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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어두운 연기 더 편해"…'빛과철' 박지후, '벌새' 괴물 신예의 선택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21-02-25 16:49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벌새'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배우 박지후(17)가 '빛과 철'로 다시 한번 '충무로의 괴물 신예'임을 입증했다.

남편들의 교통사고로 얽히게 된 두 여자와 그들을 둘러싼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담은 영화 '빛과 철'(배종대 감독, 원테이크필름·영화사 새삶 제작). 극중 은영 역을 맡은 박지후가 25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전 세계 40여개 영화제를 휩쓸며 상찬을 받은 2019년 개봉작 '벌새'(김보라 감독)에서 주인공 은희 역을 맡아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충무로 블루칩으로 떠오른 박지후. '벌새'에서 세상을 이해할 수 없는 14살 소녀의 불안함을 섬세하게 연기하며 10대 신인 연기자답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인 그가 '빛과 철'에서 비밀에 침묵하지 않고 균열을 일으키는 은영 역을 맡아 또 한번 뛰어난 내면 연기를 선보인다.

극중 박지후가 연기하는 은영은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인 남편을 대신해 아빠와 그런 아빠를 대신해 공장 식당에서 일을 하며 가족을 먹여살리고 있는 엄마 영남(염혜란)과 함께 사는 고등학생 소녀다. 가족의 불행이 자신의 탓일지도 모른다는 깊은 죄책감을 가지고 살던 그는 우연히 아빠의 교통사고 가해자의 아내 희주(김시은)을 만나게 되고 숨겨왔던 그날의 비밀을 꺼낸다.
'벌새'로 인한 큰 관심 이후 차기작 '빛과 철'을 선보이면서 "부담도 컸다"고 솔직히 입을 연 박지후는 "그런데 시사회 평도 좋고 개봉 후 관람 평도 좋아 다행이다. 제 연기에는 부족함이 보기도 하지만, 염혜란 선배님과 김시은 선배님이 워낙 연기를 잘 해주셔서 잘 묻혀 간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벌새'는 중2때 촬영을 마쳤고 '빛과 철'은 중3에 촬영을 시작해서 고1에 촬영을 마쳤다. 감독님께서 '벌새'를 인상적으로 보시고 '빛과 철'에 출연 제의를 주셨다. 여성 세명이 주인공이고 은영이 진실과 양심을 추구하는 인물이라서 더 이 작품에 끌렸다"고 덧붙였다.

박지후는 '빛과 철'을 처음 받아봤던 날을 떠올렸다. "사실 시나리오를 처음에 읽었을 때는 어렵게 느껴졌다. '누가 피해자이고 가해자이지?' 라고 따져가며 시나리오를 봤던 것 같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그런 건 그 뒤의 문제이고 그 전에 각자의 양심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라며 "'빛과 철'은 영남과 희주 그리고 은영까지 누구의 시각으로 보냐에 따라서 영화가 달라진다. 모든 캐릭터의 눈빛 하나하나가 모두 계산돼 있다. 그래서 여러 관점에서 보면 영화가 다 다르게 보일 것 같다. 그래서 꼭 N차 관람이 필수인 작품인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빛과 철' 스틸
극중 진실을 추구하는 캐릭터인 은영에 대한 설명도 더했다. "은영은 다른 캐릭터와 달리 진실을 밝히려는 강인하고 단단한 인물이라고 감독님이 말씀해주셔서 그런 은영의 마음을 잘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러면서도 관객분들이 보시기에는 그런 은영의 마음을 헷갈리도록 미스터리하게 연기하려고 했다"라며 "감독님께서 촬영 전에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를 추천해주셔서 보게 됐는데, 그 영화 속에서 딸 역시 어른들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면서 진실을 알리려 애쓴다. 그 모습을 참고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극중 연기 호흡을 맞춘 염혜란과 김시은과의 촬영 분위기에 대해 묻자 "사실 촬영장에서는 다들 연기와 캐릭터에 집중하시는라고 서로 사적인 대화를 나누거나 장난을 치거나 하는 건 없었다. 그렇지만 염혜란 선배님, 김시은 선배님 모두 촬영할 때는 정말 희주나 영남 처럼 연기해서 몰입을 해주셔서 덩달아 연기에 집중을 잘 할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이어 "영화 촬영을 모두 마치고 포스터 촬영을 할 때 선배님들을 다시 만났는데 다들 그렇게 유쾌하신지 몰랐다. 촬영 할 때는 사적인 얘기를 하는 게 정말 손에 꼽을 정도였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정도의 일상적인 말만 했다. 아무래도 무거운 영화이다보니까 다들 캐릭터와 스토리에 굉장히 집중해서 진지하게 임했다"며 "하지만 포스터 촬영을 할 때는 촬영을 다 마친 후라 정말 마음 편하게 이야기를 많이 했다. 염혜란 선배님의 '경이로운 소문'이 잘 되고 있을 때라 그런 이야기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전작이 '벌새'에서는 대부분 혼자 촬영하는 신이 많았던 박지후는 "'벌새'는 혼자 연기하는게 많아서 연기하는 게 좀 외로웠는데 '빛과 철'에서는 다른 배우분들과 함께 연기를 하는 것이 많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다른 배우분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며 웃었다.

