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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작년 한 해 우리나라 이혼 건수는 9만 3천여 건. 이 중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는 약 41%. 이혼하는 부부는 보통 아이를 직접 키우는 부모가 양육권을, 상대방 부모가 면접교섭권을 갖게 된다.
"네가 나타나면 얘가 뭐가 되겠어? 애가 안 창피하겠어? 피눈물 흘려 자식 키워줬으면 고마워해야지 이렇게 뒤통수를 쳐?"
친엄마인 정아 씨는 전남편과 계모의 반대로 민수를 만날 수 없었고 아이는 작년 11월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더니 지난 2월 7일, 싸늘한 주검이 되어 엄마에게 돌아왔다. 민수를 죽인 범인은 다름 아닌 전 남편과 계모였다. 면접교섭권만 지켜졌어도 아이의 죽음만큼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 말하는 정아 씨. 전문가들은 면접교섭권이 단순히 아이를 볼 수 있는 권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 말한다.
"아이가 웃는 모습 한번 딱 보는 거 그리고 그거 저장해놓고 보름 동안 보는 거죠. 그게 낙이에요"
아내가 알려주지 않으면 아들이 다니는 학교도, 사는 곳도 알기 힘들다고 말하는 영식 씨. 우리 법원은 면접 교섭에 있어 자녀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존중한다. 그래서 자녀가 면접 교섭을 거부한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일부 부모들이 이를 이용해 면접 교섭을 방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이혼 후 딸 지우(가명)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김정환(가명) 씨 역시 부모따돌림 피해를 호소한다. 면접 교섭 초반 잘 놀던 아이는 숙박 면접이 시작되자 울기 시작했고 친모는 아이가 운다는 이유로 면접 교섭을 거부했다. 면접 교섭 때마다 오갔던 언쟁과 고성.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던 아이는 결국 트라우마로 인한 불안까지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면접 교섭으로 인한 부모의 갈등과 부모따돌림은 아이의 정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송미강 박사는 "내 존재의 근원이었던 한 사람이 너무 나쁘고 악마적이고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하면 그것과 관련된 이미지가 내 안의 일부거든요. 그래서 근본적으로 자기혐오를 갖게 돼요. 이거는 우울증, 낮은 자존감으로 즉각 연결되고요"라고 말했다.
아이를 키우는 주 양육자인 부모나 아이가 면접 교섭을 거부하는 경우, 만남을 강제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과거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양육비는 강제집행, 면허정지 심지어 감치까지 가능한 반면, 면접 교섭 불이행 시에는 이행 명령을 청구하거나 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만 내려질 뿐, 직접적으로 처벌할 길은 없다.
'시사직격'이 만난 부모들은 강제성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UN 아동권리협약은 부모 일방 혹은 쌍방으로부터 분리된 아동의 면접교섭권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모 양쪽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자랄 권리가 있는 아동이 부모를 만날 수 없을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의 몫으로 남게 된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