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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망가질수록 사랑스러운 배우 고민시(28)가 올여름 스크린 최고의 히든카드로 등극했다.
특히 영화 '마녀'(18, 박훈정 감독),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KBS2 드라마 '오월의 청춘' 등을 통해 연기력을 입증받은 고민시가 쟁쟁한 명배우들 속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 눈길을 끈다. 고민시는 '밀수'에서 다방 막내로 시작해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특유의 친화력으로 군천 바닥의 정보를 꿰뚫게 된 인물을 연기했다. 조춘자(김혜수)와 엄진숙(염정아)의 조력자로 차진 워맨스를 소화한 것은 물론 갈매기 눈썹부터 레트로한 한복까지 70년대 바이브를 완벽히 소화하며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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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갈매기 눈썹을 만든 과정에 "갈매기 눈썹은 촬영 전 류승완 감독과 여러 이미지를 보면서 '무조건 눈썹은 갈매기 눈썹으로 해야 한다'라는 미션이 있었다. 그 당시 고증을 잘할 수 있게 류승완 감독과 테스트 촬영 초반부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갈매기 눈썹을 위해 촬영 전 눈썹을 밀었다. 아이섀도도 다양하게 했고 한복도 많이 입었다. 한복 같은 경우 옛날 광택 나는 공단 소재의 한복인데 한복에 새겨진 자수도 류승완 감독이 원하는 적당한 포인트가 들어간 한복이어야 했다. 의상 감독이 많이 고생하셨다. 매회 촬영 전 분장과 의상 준비로만 2시간씩 걸렸다. 갈매기 눈썹에 한복을 입은 내 모습을 거울로 계속 쳐다보게 되더라. '이게 가능하구나' 싶더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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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분 캐릭터를 구축하기까지 고민도 만만치 않았다. 고민시는 "'밀수'에서 고옥분은 상스럽고 추접스럽고 등의 워딩을 많이 들었다. 그러면서 사랑스러운 면모도 있어야 했다. 고옥분과 장도리(박정민)의 첫 장면에서 류승완 감독이 껌을 상스럽게 씹어보라고 하더라. 어떻게 해야 상스럽게 껌을 씹을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춘자(김혜수) 언니가 다시 다방으로 왔을 때 옥분이가 거울을 보며 이를 보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 또한 류승완 감독이 '거울을 조금 추접스럽게 보는 건 어때?'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 영화 속에서 수복(안세하)이를 유혹해 밀수 신고서를 몰래 빼돌리는 장면이 있는데 류승완 감독 작품 첫 베드신이라고 하더라. 류승완 감독은 그 장면에 대해 '최대 24금'이라는 말까지 하더라. '밀수' 속 공식 베드신인 셈이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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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김혜수 선배와 분장차에서 처음 인사를 했다. 전에 리딩 현장에서 뵙긴 했지만 처음으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게 첫 촬영 분장차였다. 김혜수 선배는 나에게 '마녀' 때부터 잘 봐서 메모장에 내 이름을 써놨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울컥하기도 했다. 사실 '밀수'라는 팀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설렘도 있지만 긴장되고 위축된 것도 있었다. '이 선배들 사이에서 잘할 수 있을까' '블랙홀만 되지 말자'라는 생각했었다. 그런데 김혜수 선배가 손을 잡고 따뜻한 말을 해줘서 너무 힘이 됐고 지금도 그 기억을 못 잊고 있다. 마치 장을 열심히 봐서 냉장고를 꽉 채운 느낌이었다"고 곱씹었다.
이어 "염정아 선배는 평상시 내가 봤던 모습과 완전 다른 스타일이더라. 혜수 선배는 나긋나긋하고 사근사근하신데 정아 선배는 반대로 정말 리더처럼 멋지고 카리스마가 있다. 그리고 혜수 선배도 그렇지만 정아 선배도 항상 볼 때마다 선물을 챙겨줬다. 화장품이나 먹을 것을 '민시야 이거 한번 써봐'라며 무심하게 주시고 가셨다. 그래서 정아 선배 옆에 있으면 너무 편했다. 정아 선배의 걸크러시 부분이 너무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다. 또 정아 선배가 정말 재미있다. 정아 선배가 화이트 와인을 좋아하시는데 촬영이 끝나고 정아 선배 방에 가서 (박)경혜 언니랑 셋이 와인을 마시면서 혜수 선배의 전작을 같이 보기도 했다. 그런 소소한 추억들이 빼곡하게 있다. 혜수 선배와 정아 선배는 이미 처음 만났을 때부터 우려와 걱정을 생각나지 않게 할 정도로 나를 예뻐해 주고 사랑해 준다는 마음이 본능적으로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고민시는 "캐릭터에 대한 어려움은 있었지만 '밀수'를 촬영하는 내내 너무 신났다. 역할 자게가 너무 신났고 언니들과 붙어 다녀 재미있고 너무 꿈만 같았다. '밀수'를 촬영하는 기억들이 마치 한 여름밤의 추억 같다. 보통 여름에 취약한 스타일이라 여름에 촬영하거나 일을 하면 컨디션이 안 좋아진다. 그런데 '밀수'를 촬영할 때는 여름이었지만 늘 최고의 텐션을 유지했다. 유일하게 여름에 안 힘들었던 작품이었다"고 애정을 듬뿍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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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