'벌새'에 이어 '빛과 철'까지 연이어 다소 어두운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박지후는 어두운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것에 대한 고민은 없냐고 묻자 "밝고 유쾌하고 명랑한 캐릭터도 당연히 하고 싶다. 여러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하지만 '벌새' 은희와 '빛과 철' 은영 같은 캐릭터도 정말 매력적이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밝은 캐릭터를 제가 할 수 있을까 고민도 한다. 제가 사연이 있게 생긴 얼굴이라고 많이 말씀해주시더라. 그래서 좀 우울한 작품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다. 그리고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는게 저도 더 편하다"고 말했다.

어두운 연기를 더 편하게 느끼는 이유에 대해 묻자 "카메라 앞에서 막 밝게 웃는 게 좀 어색하다. 평소에는 잘 웃는데 카메라 앞에서 웃는 건 아직 어색하다. 그래서 그나마 익숙한 캐릭터가 이렇게 어둡고 사연있는 캐릭터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학교에서는 되게 웃기려는 아이다. 그래서 친구들은 제 영화를 보고 나면 저에게 '괜히 무게잡는 것 같다'고 하기도 하고 '너에게 이런 얼굴이 있냐'며 놀리기도 한다"며 웃었다.
'빛과 철' 스틸
선배 한지민을 배우 롤모델로 꼽는다는 박지후. 그는 "제 평생의 롤모델이다. 롤모델 0순위는 무조건 한지민 선배님이다"며 눈을 반짝였다. "한지민 선배님은 무거운 연기도 잘하시고 로맨틱 코미디 같은 가벼운 연기도 너무 잘하시지 않나. 연기 외적인 면에서 봉사도 많이 하시고 성품 또한 너무 너무 아름다시다. 한지민 선배님 처럼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아름다운 배우가 되고 싶다"라며 "스무살이 되면 한지민 배우님과 꼭 술자리를 함께 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벌새'부터 지금까지 나이보다 훨씬 깊이 있고 울림 있는 내면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박지후는 연기의 비결에 대한 질문에 "연기 레슨을 따로 받진 않는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평소에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많이 따라한다. 제가 좀 어둡고 깊이 있는 연기만 하다보니까 로코 같은 밝은 연기는 아직 어색하더라. 그래서 일단 작품을 많이 보고 따라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작품의 제작기 영상을 찾아 보는 편이다. '아 이럴 땐 선배님들이 이렇게 집중을 하는 거구나' '이렇게 준비하는 거구나'하고 배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업과 연기를 병행하고 있는 그는 "공부를 하며 연기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학생이니까 공부를 아예 손 놓을 순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최대한 집중하고 반 분위기도 흐트러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은 제가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많이 응원 주고 있다. 그렇게 응원해주는 분들 때문에 더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고3 수험생이니 만큼 대학 진학이 현재 가장 큰 고민이라는 박지후는 "다들 입시 준비도 하고 계획이 있는데 저만 아직 계획이 없는 것 같아서 고민이 크다. 사실 예전에는 영상 미디어 전공이나 심리학과 같은 연기와 다른 과를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연기를 하다보니까 연기에 대한 욕심이 더 생겨서 연영과를 진학하려고 하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한편, '빛과 철'은 단편 '고함'(2007), '계절'(2009), '모험'(2011)으로 주목받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배종대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염혜란, 김시은, 박지후, 이주원, 강진아, 조대희 등이 출연한다. 18일 개봉해 상영중이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 사진 제공=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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