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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최영준에게 '우리들의 블루스'는 20개의 슬픔이자 눈물이었다.
최영준이 연기한 방호식은 딸 아이를 혼자 키우며 살아가는 남자. 미성년자 자녀의 임신 스토리부터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다가 사이가 틀어지게 된 정인권(박지환)과의 에피소드. 그리고 정은희(이정은)과의 과거 이루지 못했던 사랑까지 그려내 시선을 모았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영준은 '우리들의 블루스'를 회상하며 "매회 울면서 봤다. 대본을 받아 처음 봤을 때도 '매주 울려도 되냐'고 하면서 봤었다. 너무 숨 쉴 틈을 안 주는 것 아니냐고 할 정도였다. 그렇게 눈물 빼는 게 어렵지 않나. 웃기는 것도 어렵지만, 울리는 것도 힘든데 그런 걸 너무 잘 하셨더라"며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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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프레임 안에 담기는 어마어마한 배우 라인업도 화제였다. 최영준은 "동석(이병헌)과 옥동(김혜자)이 인권이의 순대국밥 집에서 얘기하는 신은 엄마랑 TV를 같이 보면서도 '엄마, 이상하지' 하면 '그니까'하고 했다. 지금도 이상하다. 같이 찍은 기억이 생생한데도 보면 이상하고 '저기에 내가 왜 있지' 싶기도 하다. 처음에 선생님(김혜자, 고두심)들 첫 촬영 오셔서 좌판을 깔아두고 장사하는 신이었는데, 매번 보는 스태프들도 그분들이 여기 와 있는 것이 신기한 거다. 자연스럽게 그 두분이 앉고, 빙 둘러서서 구경하고 사진 찍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언제 그렇게 다 모여보겠나"라며 감탄했다.
최영준은 이어 "그냥 작가님이 저에게 처음 하셨던 말씀이 '자기는 잘하면 수혜를 받을 것이고, 못하면 끝이라고 보면 돼'라고 하셨다. 그 배우들 사이에서 조금만 못해도 제일 많이 티가 날테고, 제가 제일 많이 걱정한 것은 이병헌 선배랑 우빈이가 나오다가 제가 나오면 사람들이 '우빈이 우빈이'하고 저에게 '뭐야'할까봐 걱정을 했다. 제 연기가 납득될 만한 게 안 되면, 좋은 연기가 안 나가면 사람들이 금방 등돌릴 것이라는 책임감이 있었던 것 같다. 다행히 잘 나왔다. 반응은 이렇게 올 줄 몰랐고, 그냥 '다행이다'정도였다. 넷플릭스를 통해 보면서 '그래도 잘 나온 것 같다'고 하고 시청률도 같이 봤다. 그랬더니 시청률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나와서 '잘됐다. 다행이다'했는데 이렇게 뜨거운 반응일 줄은 사실 몰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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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준은 또 "공연할 때부터 생각한 건데, 배우가 인정을 받는 것은 다음, 다음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으로 잘 했으면 다음 작품에 불려가고 다음 작품에서 잘했으면 다음 작품에서 잘했으면 그 다음 작품에서 확인을 받는 거다. '쓸만하네'해서 부르고 다음 작품에서 안 부르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블루스'가 그래도 제가 앞에 해왔던 것에 대해 확인을 받는 자리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되기 위해 저도 열심히 했다. 앞으로 좋은 결과물을 내놔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배우는 다 저마다의 자기의 기준대로 표현하고, 자기 연기를 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으로 잘된 연기는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력의 공은 확실히 돌아왔다. 최영준은 "7회가 나가고 그 다음 날 어머니랑 교회를 갔다가 어딜 가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네 여보세요'하니 '노희경이에요'하시더라. 바로 두 손으로 받았다. '어떻게 봤어' 하시기에 '예 잘 봤습니다' 하니 '뭐야. 엄마는 뭐라셔' 하시고 '엄마도 재미있게 잘 보셨다고'라고 말씀드리니 '우셨어? 우셨대?'하셨다. 같이 안 봐서 모르겠다 하니 '에이 뭐야. 잘했어요. 잘한 건 기억하시고 못한 건 반성하시고'라고 하셨다. 너무 감사했다. 일부러 그렇게 얘기도 해주시고. 무서워서 종방연 때 딴데 가서 밥 먹고 그랬었다. 그런데 작가님이 좋은 얘기를 해주셨을 때가 제일 좋았고 마음도 놓였다. 제가 언제 노희경의 글을 읽어보겠나. 칭찬은 금방 사라지고 잊어야 하니, 좋은 기억으로 남기고 앞으로 살겠다"고 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