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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반도'의 흥행은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도 한몫했지만 배우들의 호연 역시 관객의 큰 지지를 받으며 원동력이 되고 있다. 봉쇄된 반도에 4년 만에 돌아온 처절한 생존자 정석(강동원)과 폐허의 땅에서 들개가 된 생존자 민정(이정현)을 주축으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전직 군 간부 김노인(권해효), 생존을 위해 운전대를 잡은 아이 준(이레)과 남다른 생존력을 키운 아이 유진(이예원), 그리고 새 삶을 위해 폐허의 땅을 찾은 정석의 매형 철민(김도윤)까지 지옥 같은 곳에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을 통해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특히 극 중 안타고니스트 역할을 소화한 631부대 서 대위를 연기한 구교환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마치 '변종 좀비'와도 같은, 인간성을 상실한 631부대의 지휘관 서 대위는 희망을 잃고 무너져내린 인물의 나약함을 표현함과 동시에 자신의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데 있어 주저함이 없는 잔인한 욕망을 가진 인물을 완벽하게 표현해 관객의 공포심을 극대화한 것. '독립영화계 슈퍼스타' 구교환은 첫 상업 영화 작품인 '반도'를 통해 대중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으며 연기 인생 2막을 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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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로 첫 상업 영화를 도전한 구교환은 자신의 연기에 대한 만족도도 털어놨다. 그는 "그동안 연기를 하면서 만족을 위해 연기를 한 적은 없었다. '반도'라는 작품에 참여한 것 그 자체가 좋았다. 예전에도 말해왔던 부분이지만 '부산행'을 극장에서 보면서 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다음 작품에 내가 출연할 것이라는 걸 상상도 못 했는데 지금 '반도'에 출연하지 않았나? 그 자체가 정말 신기하다. 그동안 작품을 선택할 때 상업 영화와 독립 영화 자체를 분리해서 생각하지는 않았다. 관객을 만나는 태도는 늘 똑같다. 영화는 관객을 만나면서 완성된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상업 영화와 독립 영화를 분리할 자격은 없는 것 같다. 또 상업 영화라고 해서 출연을 거절한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문득문득 상업 영화 출연 제의는 받았는데 그때마다 다른 작업을 하고 있어서 쉽게 출연할 기회가 안 생겼다. 상업 영화라고 분리하는 것 자체가 배우로서 가질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흥행 성적에 대한 욕심도 없다는 구교환은 "지금 '반도'가 200만 돌파를 하면서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스코어에 대한 것도 체감이 안 온다. 내 영화에 온전히 집중하고 싶을 뿐이지 이 영화의 결과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박스오피스 순위를 연연하지 않고 찾아보지도 않는다"고 자신만의 철학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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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고니스트 서 대위에 대한 해석과 애정도 남달랐던 구교환은 "악역에 매력을 갖는다는 건 좀 이상한 것 같다. 내가 연기한 서 대위는 악역이긴 하지만 '이 사람의 4년은 어떤 시간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기더라. 실제로 촬영 전 연상호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서 대위라는 캐릭터를 굳이 정의하려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순간순간의 에피소드를 만들어 상상해 보려고 했다. 서 대위는 첫 등장부터 이미 마음이 많이 붕괴된 상황이지 않나? 그가 보낸 4년이 궁금해졌다. 마음의 붕괴되기 전 서 대위를 상상했다. 서 대위도 가족이 있었고 평범한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서 대위에 대해 더 많이 정의하거나 애정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지해서는 안 될 악역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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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환은 "최근 이옥섭 감독과 초단편 영화 '사탄의 브이로그'를 촬영했다. 이옥섭 감독과 영화적 동료로서 창의적인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오늘(22일)은 서 대위로서 이 자리를 가졌고 서 대위의 날이기 때문에 '반도'와 서 대위에 대한 이야기만 나누고 싶다. 서 대위가 나의 개인사를 많이 질투할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옥섭 감독과 잘 만나고 있다. 사실 이런 내 연애가 갑자기 화제가 되는지 신기해하고 있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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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나무엑터스, 평창국제평화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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