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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가족 안에 숨어들며 벌어지는 기이하고 섬뜩한 사건을 그린 공포 스릴러 영화 '변신'(다나크리에이티브 제작)을 연출한 김홍선(43) 감독. 그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변신'에 대한 연출 의도와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밝혔다.
특히 '변신'은 공포·스릴러 장르에서 독보적인 두각을 드러낸 김홍선 감독의 네 번째 작품으로 영화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가장 가까운 가족과의 관계에서 올라오는 의심과 분노의 감정을 이용해 공포감을 조성하고 균열을 일으킨 '변신'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소름 돋는 공포감으로 늦여름 관객을 사로잡을 전망. 김홍선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로 빚어진 '변신'은 한국적인 공포 영화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신기원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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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선 감독은 "원래 영화 연출 일을 너무 좋아하고 즐긴다. 좋은 작품을 선택하면 그 작품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빨리 신작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사실 두 번째 작품인 '기술자들'은 흥행 면에서 성공했지만 개인적인 만족도는 높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공모자들' 때 드러낸 내 연출 색깔을 많이 줄인 작품이라 여러모로 아쉬운 점도 남고 후회한 지점도 생겼다. 그런 아쉬운 지점을 '반드시 잡는다' 때 보완하려고 했고 '변신'에서 확고히 하고자 노력했다"고 답했다.
이어 "주변에서 '돈 벌 영화를 안 만든다'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돈을 벌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로 관객을 설득해 돈을 벌고 싶다. 물론 전작인 '반드시 잡는다' 때 상업 영화로 흥행에 실패하면서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변신'에서 내 색을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변신'으로 내 색깔을 지키면서 관객에게도 사랑받는 작품이 되길 바라면서 만든 영화다"고 자신만의 연출 철학을 전했다.
"범죄,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편이었고 종종 공포, 호러도 즐겨보는 편이었다"라는 김홍선 감독은 전작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신'이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그는 "좋아하는 장르를 내가 직접 영화로 만드는 게 쉽지만은 않더라. '변신'을 만들면서 엄청 즐겁고 행복했지만 반대로 너무 힘들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힘든 순간이 '변신' 연출이다"며 "아무래도 '변신'을 만든 감독으로서 흥행에 대해 부담도 있고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와 장르를 관객이 재미있게 보고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열망도 있다. 무엇보다 이번 '변신'은 흥행을 생각함과 동시에 내 연출 색깔을 버릴 수 없어서 충돌하는 지점이 많았다. 그럼에도 제작자, 투자·배급사 등에서 많이 배려하고 열어줘 개인적으로 내적 충돌이 있었지만 끝까지 만들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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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선 감독은 '변신'을 둘러싼 신파 호불호 또한 뚝심 있는 자신감으로 돌파했다. 그는 "신파 설정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고 조언도 많이 들었는데 여러 생각과 논의 끝에 지금의 농도로 만들게 됐다. 일단 '변신'은 공포·오컬트라는 장르가 메인이지만 그 안에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래서 엔딩에서는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한데, 그런 부분에서 아무래도 신파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 같다. 사실 엔딩에서 세 가지 버전이 있었다. 가장 신파스러운 엔딩과 신파를 가감한 중간 엔딩, 신파 요소를 모두 뺀 파격 엔딩 등이 있었다. 감독으로서 가장 도전하고 싶었던 엔딩은 신파를 모두 뺀 엔딩이었는데 너무 호불호가 심할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대중의 반응과 연출자의 의견을 고려해 지금의 중간 지점의 엔딩을 선택하게 됐다. 신파가 꼭 나쁜 설정은 아닌 것 같다. 마지막은 확실한 마무리를 지어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배성우가 세련된 신파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홍선 감독은 앞서 오컬트 영화로 화제를 모은 영화 '검은 사제들'(15, 장재현 감독) '사자'(19, 김주환 감독)와의 비교에 대해서도 "'검은 사제들'은 내가 봐도 정말 잘 만든 오컬트 영화다. 우리 '변신'도 오컬트 장르가 강한데 기존 오컬트 영화와는 조금 다른 범주를 가진 영화인 것 같다. '검은 사제들' 같은 경우는 구마 설정에 더욱 힘을 실었고 우리는 구마 보다 가족, 드라마에 집중하려고 했다. 어떻게 보면 그런 이유로 하우스호러 장르로 볼 수 있다. 선과 악의 경계에 있어서 다른 오컬트 영화보다 더 현실적인 지점이 '변신'만의 강점인 것 같다. '검은 사제들' '사자' 등과 다른 오컬트 영화로 관객에게 오래 남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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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선 감독은 "'반드시 잡는다'에 이어 '변신'까지, 성동일 선배와 호흡은 말할 것도 없었다"며 "이제 성동일 선배는 내 마음의 안식처와 같다. 조금 더 보태 감독 김홍선에겐 신과 갓은 '갓동일'이다"며 "'반드시 잡는다' 때 성동일 선배가 고생을 많이 했다. 밖에서 농담 식으로 '김홍선 감독과 못하겠다'라고 하지만 속내는 그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다. 겉으로 칭찬을 잘 못 해 그렇지 항상 감독을 제일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최고의 배우다. '반드시 잡는다' 때 정말 성동일 선배에게 의지를 많이 했고 '변신' 역시 그런 이유로 처음부터 성동일 선배를 캐스팅 0순위로 올렸다. '변신'은 내 각색이 많이 들어간 작품인데 처음부터 나는 강구 캐릭터에 성동일 선배를 놓고 캐릭터를 각색할 정도였다. 운이 너무 좋게도 이번 작품도 함께할 수 있었다"고 웃었다.
김홍선 감독은 성동일에 대해 '감독을 불편하게 안 하는 배우'라고 정의했다. 그는 "감독에게 아마 최고의 미덕이 그런 지점이 아닐까 싶다. 주변에서 들으면 간혹 감독을 불편하게 만드는 배우들이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원하는 디렉션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는데 성동일은 그런 지점에서 감독을 전적으로 믿고 따라주는 고마운 배우다. 사실 현장에서 '한 번 더 갑시다'란 이야기를 하기 가장 어려운데 성동일 선배는 똑같은 장면을 7~8번 촬영해도 전혀 불편해하지 않는다. 감독이 원할 때까지 앵글을 만들어주는 진짜 대(大) 배우다"고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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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선 감독은 "배성우가 연기한 중수 캐릭터가 '변신'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캐스팅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였는데 제작사의 인연으로 배성우와 함께할 수 있었다. 중수 캐릭터는 인간적이고 따뜻한 성향을 지닌 캐릭터다. '변신' 초고 단계에서는 지금과 180도 다른 시니컬하고 타락한 캐릭터였는데 일단 감독인 내가 봐도 호감형 캐릭터가 아니라 많이 각색했다. 그 결과 지금의 호감형 중수 캐릭터를 만들었고 여기에 호감 배우인 배성우를 캐스팅해 싱크로율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어 "성동일 선배가 감독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배우라면 배성우는 내가 아는 배우 중 가장 열심히 하는 배우다. 현장에서 늘 캐릭터를 연구하고 최선을 다한다. 게다가 현장의 힘든 분위기를 위트있게 바꾸는 능력까지 갖춘 만능 배우다. 이번 '변신'은 성동일 선배와 배성우 덕분에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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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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