는 봉준호 감독의 곁을 지키기 위해 칸에 남을 예정. 그는 "다른 배우들은 모두가 스케줄이 꽉 차있다. 나만 유일하게 스케줄이 없다. 한국에서 '기생충' 개봉을 앞두고 있고 여름에는 '나랏말싸미'(조철현 감독) 개봉이 있다. 그 외엔 아직 차기작을 정하지 않았다. 이번 칸영화제는 가족(아내와 딸)도 함께 왔다. 칸영화제가 끝나면 가족과 잠깐 시간을 보내고 한국 시사회(28일)를 참석할 계획이다. 혹시라도 봉준호 감독이 수상의 영광을 안는다면 그때 내가 옆에서 박수를 쳐주고 싶다. 상을 받을 때 아무도 없으면 외롭지 않겠나? 봉준호 감독이 외롭지 않게 끝까지 칸을 지킬 계획이다"고 우정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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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프랑스)=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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