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터뷰 종합] "섹시美? 알고보면 위험해"…'韓판 호아킨 피닉스' 구교환의 '반도' 입성기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0-07-22 12:54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반도'의 서 대위에 대해 섹시하고 치명적으로 생각하면 위험하죠. 하하."

좀비 액션 영화 '반도'(연상호 감독, 영화사레드피터 제작)에서 겉과 속이 다른 631부대 지휘관 서 대위를 연기한 배우 구교환(38). 그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반도'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2016년 한국 영화 최초 좀비 장르에 도전, 제69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돼 폭발적인 호평을 받으며 전 세계 'K-좀비' 열풍의 서막을 연 '부산행'(연상호 감독)의 시퀄 '반도'. '부산행' 개봉 이후 4년 만인 2020년, 여름 첫 번째 텐트폴 영화로 관객을 찾은 '반도'는 '부산행'보다 더욱 확장된 세계관과 진화된 캐릭터로 폭발적인 관심을 얻었다. 지난 15일 개봉한 '반도'는 코로나19 시국에도 뜨거운 관심을 입증하듯 올해 최고 오프닝 신기록(35만2926명)을 시작으로 4일 만에 100만, 7일 만에 200만 돌파에 성공하며 쾌속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에서 동시 개봉한 '반도'는 역대 한국 영화 오프닝 신기록을 깨는 것은 물론 연일 최고 스코어를 경신하는 등 'K-좀비'의 저력을 다시 한번 증명해냈다.

이렇듯 '반도'의 흥행은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도 한몫했지만 배우들의 호연 역시 관객의 큰 지지를 받으며 원동력이 되고 있다. 봉쇄된 반도에 4년 만에 돌아온 처절한 생존자 정석(강동원)과 폐허의 땅에서 들개가 된 생존자 민정(이정현)을 주축으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전직 군 간부 김노인(권해효), 생존을 위해 운전대를 잡은 아이 준(이레)과 남다른 생존력을 키운 아이 유진(이예원), 그리고 새 삶을 위해 폐허의 땅을 찾은 정석의 매형 철민(김도윤)까지 지옥 같은 곳에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을 통해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특히 극 중 안타고니스트 역할을 소화한 631부대 서 대위를 연기한 구교환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마치 '변종 좀비'와도 같은, 인간성을 상실한 631부대의 지휘관 서 대위는 희망을 잃고 무너져내린 인물의 나약함을 표현함과 동시에 자신의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데 있어 주저함이 없는 잔인한 욕망을 가진 인물을 완벽하게 표현해 관객의 공포심을 극대화한 것. '독립영화계 슈퍼스타' 구교환은 첫 상업 영화 작품인 '반도'를 통해 대중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으며 연기 인생 2막을 열게 됐다.


구교환은 '반도'를 통해 얻은 뜨거운 반응에 대해 "요즘 조금씩 체감하고 있다. 나에 대해 관객이 관심을 보여주고 있어 놀랍고 신기하다. '반도'를 보고 주변에서도 다들 응원의 메시지를 많이 보내줬다. 다들 잘 봤다며 응원해주고 있다"며 관객의 '섹시하다' '치명적이다'라는 평가에 "서 대위를 섹시하게 생각하면 위험하다. 영화에서 위험한 인물이지 않나?"라고 머쓱하게 웃었다.

