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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배우 김혜수가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밝혔다.
김혜수는 "30대 때는 혼자 상처받았던 적이 있다. 충무로에서 나름 똘똘하다고 하고 똘똘한 척은 하지만 시나리오 보는 눈이 없는 배우가 김혜수였다'며 "시나리오 보는 눈이라는 건 내가 좋은 시나리오를 만날 수 있는 베이스를 갖추는데 얼마나 많은 공력을 들였느냐가 출발인 거 같다"며 자기 생각을 밝혔다.
이어 "난 그 베이스가 없었다. 실력도 안 됐고 이를테면 일찍 시작해서 연기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많이 소모가 됐기 때문에 작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사람들은 굳이 내가 필요하지 않았다. 나보다 새롭고 잘하는 사람,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훨씬 많았고 난 늘 뭔가가 애매한 사람이었다. 무언가를 뛰어넘는 배우는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관계자나 영화부 기자들, 진짜 평론가들의 김혜수라는 배우에 대한 리뷰를 보면 상처받기 전에 너무나 현실적이고 사실은 너무나 정확하다. 어떨 때는 '나 열심히 했는데 왜 이렇게 나한테만 박하지?'라는 생각도 했다"며 "근데 모든 일이 그렇다. 우리 일은 특히나. 아무도 모른다. 힘들고 가슴 아픈 순간은 본인만 아는 거다. 근데 그걸 잊어버리면 안 되는 거고 내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서 기회가 올 수도 있고, 아무리 준비해도 평생 안 올 수도 있다. 그 부분에 있어서 난 운은 좋은 거 같다. 근데 끊임없이 노력은 한 거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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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당시 내가 영화제에 초대를 받는 일은 없었다. 근데 우리나라 지금 영화계의 현주소가 무엇이고, 올해는 어떤 영화들이 만들어졌고, 누가 잘했고, 어떤 배우와 어떤 감독이 잘했는지 그걸 알고 싶은 게 제일 컸다. 그래서 MC를 시작한 게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배우들의 진심이 담긴 수상소감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는 김혜수는 "말을 잘해서가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지는 게 있다"며 "그런 것들이 되게 많이 자극이 됐고, 많이 배웠다"고 전했다.
또 김혜수는 "영화제가 단지 연말 행사로 드레스 뽐내고 배우들과 한자리에 있으려고 하는 게 아니다. 정말 우리나라 올 한해를 이끌어간 영화계의 인사들을 내가 배우의 자격이 아닌 MC의 자격으로 보는 거다. 정말 많이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대 때였는데 그날도 진행을 해야했다. 마음은 먹었지만 매번 영화제 갈 때마다 마음이 굉장히 이상했다. 씁쓸한 거였다. 그때는 김혜수 드레스 기사가 나가는 것도 더 싫었다. 난 배우의 자격으로 초대받아서 간 게 아닌데 내 속도 모르고"라고 털어놨다.
이를 들은 송윤아도 격하게 공감했다. 대한민국 영화대상 사회를 7년 동안 맡았다는 그는 "그때 내가 영화를 중간중간 하기도 했다. 근데 내가 한 영화는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다. 주목받지 못했던 영화에 출연하고, 근데 연말에는 항상 영화제 MC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고 말했다.
김혜수는 "내가 스스로 좀 조심하는 건 그때 느낀 중요한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하는 거다. 그런 게 나한테는 동력인 거다.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하는 것도 운이 좋은 거다. 웃으면서 얘기해도 되는 거니까. 이게 몇 년 전만 해도 나한테는 늘 혼자서만 사무치는 거였다"며 "그런 게 다 있는데 티 안 내도 된다. 혼자만 알고 있고 웃는 거다. 웃지만 어금니 꾹 깨물고 무언가를 더 하면 된다. 사람은 아는 만큼 똑똑하고 하는 만큼 되는 거다. 일이란 건 대부분 공부랑 비슷한 거 같다. 많이 공부하고 준비하면 모든 상황이 나한테 죽을 때까지 불리하지만은 않다"며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 어린 조언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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