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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유나 기자] '사랑해 지선아'의 주인공 이지선이 23년만에 모교 교수가 되어 이화여대에 돌아왔다.
23년 전 사고당시 유아교육과 졸업 앞두고 대학원 준비하고 있던 이지선은 오빠와 함께 탄 마티즈 차량 안에서 사고를 당했다. 뒤에서 음주운전 차가 들이 받으면서 마티즈에 불이 붙었고, 그 불은 이지선의 몸에 붙었다. 당시 오빠는 팔에 화상을 입으며 동생을 끌어내 티셔츠를 벗어 불을 껐다. 곧바로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당시 화염에 휩싸인 마티즈 탑승자 중 20대 여성은 전신 2도 화상을 입었다고 뉴스에도 보도됐다. 사고 현장 영상에는 마티즈가 화염에 휩싸여 전소 중인 모습이 생생이 담겼다.
이지선은 "사고 당시 기억이 거의 없는데 오빠에게 의사 분들이 화상이 문제가 아니고 맥박도 안 잡히니 곧 떠날것 같다. 마지막 인사를 하라고 했다. 오빠가 '좋은 동생이었다 잘가' 하더라. 그때 인사는 받았지만 지금까지 떠나지 않고 잘 살아있습니다"라고 웃었다. 이어 "나아질거라 기대했는데 상한 피부를 걷어내고 나니 고통이 더 심했고 감각이 살아나면서 어마어마한 통증을 겪었다. 피부가 없는 상태에다 감염을 막으려 소독을 계속 받아야했다. 주변에서 고통스러운 환자들이 많았기에 지옥에서나 들릴법한 소리가 이런 소리일까. 그런 시간을 보냈다. 살색이라고는 없는 내 피부를 보면서 이대로 살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됐다. 중환자실에서 돌아가시는 분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다음에는 내 차례라고 생각했다"고 당시의 절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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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의 병원 입원 후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본 이지선은 "외계인 같았다"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녀를 세운건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빛이었다. 이지선은 "그래서 거울 앞에 용기 내서 서게 됐다. 거울 속에 처음 보는 분이 있어서 '안녕 이지선' 인사했다. 점점 저 자신과 다시 친해져가는 과정을 가졌다"며 "2000년 7월30일 사고가 난 날은 내가 다시 태어난 날이다. 내 두번째 생일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오빠는 늘 그 날 제 두번째 생일이라며 23년간 생일 문자를 보내준다"고 말했다.
돈독한 오빠에 대해서는 "제가 성장하고 나아질때까지 오빠는 결혼 안하고 살거라고 했는데 지금 벌써 애가 셋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이지선은 "사고를 당했다기 보다는 '만났다'라고 표현 한다. 잃은 것도 많았지만 얻은 것도 참 많았다. 반갑지 않지만 사고를 만난게 맞지 않느냐. 사고를 당했다가 아닌 만났다고 표현한 순간 내 삶이 달라졌다"며 "꿈에서조차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일들이 일상에서 일어나기도 하는데 생각을 바꾸면 그 일과 잘 헤어질 수 있다. 지금 당장의 상황은 암울하고 절망적이라도 결코 비극으로 끝나지 않을것이다. 꽤 괜찮은 해피엔딩은 우리 인생 앞에 있을것이다라는 희망의 힘으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좋은 날이 온다. 만약 살다가 그 마음에 의구심이 드는 날이 오시면 저를 보세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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