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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이지훈(33)에게 '달이 뜨는 강'은 도전이자 고통이었다.
이 과정을 옆에서 겪었던 이지훈은 당시를 돌아보며 "보도가 나왔을 때 저는 촬영장에 없었고, 뉴스로 접하지도 못해서 모르고 있었는데 나중에 친구들이 메시지를 보내면서 '어떻게 되는 거냐'고 걱정하고 물어봐주더라"며 "나름대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촬영 현장에 가보니 현장이 너무 아무렇지도 않았고, 윤상호 갑독님 성격이 워낙에 화통하시고 보스 기질이 강하셔서 눈코 뜰 새 없이 죽어라 촬영을 막 해버리니 생각할 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들어보니 하루 만에 모든 것이 이뤄졌다더라. 하루 만에 들어온 친구(나인우)가 하루에 40신 씩을 찍고 피곤해하는데, 제가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고 너무 저보다 한참 동생이고 후배인데 뭔가 다른 생각을 한다기 보다는 '얘를 어떻게든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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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지훈은 '재촬영 출연료를 받지 않았다'고 대서특필됐던 보도들에 대해서도 민망해하며 "저는 사실 그런 기사가 나간 줄도 몰랐다가 친구들이 '왜 안받아!'라고 해서 '뭔 소리야'라고 했었다. 저는 어떤 기자님과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고, 회사의 어떤 분이 전화가 와서 그렇게 말을 했다더라. '이 상황에서 재촬영 출연료를 논할 때가 아니다'라고. 드라마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우린 그런 말을 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기사가 그렇게 나와서 사실은 좀 민망했다"고 말했다.
주변의 상황 역시 '달이 뜨는 강' 팀에 고난과 시련을 줬지만, 이지훈 스스로도 연기하며 예민한 감정을 갖게 되는 등 고통을 받기도 했다고. '달이 뜨는 강'은 이지훈이 고통을 받은 작품들 중 '학교'와 '푸른 바다의 전설'의 다음으로 힘들었던 작품이란다. 이지훈이 연기한 고건은 평강과 고원표, 그리고 고구려와 신라 등의 가운데에 있어야 했던 인물. 이지훈은 "모든게 다 고건이 가운데에 있었으니, 처음부터 작가님이 맡기실 때 '고건이 매력적이지만, 연기할 때마다 힘든 캐릭터일 거다. 그치만 지훈 씨가 잘할 거라고 믿는다'고 하셔서 사실 전 욕심을 부려서 했는데 찍다 보니 너무 힘들더라. 미칠 노릇이었고 후반부로 갈수록 '고건이 사랑한 것이 해모용(최유화)이냐 평강이냐' 고민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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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고건의 최후가 그려지며 해모용에게 "사랑했었다"고 고백한 대사 때문에 시청자들의 혼란은 더 커졌다. 이에 대해 이지훈은 "여동생까지 저한테 '오빠! 뭐야? 왜 평강을 좋아하더니 해모용을 좋아한대?'라고도 했었다. 사실 해모용에게 입을 맞췄던 것은 제가 평강을 바라보는 마음과 똑같이 해모용이 저를 바라봐서 '이 아이도 불쌍하다'는 마음으로 입을 맞춘 거다. 사랑하려고 했지만, 내 마음엔 평강이 있던 거다. '사랑했었다'는 대사가 저에게는 참 큰 걸림돌이었고 문제였다. 이걸로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열어서 생각해야겠다'고 스스로도 생각했다. 작가님은 제 얘기를 들으시고는 그 대사를 없애주셨었지만, 현장에서 유화 씨에게 '내가 마지막에 넌 내 거울어었고 꿋꿋하게 살아가란 말이 나을지, 사랑했었다는 말을 듣고 싶을지' 물어봤는데 '사랑했었다'가 듣고 싶었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나니 나도 평강에게 '사랑했었다'는 말은 아니지만, 따뜻한 말을 들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갈등과 고민 덕분에 점점 고건처럼 변해갔다는 그다. 현장에서도 자신이 점점 예민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이지훈은 "남들이 봤을 때는 '쟤 좀 예민하네'라고 느꼈을 수 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물러터져 있으면 이걸 표현을 못할 거 같아서 계속 예민하게 했다. 현장에서도 후반부에는 말수가 거의 없었다. 초반엔 감독님과 장난도 많이 치고 대화도 많이 했는데 감독님이 서운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며 "이 작품이 유독 더 그랬다. 원래는 장난도 잘 치고 웃다가도 몰입하는데 고건 같이 항상 모든 인물 관계에서 가운데에 있는 캐릭터를 이렇게까지 연기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몸 고생도 많이 했다. 이지훈은 촬영 후반부 액션신을 찍다가 코뼈 부상까지 당할 정도로 고생이 많았다. 이지훈은 "사실 액션을 하다 칼에 맞아서 '아!'하고 쓰러졌는데, 앞에선 액션을 계속 하고 있었고 스태프가 많으니 괜찮다고 했었는데, 그러고 집에 가니 코가 부어올랐었다. 다음날 소염제와 진통제를 먹었음에도 코가 빨갛고 숨이 안 쉬어지더라. 병원에 가보니 비중격만곡증으로 연골이 찢어지고 코뼈가 오른쪽으로 돌았다고 해 4월 30일에 수술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몸과 마음이 고생하니 체중도 급격히 빠질 정도. 이지훈은 "집에 들어오면 바로 뻗을 정도로 힘들었다. 거기서 에너지를 다 쓰고 휴차가 이틀이 있으면 이틀 내내 잠을 잤다. 온몸이 다 아팠고, 이번 촬영장에서는 낙마 사고도 제가 목격하고 칼 때문에 귀가 찢어지는 모습도 제가 봐버려서 그런지 소현이 뒤로 액션팀이 말을 타고 지나가는데도 너무 화가 나더라. 뒤로 갈수록 제가 많이 예민했다"며 "촬영을 하는 동안 체중도 많이 빠졌다. 시작할 때가 75.4kg이었다면, 지금은 69.6kg이 나가는 상황이다. 예민해지면 밥도 하루에 한 끼만 먹고 그러다 보니 살이 많이 빠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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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지훈은 올해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어떻게든 집을 사야 한다"고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올해는 작품을 영화하고 드라마도 하나 더 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야망을 드러내기도.
또 그는 마지막으로 함께했던 모두의 노력이 연말 시상식 등을 통해 보상을 받길 바란다고도 했다. 이지훈은 "소현이와 인우가 백상예술대상에 이름이 올라간 것을 보았는데 꼭 상을 받으면 좋겠고, 저 역시도 열심히 찍은 작품이기 때문에 연말 시상식에서 좋은 결과가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지훈은 '달이 뜨는 강'을 마치고 차기작을 검토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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