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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과 웃음, 애환과 감동이 담긴 수상 순간은 매년 청룡의 무대를 뒤집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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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의 역대급 소감으로 빠지지 않는, 수상 소감의 바이블은 다름 아닌 황정민이다. 황정민은 2005년 열린 제26회 청룡영화상에서 '너는 내 운명'으로 데뷔 이래 첫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 자리에서 "60여명 정도 되는 스태프와 배우들이 멋진 밥상을 차려놓으면 나는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된다"라는 인상적인 '밥상 소감'을 말해 모두의 공감을 샀다. 인생 첫 주연상의 영예를 안은 그는 자신의 노력을 치하하는 것보다 스태프, 동료 배우에게 공을 돌리는 겸손으로 귀감이 됐다. 이후 동료 배우, 영화인들의 그의 '밥상 소감'을 패러디하면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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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감동을 모두 사로잡은 수상의 순간을 만든 배우로 진선규도 빠지지 않는다. 2017년 극장가를 뒤흔든 '신 스틸러' 진선규는 '범죄도시'에서 극악무도한 조선족을 연기해 제38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 그해 최고의 '핫 스타'로 거듭났다. 수상 호명 당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그는 무대에 오르자마자 눈물을 쏟아내 이목을 끌었다. 손등으로 연신 눈물을 닦으며 "나는 조선족, 중국에서 온 사람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다"라며 그동안의 오해를 해명한 진선규. 수상의 주인공은 오열을 멈추지 못했지만 보는 동료와 관객, 시청자는 웃음을 참지 못한 레전드 수상 소감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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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충'은 역대급 소감을 낳고, 이안나 안나푸르나필름 대표
한국 영화 최초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과 미국 아카데미 4관왕의 역사를 쓴 '기생충'은 제40회 청룡영화상의 가장 유력한 수상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모두가 '기생충'의 수상 장악을 예상했던 상황, 이 과정에서 김지용·조규영 감독을 대신해 촬영조명상을 대리 수상하게 된 '스윙키즈'의 이안나 안나푸르나필름 대표는 수상을 예상하지 못해 당황했다. 그는 무대에 올라 "정말 '기생충'이 받을 줄 알고 준비를 아무것도 안 했다. '기생충' 감사하다"라며 함께 후보에 오른 '기생충'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웃지 못할 순간을 만들었다. 유쾌한 시상식의 한 페이지를 쓴 이 대표 이후 조우진 정우성 조여정 등이 릴레이로 이 대표의 수상 소감을 센스 있게 패러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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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초 열린 제41회 청룡영화상에서도 수상 소감 스타가 탄생했다. '사도'에 이어 '소리도 없이'로 두 번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유아인이 바로 그 주인공. 이병헌 이정재 정우성 황정민 등 그야말로 내로라하는 대선배들 사이에서 젊은 패기와 괴물 같은 연기력으로 남우주연상을 꿰찬 유아인은 수상 후 무대에서 "배우로서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어느 작품에 참여해 쓰임을 당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홍의정 감독은 내게 배우로서의 처음을 떠올리게 해 줬다. 나는 어디에서든지 사용당할 준비가 되어 있다. 마음껏 가져다 쓰시라"고 호기롭게 외쳐 선후배 영화인들의 박수를 받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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