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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바이브→김나영&양다일, 음원 사재기 의혹 법적대응이 최선일까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9-12-03 10:24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음원 사재기 의혹은 누구의 잘못일까.

블락비 박경의 실명 저격을 기점으로 음원 사재기 의혹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의심을 받는 이들은 '법적대응'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그게 최선일까.

박경은 11월 24일 자신의 SNS에 "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는 글을 남겼다. 이에 저격 대상이 된 가수들은 일제히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2일에는 김나영과 양다일이 음원사재기 의혹에 휘말렸다. 김나영과 양다일은 1일 오후 6시 듀엣곡 '헤어진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을 발표했다. 이 곡은 멜론 기준 16위로 스타트를 끊더니 한 시간 단위로 꾸준한 순위 상승세를 보였다. 그리고 2일 0시 아이유 '블루밍(Blueming)'과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 OST '인투 더 언노운(Into the Unknown)'을 제치고 차트 1위로 올라섰다.


무명에 가까운 두 사람이 힘을 합쳤다고 해서 음원차트 절대강자인 아이유나 1000만 돌파를 목전에 둔 '겨울왕국2'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는 것 자체도 의구심이 들 만한 일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휴일 오후 발표한 신곡이 당일 새벽 차트에서 난데없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급격한 상승곡선을 보였다는데 있다. 새벽 차트는 대대로 인기 가수들의 대규모 팬덤이 스트리밍 총공에 나서는 시간대다. 이날도 역시 아이유 엑소 마마무 등 강력한 화력의 팬덤이 스트리밍 총공을 진행했다. 그런데 이들보다 객관적으로 인지도도 대중성도 떨어지는 김나영과 양다일이 차트 1위를 기록했다는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차트 성적만 놓고 봤을 때는 아이유와 엑소 팬덤을 제칠 정도의 거대 팬덤과 강력한 인지도를 갖고 있다는 얘기인데, 사실상 이들의 존재나 얼굴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잠실주경기장을 시작으로 전국투어를 해야하는 거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양다일 소속사 브랜뉴뮤직의 수장 라이머는 "브랜뉴뮤직은 절대 떳떳하지 못한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천천히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온 다일이와 그 시간 동안 함께 고생해 준 전 브랜뉴뮤직 스태프의 노고를 훼손하는 언행은 더이상 용납하지 않고 선처 없는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나영 소속사 네버랜드 엔터테인먼트도 "부끄럽거나 떳떳하지 못한 행위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진심은 통한다는 것을 믿는다. 가수 개인에 대한 모독, 심지어 안타깝게 떠나간 고인들을 언급하는 도를 넘는 악의적인 행위는 더 이상 묵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강경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선언했다.


그렇다면 의심을 하는 쪽이 잘못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음원 사재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정확한 팩트다. 그러니 본질적인 책임은 사재기를 한 누군가에게 있다. 그리고 그 다음 책임은 음원차트에 있다. 멜론 지니 벅스 등 국내 대규모 음원사이트는 한달에 일정 금액을 받고 스트리밍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가를 받는 이상 서비스의 품질과 적법성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만 음원사이트들은 일련의 의혹이 거듭되는 동안 발을 빼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음원차트인 멜론을 예로 들어보자. 1월부터 11월까지의 월간차트 50위권 안에서 사재기 의혹을 받았던 아티스트는 양다일('고백' '미안해') 임한별 ('이별하러 가는 길') 숀('웨이 백 홈', '습관') 장덕철('알았다면') 닐로('지나오다' '벗') 우디('이 노래가 클럽에서 나온다면', '대충입고 나와'), 황인욱('포장마차'), 송하예('니소식' '새사랑'), 임재현('조금 취했어'), 전상근('사랑이란 멜로는 없어'), 황인욱('포장마차'), 임재현('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 김나영('솔직하게 말해서 나'), 케이시('진심이 담긴 노래')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지도가 없는 가수들이었으며, 방탄소년단 박효신 위너 아이유 엑소 등 대형 가수들까지 꺾고 차트 상위권을 강타했다는 것이다. 또 EXID '위아래'처럼 오랜 시간 입소문을 타며 서서히 순위가 오른 게 아니라 어떠한 전조증상도 없이 순위가 급등하거나 아예 차트 상위권으로 스타트를 끊어 롱런까지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사실은 이중 멜론이 주최하는 '2019 멜론 뮤직 어워즈'에 참석한 가수가 없다는 것이다. 올 한해 자사 차트에 1년 내내 이름을 올리고, 국내 최정상 인기 가수까지 꺾을 정도로 두각을 드러낸 이들인데 자사 시상식에는 초청하지 않았다는 건 뭘 의미하는 걸까. 차트 성적이 인지도나 실제 인기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이제는 그 누구도 사재기 의혹과 관련한 법적대응을 외칠 때가 아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법적조치 카드를 꺼내봤자 양심조치나 하라는 비아냥만 받을 뿐이다. 가요계 전체가 발 벗고 나서 사재기 의혹을 파헤쳐야 한다. 그래야 의혹을 받는 가수들도 자신들의 말대로 떳떳하게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고, 대중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있다. 가요 기획사, 음원 차트, 관련 부처가 모두 힘을 합해 음원 사재기 의혹의 실상을 밝혀내고 나아가 음원 사재기를 단절해야 더 이상의 논란을 막을 수 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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