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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에서 이성민이 연기하는 태윤은 매일 정확히 새벽 5시 30분 출근 도장을 찍는 원칙주의 기관사. 한 치의 오차 없이 정해진 시간표를 칼같이 지키며 규정에 어긋나는 일에는 예외가 없이 성실한 사람이지만 융통성 없는 성격 탓에 아들 준경과도 살갑게 지내지 못한다. 마을을 떠나지 않고 기차역 타령만 해대는 고집스러운 아들 앞에서 속내와 달리 언제나 무뚝뚝함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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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를 통해 '기적'의 완성본을 보고 만족스러웠다는 이성민은 "사실 '기적'은 시간상으로 예산상으로도 힘든 현장이었다. 그런데도 이런 영화를 만들어낸 건 정말 감독님의 능력 덕분인 것 같다. 시사회를 보고 나서 감독님께 이런 영화를 만들어낸게 바로 '기적'이라고 말씀드리기도 했다. 힘들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이런 영화를 만들어낸 것, 그런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은 건 감독님과 스태프들의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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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극중 자식들에게 무뚝뚝한 아버지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고 했다. 이성민은 "아무래도 제 나이대의 분들은 자신의 아버지를 일반적으로 무뚝뚝하고 표현을 잘 안하시는 아버지로 기억하실 것 같다. 저의 아버지도 그런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다른 아버지들과는 달리 조금은 표현은 하셨다고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태윤과 달리 실제 이성민은 아이에게는 친구같은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한다면서 "저는 저의 아버지 보다도 더 많이 표현하려는 아버지,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그건 제 생각일 뿐이고, 제 딸의 생각은 잘 모르겠다. 가끔 딸에게 물어볼 때도 있다. '나 같은 아빠가 어디있냐'라고 묻는데, 우리 딸도 인정을 해주는 부분이다"며 웃었다. "우리 딸도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해보면 우리 아빠가 다른 아빠들과는 다르다고 하더라. 제 의도대로 딸을 잘 대하고 있는 것 같다. 아마 저 처럼 무뚝뚝한 아버지를 겪은 세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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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성민은 "그래서 저는 만약 제 아이가 제가 가는 이 길을 간다고 한다면, 안 했으면 하는 마음이 클 것 같다. 아내는 무용을 했었는데 너무 힘들었어가지고 아이에게는 무용을 안시킬 거라고 하더라. 같은 마음인 것 같다. 꿈을 빨리 정해져서 그 꿈을 따라가는 것도 멋있는 것이겠지만, 저는 아이에게 그보다는 하고 싶은게 생길 때까지 하고 싶은 걸 전부 다 해보라고 한다. 그런데 아직 찾지는 못한 것 같더라"며 웃었다.
봉화가 고향임에도 봉화 사투리 연기가 아주 쉽지 만은 않았다는 이성민. 그는 "저도 제 고향말을 많이 잊어버렸다. 고향을 떠난지가 30년이 넘었으니까. 그래서 제 고향말을 찾아가는 과정을 가져야 했다. 아무래도 봉화 사투리가 생소한 사투리니까. 그런데 아마 다른 배우들이 대사 연습을 하는게 굉장히 힘들었을 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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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성민은 극중 부자(父子) 호흡을 맞춘 박정민에 대해 극찬했다. "감독님께서 박정민의 연기를 '흰쌀밥'이라고 하셨는데 진짜 그런 것 같다. 맑고 순수하고 꾸미지 않으면서 에너지를 유지해나가는 배우였다"라며 "박정민은 늘 같이 연기할 때 기대가 되면서도 집중하게 만드는 배우인 것 같다. 앞으로도 그렇게 연기할거라 믿는다. 최고의 배우가 될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함께 작품을 했던 모든 후배들이 입 모아 '꼰대력 없는 배우'라고 말하는 이성민. 그는 후배들과 잘 지낼 수 있는 비결에 대해 묻자 "딱히 노력하는 건 없다. 다만 선후배 관계와 나이가 많고 적음은 신경 쓰지 않고 배우 대 배우라고 생각해서 그러는 것 같다. 나이가 많고 선배라고 뭘 주장하려고 하는 편은 아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대부분 다 그렇지 않나. 아니면 내가 만만한건가"라고 덧붙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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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영화 '기적'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2018)를 연출한 이장훈 감독의 3년만의 신작으로 박정민, 이성민, 임윤아, 이수경 등이 출연한다. 9월 15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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