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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올해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부문은 '괴물 신인' 배우들의 저력을 엿볼 수 있었다. 신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탄탄한 연기를 펼친 배우들이 차기 충무로를 이끌어갈 샛별임을 또 한 번 증명해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속 한지우는 배우 김동휘(27) 그 자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50대 1 오디션 경쟁률을 뚫고 작품에 합류한 그는 장편 영화 첫 주연작부터 대선배 최민식과 사제 케미를 보여주며 인물의 변화와 성장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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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장으로 향한 발걸음은 설렘과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난 9월에 열린 제27회 춘사국제영화제에 이어 박해일과 재회한 그는 "평소 박해일 선배님을 존경했는데 현장에서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다. 사후 리셉션장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할 때 모서리 바깥쪽에 서 있었는데, 그런 제 모습을 보시고 '탕웨이 씨 옆에 서볼래요?'라고 귓속말로 물어봐주셨다. 저는 주목받는 걸 잘 못 견뎌해서 '아닙니다! 괜찮습니다!'라고 손사래 치면서 말씀드렸다. 탕웨이 선배님도 저희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하셨는데, 그때 박해일 선배님이 저를 '뉴 제너레이션'이라고 소개해주셨다. 선배님들께서 제가 나이도 어리고 이제 막 영화계에 발을 내디뎠다 보니 '앞으로 지켜볼게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해주셨다"고 벅차올랐던 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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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를 준비하면서 초조한 마음으로 살아왔던 그에게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소중한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김동휘는 "그간의 노력이 상으로 결실을 맺게 돼 더 좋았지만, 만일 결과가 따라주지 못했더라도 저한테는 너무나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았을 것이다. 처음에는 '민폐 끼치지 말자'는 마음으로 작품에 합류했다. 아무래도 저에게 첫 상업 영화였다 보니 작품을 통해서 관객들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워낙 훌륭하신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를 했기 때문에 억지로 액션을 취하려고 하기 보다는 그 자체에 몰입해서 연기를 하려고 했다. 촬영이 한 10회 차 정도 지나고 나서부터는 현장에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이 영화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진행 과정을 알고, '이제 좀 편해졌다'라는 생각이 들때 쯤 촬영이 모두 끝나 있었다. 한지우를 연기하면서 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던 특별한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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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선배 최민식과 호흡을 맞추게 된 점을 인생에 있어 가장 큰 행운으로 꼽았다. 김동휘는 "수상 직후, 바로 선배님께 전화드렸는데 축하한다고 해주셨다. 선배님 덕분에 이 상을 받게 됐다고 말씀드렸는데, 평상시에도 낯간지러운 말은 잘 못 들으신다. 언제나 '츤데레' 스타일로 후배들을 따뜻하게 잘 챙겨주신다"라고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앞서 단역을 통해 현장 경험과 연기 경력을 쌓아온 김동휘는 늘 현장에서 스태프들 앞에 섰을 때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해 왔다. 그는 "'데뷔'라는 꿈이 저와는 먼 이야기 같았다"며 "선배 배우들을 보면서 '와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다가도 저도 모르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생겨났다. 단편 영화를 촬영할 때도 오늘내일 열심히 살자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저는 항상 오디션장이나 촬영 현장에서 스스로 얼마나 준비되어있는 배우인지를 생각해 봤다. 언제나 작품을 진심으로 대하고,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정말 감사한 일이라는 걸 잊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올해 배우로서 딱 한 번밖에 받지 못하는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하게 돼 더욱 뜻깊다. 보통 신인상에서 조연상을 수상하기까지 짧으면 5년 길면 10년 이상도 걸린다고 하더라. 그 이상 걸려도 좋으니 또 한 번 다시 이 무대에 서고 싶다"고 간절히 바랐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