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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현 감독은 10대 청소년들의 삶을 예리하게 꿰뚫어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날카롭게 조명했던 전작 '파수꾼'에서 나아가 신작 '사냥의 시간'에서는 희망이 없는 도시에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의 삶과 그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위험한 계획에 나선 네 친구 준석(이제훈), 장호(안재홍), 기훈(최우식), 상수(박정민)와 그들의 뒤를 쫓는 추격자 한(박해수) 간의 추격전에서 벌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와 압도적인 서스펜스, 여기에 스타일리시한 비주얼까지 더하며 윤성현의 진화를 알렸다.
더불어 '사냥의 시간'은 지난 2월 한국 영화 최초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돼 호평을 받은바, 전 세계가 주목하는 비주얼텔러 윤성현 감독의 화려한 귀환을 알리는 신작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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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은 5000만원의 제작비로 만든 저예산 독립영화로 많은 화제를 모은바, '파수꾼'으로 단번에 '충무로 루키'로 떠오른 윤성현 감독은 총제작비 110억원의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충무로 대표 감독으로 등극했다. 이와 관련해 윤성현 감독은 "'사냥의 시간'은 만드는 과정을 봤을 때 '파수꾼' 보다 10배는 더 힘들었다. 단편 때도 그랬지만 내가 만든 영화는 주로 드라마였고 사람에 관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의 영화였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이야기와 시나리오를 써왔는데 반대로 대사에 기대지 않는, 시청각적인 요소를 가득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만들게 됐다"며 "당연히 해왔던 작품이 아니라 예산을 떠나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런 부분이 '파수꾼' 보다 스트레스도 많았고 고생스러웠다"며 "물론 '파수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얻었다. 미술과 촬영 등 전과 접근했던 방식과 완전히 달랐다. 그 안에서 많은 걸 얻었고 즐거웠다. 돌이켜보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웃었다.
이어 "특히 '파수꾼' 때보다 훨씬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가 현실 배경이 아니라서 더 힘들었다. 톤 앤 매너 잡는걸 잡는 게 쉽지 않았고 미술적으로는 더 그랬다. 한국에서는 이런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노하우가 많지 않았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형태였다. 하나씩 만들어가야 했고 스태프들과 같이 찾아가야 했다. 최대한 로케이션을 살리려고 했다. 낙후된 도시를 찾으려고 했고 낙후됐지만 신도시를 찾으려고 했다. 특이한 공간을 찾으려고 했고 그걸 기반으로 미술적인 세팅을 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예산이 너무 부족했다. '파수꾼' 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예산 부족 문제를 '사냥의 시간'으로 느끼게 됐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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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에서 호흡을 맞춘 이제훈, 박정민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 소감, 또 새로 호흡을 맞춘 안재홍, 최우식, 박해수 등에 대해서도 "시나리오를 쓰고 나서 제일 먼저 이제훈에게 보여줬다. 이제훈과 박정민은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라서 차기작도 같이 해보고 싶었다"며 "안재홍은 작품을 통해 만나지 못했지만 궁금했다. 내가 캐스팅할 때만 해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방송되기 전이었다.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는데 이제훈이 '족구왕'(14, 우문기 감독)을 추천해 보게 됐다. 굉장히 놀랐고 장호와 맞았던 것 같다. 최우식은 2011년도 한 영화제에서 단편 영화를 봤는데 그때부터 인상적으로 봤다. 잠재적인 가능성이 있는 배우였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작품을 하게 됐다. 이제훈과 박정민 못지않게 일방적으로 지켜보게 된 배우가 최우식이었다. 박해수는 어떤 영화에서 단역으로 나온 걸 보고 궁금해졌다. 그 뒤로 그가 출연하는 대학로 연극을 찾아보게 됐다. 박해수의 연극을 찾아보면서 캐스팅하게 됐다"고 남다른 애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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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현 감독은 "'사냥의 시간'이 공개되기까지 정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공개됐다는 것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넷플릭스라는 거대한 플랫폼으로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하고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코로나19의 직격타를 맞은 것에 대해 "상황이 상황이었고 우리 영화만 어려웠던 게 아니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개봉이 밀려서 너무 안타까웠다. 원래 일정대로 갔으면 하기도 했다. 솔직하게 안타깝게 생각했던 것도 있다. 하지만 지나고 봤을 때 모든 사람이 다 어려운 상황이고 그 안에서 개봉이 밀리는 것은 당연한 상황이었다. 조급해하거나 불만을 갖기 보다 조용히 기다리면서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며 "조급하게 기다리지는 않았다. 그저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 상황 속에서 넷플릭스라는 기회가 생겼는데 그 기회를 통해 영화를 보여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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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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