'반도'로 첫 상업 영화를 도전한 구교환은 자신의 연기에 대한 만족도도 털어놨다. 그는 "그동안 연기를 하면서 만족을 위해 연기를 한 적은 없었다. '반도'라는 작품에 참여한 것 그 자체가 좋았다. 예전에도 말해왔던 부분이지만 '부산행'을 극장에서 보면서 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다음 작품에 내가 출연할 것이라는 걸 상상도 못 했는데 지금 '반도'에 출연하지 않았나? 그 자체가 정말 신기하다. 그동안 작품을 선택할 때 상업 영화와 독립 영화 자체를 분리해서 생각하지는 않았다. 관객을 만나는 태도는 늘 똑같다. 영화는 관객을 만나면서 완성된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상업 영화와 독립 영화를 분리할 자격은 없는 것 같다. 또 상업 영화라고 해서 출연을 거절한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문득문득 상업 영화 출연 제의는 받았는데 그때마다 다른 작업을 하고 있어서 쉽게 출연할 기회가 안 생겼다. 상업 영화라고 분리하는 것 자체가 배우로서 가질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흥행 성적에 대한 욕심도 없다는 구교환은 "지금 '반도'가 200만 돌파를 하면서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스코어에 대한 것도 체감이 안 온다. 내 영화에 온전히 집중하고 싶을 뿐이지 이 영화의 결과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박스오피스 순위를 연연하지 않고 찾아보지도 않는다"고 자신만의 철학을 전했다.



안타고니스트 서 대위에 대한 해석과 애정도 남달랐던 구교환은 "악역에 매력을 갖는다는 건 좀 이상한 것 같다. 내가 연기한 서 대위는 악역이긴 하지만 '이 사람의 4년은 어떤 시간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기더라. 실제로 촬영 전 연상호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서 대위라는 캐릭터를 굳이 정의하려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순간순간의 에피소드를 만들어 상상해 보려고 했다. 서 대위는 첫 등장부터 이미 마음이 많이 붕괴된 상황이지 않나? 그가 보낸 4년이 궁금해졌다. 마음의 붕괴되기 전 서 대위를 상상했다. 서 대위도 가족이 있었고 평범한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서 대위에 대해 더 많이 정의하거나 애정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지해서는 안 될 악역이다"고 설명했다.


독특하고 개성 있는 연기 때문일까. 연상호 감독은 구교환의 연기에 대해 '한국의 호아킨 피닉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구교환은 "연상호 감독이 그렇게 봐줬다면 정말 영광이다. 사실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 쑥스러웠다. 참 쑥스럽다. 내가 연상호 감독 특유의 유머를 좋아한다. 아무래도 내 긴장을 풀어주려고 제작발표회 때 좋은 이야기 많이 해준 것 같다. 연상호 감독이 그렇게 봐줬다면 배우로서 영광이다"고 답했다.


또한 최근 이옥섭 감독과 7년째 열애 중인 사실을 밝혀 화제를 모은 구교환은 이옥섭 감독과의 만남도 조심스레 언급했다. 구교환은 2013년 이옥섭 감독의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인 '4학년 보경이'에 출연하면서 인연을 맺고 이후 연인 사이로 발전해 7년째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오래전부터 '공식 커플'로 유명했던 두 사람은 사랑을 키워가는 동시에 영화 제작사 2X9HD를 설립했다. 또 영화 '오늘영화'(15) '연애다큐'(15) '플라이 투 더 스카이'(15) '걸스온탑'(17) '세마리'(18) '메기'(19) 등 배우와 감독으로 호흡을 맞추며 영화적 동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이옥섭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데뷔작인 '메기'에서는 구교환이 주연을 맡은 것뿐만 아니라 프로듀서까지 담당하며 힘을 보탰다. 현재 구교환은 이옥섭 감독과 유튜브 채널 '[2X9HD] 구교환X이옥섭'을 운영 중이다.

구교환은 "최근 이옥섭 감독과 초단편 영화 '사탄의 브이로그'를 촬영했다. 이옥섭 감독과 영화적 동료로서 창의적인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오늘(22일)은 서 대위로서 이 자리를 가졌고 서 대위의 날이기 때문에 '반도'와 서 대위에 대한 이야기만 나누고 싶다. 서 대위가 나의 개인사를 많이 질투할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옥섭 감독과 잘 만나고 있다. 사실 이런 내 연애가 갑자기 화제가 되는지 신기해하고 있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2020 칸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된 '반도'는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강동원, 이정현, 권해효, 김민재, 구교환, 김도윤, 이레, 이예원 등이 출연했고 '부산행' '염력'의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나무엑터스,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무료로 보는 오늘의 운세

▶"아직 대어는 없다" 7파전 신인왕 경합...팀성적도 고려대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