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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SBS 금토드라마 '악귀'(극본 김은희, 연출 이정림, 제작 스튜디오S, BA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9일 신들린 대장정을 마쳤다.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1위에 오르며 흥행 가도를 달렸고, 무엇보다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에 오컬트와 미스터리까지 결합한 웰메이드 장르물로 연일 호평 세례를 얻었다. 오컬트 장르는 비대중적이란 우려를 잠식시키고 흥행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이다. 이에 지난 6주간 '악귀'가 걸어온 성공의 발자취를 되짚어봤다.
▶김태리-오정세-홍경, 기존 이미지 깨고 파격 연기 변신 성공
'악귀'를 화제작 반열에 올려놓은 주역, 김태리-오정세-홍경은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김태리는 회를 거듭할수록 더욱 강렬해지는 '신들린 연기'로 시청자들을 잠식했다. 목소리 톤부터 미세한 행동과 눈빛까지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산영과 악귀에 씐 산영을 오갔고, 한계 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스스로 증명했다. 웃음기를 쏙 빼고 극의 중심을 잡은 오정세는 진지한 연기로도 굴곡진 감정의 변화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베테랑이었다. 김태리와 오정세 사이에서 제역할을 120% 해낸 홍경은 시청자들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문춘(김원해)의 죽음으로 각성한 후, 진지하게 사건에 접근하고 스마트한 수사력을 발휘, 보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무섭다"는 장르적 편견 깨고, "죽음을 기리고 생을 살아내자"는 인생 메시지 남겨
산영에게 악귀는 없애야 하는 존재였지만, 또 한편으론 시력을 잃지 않기 위해 필요한 존재였다. 악귀의 유혹처럼, 산영은 어리고 돈 없다고 무시한 세상 속에서 원하는 걸 모두 누리며 살 수도 있었다. 김은희 작가는 산영에게 이런 딜레마를 심은 이유에 대해 "두 갈래 길에서 산영다운 선택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산영에게 어떤 삶이 중요한지 역설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악귀라는 것이다. 산영은 최종회에서 산영다운 선택을 내렸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단한 일상을 견뎌왔던 산영의 잠재된 욕망과 약점을 악귀가 파고들었지만, 산영은 결국 어둠 속으로 내몬 것도 자신이요, 다시 일어나 원하는 삶을 살아낼 수 있는 것도 자신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이에 산영의 몸을 가진 악귀가 그녀를 거울 속에 가두고 잠식해갔지만, 살아내겠다는 본인의 의지로 악귀를 없앴다. 그런 의미에서 산영의 시야가 블랙아웃 된 흑암시 엔딩은 의미 심장하다. 악귀가 사라졌기 때문에, 아버지에게 희귀병을 유전 받은 산영은 언제 실명될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래 살아보자"라는 생의 의지를 다지는 산영의 목소리엔 그 어느 때보다 꿋꿋한 활기가 살아있었다. 제목만 들으면 무섭다고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악귀'는 그런 장르적 편견을 깨며 죽음을 통해 생을 돌아보게 했고, '인생 드라마'로 꼽을 '인생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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