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4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전여빈 수상 인터뷰 |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중요한 것은 꺾이더라도 그냥 하고야 마는 용기와 숭고한 정신, 그리고 간절한 마음이다. 위기의 한국 영화가 버티고 나아가는 이유는 바로 '중꺾그마' 정신으로 똘똘 뭉친 뚝심 있는 배우 전여빈(34)이 있기 때문이다.
전여빈은 지난 11월 24일 개최된 제44회 청룡영화상에서 블랙 코미디 영화 '거미집'(김지운 감독, 앤솔로지 스튜디오·바른손 스튜디오 제작)으로 감격의 여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
그는 "스스로는 아직 신인이라 생각하는데 어느 순간 지금보다 더 연차가 쌓이고 선배라는 호칭이 부끄럽지 않을 때가 됐을 때 동료들에게 힘이 되는 좋은 친구이자 선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나를 아는 동료와 동지들이 내 존재만으로 조금이나 위안이 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됐다"고 웃었다.
제39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제42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후보 이후 세 번째 도전 만에 첫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 전여빈은 예상치 못한 수상의 순간 밀려왔던 떨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여빈은 "내가 그렇게 눈물이 많은 사람인 줄 몰랐다. 물론 원래 감수성이 풍부한 편이지만 청룡영화상에서 그렇게 울 줄 상상도 못했다"며 "정말 한 마리의 양처럼 바들바들 떨었다. 내 이름을 듣는 순간 심장이 쿵 하며 철렁 내려앉았고 너무 놀라서 과호흡이 오더라. 무대 위로 걸어가는 중에도 심장이 너무 떨려 걸음을 멈추기도 했다. 그래서 무대 수상 소감으로 '심장이 아프다'고 말한 것이다. 지금은 심장이 진정됐지만 그때는 정말 내 인생에서 가장 떨리고 놀랐던 날이었다"고 곱씹었다.
|
|
그는 "소감으로 '중꺾그마'를 이야기 한 바람에 몇몇 분은 내가 만든 신조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이 신조어를 만든 원작자는 박명수 선생이다. 박명수 선생이 한 프로그램에서 '중꺾마'를 이야기 하다 '중요한 것은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인 거야'라며 버럭했다고 하더라. 처음 그 이야기를 듣고 나 역시 머리가 띵해졌을 정도로 가슴에 와닿았다. 힘이 들더라도 내가 좋으면 하는 그 마음이 정말 중요하고 좋지 않나? 그게 MZ 세대 사이에서 밈이 됐고 '거미집' 무대인사를 하면서 '중꺾그마'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우리도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미집' 무대인사 때만 해도 박명수 선생의 어록인 줄 몰랐다. 요즘 MZ 세대 신조어인 줄만 알고 마구 썼던 것 같다. 박명수 선생께서 꽤 오래전에 '중꺾그마'를 이야기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몇 수 앞을 내다보는, 통찰력이 뛰어난 분이신 것 같다. '중꺾그마'는 단연코 박명수 선생이 원조다"며 "이런 좋은 단어를 알게 해줘 감사하다. 그만큼 요즘 꺾이고 좌절할 일이 많아 마음이 아팠다. 한편으로는 이런 말이 와닿을 정도로 현재 우리들은 굳은살을 길러야 할 일들이 많구나 싶어 마음이 애잔하기도 했다. 외로운 이들에게 소소한 위로를 전하고 싶어서 그 단어를 선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
그는 "신미도는 정말 멋진 인물이다. 자기 뜻을 굽히지 않고 달려 나가는 추진력 있는 사람이다. 특히 신미도는 자신을 믿는 동시에 타인을 믿어주는 사람이다. 힘을 주는 사람이다. 한 마디로 멋있는 사람 그 자체다. 신미도라는 인물로 상을 받았고 그래서 수상소감도 신미도와 어울리는 수상 소감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신미도의 일부분 중에는 전여빈화 된 부분도 있다. 나도 늘 열정과 의지를 내 안에 국한되게 하지 말고 타인에게까지 영향을 끼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이 나와 신미도가 굉장히 닮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청룡영화상 심사위원들의 심사평 역시 전여빈에게 특별했다. 심사위원들은 "'거미집'의 전여빈이 나올 때마다 숨통이 트였다"며 "'거미집'의 여러 캐릭터와 앙상블을 이뤄가는 지점에서 전여빈의 역할이 중요했다. 초반 확실하게 기세를 잡고 끌고 가는 전여빈은 송강호라는 큰 기둥 곁에서 조연이지만 주연 이상의 영화적 완성도에 크게 기여했다. '리틀 송강호'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충무로의 대표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심사평을 보고 감동이 선물처럼 배가 됐다. 청룡영화상이 더 좋은 게 투표 결과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보여주고 심사위원들의 평가 역시 정리해 주는데 수상 이후 보는 그러한 평들이 수상자에게 또 다른 선물이 되는 것 같다. 마치 배우에게 은밀하게 던져진 연서와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거미집'과 그 안의 신미도를 예쁘게 봐주셨다는 느낌이 들어 너무 감사하고 뿌듯했다"고 곱씹었다.
|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