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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행위, 환경오염도 조장…"암호화폐 투자는 멍청한 짓"
잭 도시를 포함해 마이애미에 초청된 연사들은 비트코인이 "신성한 기술"인 것처럼, 미래를 바꿀 혁명인 것처럼 말했다. 무엇보다 암호화폐 가격이 장기적으로 무조건 상승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과연 그들의 바람대로 이뤄졌을까.
최근 출간된 '비이성적 암호화폐'(원제: Number Go UP)는 블룸버그 탐사 전문 기자 제크 포크스가 2년여간 암호화폐 세계를 밀착 취재해 엮은 책이다. 맨해튼, 마이애미, 스위스, 이탈리아, 바하마, 엘살바도르, 필리핀 등에서 도박꾼, 코드 설계자, 기획자, 억만장자까지 수백명을 인터뷰한 기록을 담았다.
책에 따르면 암호화폐는 일종의 종교와 같다.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마침내 비트코인을 이해하게 되는 그 순간을 종교적 가르침을 깨닫는 순간에 비유"하기도 한다.
저자는 "그들의 눈에는 비트코인이 오를 것이라는 증거만 보인다. 이는 마치 컬트 집단의 구성원이 지구 종말과 자신들의 구원이 멀지 않았다고 확신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런 믿음이 누구에겐 현실이 되기도 한다. 일부는 암호화폐로 벼락부자가 됐다. 거금을 얻은 그들은 바하마와 같은 조세회피처나 마이애미의 따뜻한 해변에서 지내기 시작했다. 요트와 마약을 구매하고, 저택을 사 날마다 파티를 벌였다. 돈은 얼마든지 있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왕이나 정부, 신 이외에 누구나 자신의 돈을 만들 수 있는 최초의 일"(리브 콜린스 테더 전 CEO)이라며 암호화폐를 마구 찍어댔다. 쉽게 번 돈으로 더 위험한 자산에 투자하거나 말도 안 되는 사기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책은 가상자산 거부들의 급격한 상승과 추락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저자는 그들의 명멸을 취재하기 위해 조세 회피처를 여러 번 방문했고, 암호화폐 로맨스 사기로 불리는 '돼지 도살'을 추적하고자 캄보디아의 차이나타운에 잠입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인신매매와 코인 사기가 벌어지는 현장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인신매매단은 암호화폐를 사기 범죄에 이용한 것에 더해서,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노예로 팔 때 몸값을 테더코인으로 지불할 것을 요구했다."
코인은 이처럼 부도덕한 일에 사용될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에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코인을 생산하는 데는 엄청난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대표적이다. 일부 추정치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전력량은 인구 4천600만명의 아르헨티나가 소비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또한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전력량의 85%가 석탄과 천연가스에서 생산된 에너지에서 나온다.
저자는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건 멍청한 짓이라고 단언한다.
"나는 처음부터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것은 꽤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멍청한 짓이었다."
RHK. 장진영 옮김. 508쪽.
buff27@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