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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사과만 하면 끝일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논란의 MBC '아이돌 스타 선수권 대회(이하 아육대)'가 이번엔 전대미문의 걸그룹 머리채 잡기 사건을 일으켰다.
다른 사람의 머리채를 잡는다는 것 자체가 상식 밖의 무례다. 더욱이 다 큰 성인이 이제 갓 스무살을 넘긴 걸그룹 멤버의 머리채를 잡는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도 납득할 수 없는 결례다. 당연히 사건 발생 직후 '아육대' 측에서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해당 스태프에 대한 징계를 결정해야 했지만, '아육대'는 그러지 않았다.
그 사이 사칭 사과문까지 등장했다. 17일 '아육대' 시청자게시판에는 '이달의 소녀 멤버 머리채 잡은 거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이 게재됐다 삭제됐다. MBC 측은 "제작진을 사칭한 사실 관계가 다른 게시글로 확인돼 삭제 처리 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나서야 '아육대' 측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16일 '아육대' 녹화 현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한 스태프가 츄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무례를 범했다. 츄와 관계자, 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해당 스태프는 크게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으며 츄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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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육대'는 해마다 논란을 빚어왔다. 문제의 핵심은 '아육대'가 아이돌 멤버들의 인권을 조금도 존중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이제까지 '아육대'가 불러온 논란을 짚어보자. '아육대'는 팬들 간의 다툼과 루머 발생의 원산지인데다 출연진 대우 또한 엉망이었다. 연말 시상식과 해외 스케줄 등으로 한창 바쁜 아이돌을 불러모아놓고 10시간 넘는 촬영을 하면서 식사를 비롯한 기본적인 대기 환경을 제대로 갖춰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방송에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대형 기획사 소속, 혹은 인기 아이돌이 아닌 경우는 통편집 당하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에 중소형 기획사 아이돌들은 순위권에 들기 위해 목숨걸고 매달려야 하는 시스템이다. 때로는 이런 절박한 승부욕을 악마의 편집으로 왜곡하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부상 위험이 높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아육대'에서는 2010년 첫 방송 이후 참가 아이돌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노출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아무래도 경기 종목 자체가 구기 종목이나 육상 종목에 집중되다 보니 부상 리스크가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더욱 큰 문제는 부상을 해도 그 소식을 알릴 수 없다는 것. '아육대' 촬영 중의 부상으로 활동을 잠시 쉰 케이스도 많았지만, 이를 발설하면 안된다는 게 가요계의 불문율이었다. 이렇다 보니 힘없는 중소형 기획사는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츄 머리채 사건'은 '아육대'가 아이돌 멤버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우해 왔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아직 어린 여자 멤버의 머리채를 잡아놓고도 '스태프가 반성하고 있다'는 게 사과문일 정도이니 그 오만함의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제대로 된 사과를 하려면 해당 스태프를 징계하고, 더욱 진정성 어린 사과문을 발표해야 한다. 나아가 해마다 물의를 빚어왔던 이 프로그램의 존속 여부를 논의해야 하는 게 아닐까. '아육대'의 갑질에 아직 어린 아이돌만 피멍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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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차 현장을 방문했던 팬은 '스태프가 츄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며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한 스태프가 츄의 머리채를 잡고 끌고가다시피 하는 모습이 담겨 논란이 야기됐다.
다음은 '아육대' 측 공식사과문 전문.
'2020 설특집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 제작진입니다.
지난 12월 16일 '2020 설특집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 녹화 현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한 스태프가 이달의 소녀 멤버 츄 씨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무례를 범하였습니다.
이달의 소녀 멤버 츄 씨와 관계자, 팬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해당 스태프는 크게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으며 이달의 소녀 멤버 츄 씨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였습니다.
제작진의 부주의로 많은 분들께 불쾌감과 심려를 끼친 사실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사과 드리며, 이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습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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