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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고상호(36)가 '빈센조'로 시청자들의 '욕맛'을 제대로 봤다.
고상호는 2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박재범 극본, 김희원 연출)을 통해 안방에 각인된 배우. '빈센조'는 조직의 배신으로 한국으로 오게 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가 베테랑 독종 변호사와 함께 악당의 방식으로 악당을 쓸어버리는 이야기를 담는 드라마로, 송중기가 빈센조를 연기하며 연일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극중 고상호는 '벽벽이'로 불리던 FM 검사 정인국을 연기했지만, 사실은 정의를 위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빈센조를 배신하는 모습까지 그려지며 시청자들의 욕받이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자신이 빈센조(송중기)를 크게 배신한다는 사실을 듣지 못하고 촬영에 임했다는 고상호는 "처음엔 감독님이 저에게 '상호 씨는 FM 검사로만 일단은 유지를 잘 해달라'고 해서 '일단은'에서 유추를 했다. 아직은 뭔가 기회가 있을 거라고 정황상 파악했고, 분위기만 보고 저 혼자 판단만 하고 있다가 14회 이후 대본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얘가 왜 이런 말을 하지?'하다가 '아!'가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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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 완벽한 배신 덕분일까. 시청자들의 욕받이가 되기도 했던 그다. 고상호는 "시청자 분들은 많이 화가나셨을 거다. 그런데 싫어하시면 싫어할수록, 개인적으로는 '그래 나 하나 희생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이 글을 워낙에 잘 써주셨고, 감독님이 잘 찍어주셔서 이렇게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다"며 "딱히 제가 반응을 찾아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주변 지인들이 저에게 '너는 누구 편이냐'고 묻더라. 대답을 못해서 '일단 보면 안다!'고 했었는데, 제가 빈센조(송중기)를 배신한 뒤에는 지인들이 저에게 엄청난 욕을 퍼붓는 걸 보면서 뜨거운 반응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결말까지 완벽한 권선징악이었다. 고상호는 정인국이 처참한 죽음으로 최후를 맞은 결말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아쉽다. 정인국이 이왕 야망을 드러낸 만큼 많이 누리고 죽으면 좋겠는데, 사람의 마음은 죽였지만 사람을 죽인 것은 아니지 않나. 다른 사람들이 다 잘못했는데 왜 죽어야 하는지에 대한 아쉬움은 없잖아 있다. 그런데 극 전체로 바라봤을 때는 만족하는 결말"이라고 말했다.
늘 금가프라자 속 일원이 되고 싶었다는 고상호는 '빈센조' 속 멤버들의 돈독한 모습을 부러워했다고. 그는 "그들이 9월부터 쌓아온 시간들이 너무 부럽더라. 저도 그래서 금가 사람들 사이의 어떤 역할, 가게의 주인이나 서미리(김윤혜) 피아노 학원의 수강생으로, 알고보니 전문직이던 그런 색다른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 또 금가프라자에서 국수가게라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며 농담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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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송중기와 연기로 맞붙어야 했기에 걱정도 많이 됐다는 그다. 이미 '아스달연대기'를 통해 짧게나마 해외 촬영을 함께했던 사이이기에 송중기도 고상호를 반가워했다고. 고상호는 "송중기 배우는 해외에서 함께 촬영을 하기는 했었지만, 짧게 만났고 머리도 다르고 분장도 심했어서 못 알아볼 줄 알았는데 '빈센조' 촬영장에서 만나 처음 인삿말이 '오랜만이에요'라서 감사했고 영광이었고, 그냥 동갑인데도 '형'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연기하는 것에 있어서 너무 편하게 해줬고, 중기 씨 자체가 상황을 조율하는 능력이 좋아서 다양한 의견을 나누면서 주어진 대본보다도 더 풍성하게 만들기도 했다. 제가 15회에서 협박을 당하는 장면들도 중간 중간 현장 상황에 따라 바꾸게 되고 다양한 의견을 주도하는 것을 보면서 신인 배우로서 '저런 건 많이 배워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동안 뮤지컬 '개와 고양이의 시간'과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사의 찬미', '그날들'을 비롯해 수많은 무대 경험을 쌓아왔던 고상호는 데뷔 10년 만에 '아스달연대기'로 드라마 출연을 시작, 지금까지 '낭만닥터 김사부2'와 '빈센조'로 세 작품을 마쳤다. 고상호는 "아직도 신인 배우로서 드라마는 배워나가는 과정이다. 시작지점에서 출발해 아직 10m밖에 오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아직은 제 것을 소화하기도 급급하고 내 역할을 채워나가는 중이다. 중기 씨를 보면서 '대본을 이렇게 연기하는구나'를 배워나가는 단계"라고 밝혔다.
'낭만닥터 김사부2' 속에서도 뒤통수 유발남으로 등장해 욕을 제대로 먹어왔던 고상호는 욕을 먹는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내려놨다고. 그는 "이제는 욕을 덜 먹고 싶다는 욕심은 내려놨다. 그래서 이왕 내려놓은 김에 제대로 욕을 먹는 악역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단 생각이 든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앞으로는 조금 더 편안한 역할도 해보고 싶다고. 고상호는 "이미지적인 부분 때문에 전문직 쪽으로 많이 주시는데, 당장은 신인이라 어떤 것이든 열심히 하고 싶다. 앞으로는 전혀 정반대의 연기도 해보고 싶다. 나사를 다 풀 수 있고, 애드리브도 할 수 있는 캐릭터들에도 많이 욕심이 난다"며 "친근한 옆집의 오빠 같은 배우로 남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고상호는 '빈센조'를 마친 뒤 차기작을 검토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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