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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누군가는 컴컴한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았고, 또 누군가에겐 잊지 못할 영광의 순간으로 기억됐다. 박찬욱 감독과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주역들이 25년 만에 뭉쳐 관객들에게 반가움을 선사했다.
특히 올해는 30주년을 기념해 비저너리 선정작을 조명하는 시간을 마련했고, 영화 부문에는 '공동경비구역 JSA'(2000)가 이름을 올렸다.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는 분단 현실을 인간적인 시선으로 풀어내며 한국 영화사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한 작품이다. 아울러 송강호, 이병헌, 이영애, 김태우 등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지면서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을 얻기도 했다. 송강호는 극 중 북한군 중사 오경필 역을, 이병헌은 한국군 병장 이수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영애는 스위스 육군 소속 소피 E. 장 소령을, 김태우는 이수혁의 후임 일병 남성식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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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박 감독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예전 명필름 사무실은 가정집이었다. 먼저 도착해서 감독님을 기다리는데, 바바리코트를 입고 모퉁이를 돌아서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지울 수 없는 품격과 기품에 압도됐다"며 "그 순간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확 왔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최근 '공동경비구역 JSA'를 재관람했다는 송강호는 "25년 만에 작품을 다시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저한테도 이병헌 부럽지 않은 시절이 있었다(웃음). 너무 잘생기고 젊고 멋있더라. 두 번째로는 그동안 박 감독이 만든 명작의 공통점은 작품의 깊이와 기품이다. 정말 어쩔수가 없나보다. 심지어 차기작의 제목까지 '어쩔수가없다'로 지었다"고 깨알 홍보를 더해 웃음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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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작품 합류 당시를 떠올리며 "감독님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다"며 솔직한 입담을 뽐냈다. 이어 "몇 년 전 미국에서 열린 큰 시상식에서 저는 시상자로, 감독님은 수상자로 참석하셨다. 당시 두 편의 작품을 이미 완벽하게 망하신 분과 이미 세 개의 작품을 완벽히 망한 저라는 배우의 조합보다 더 좋은 조합은 없을 거라고 농담 삼아 말했는데, 오늘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던 25년 전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고 전했다.
또 '공동경비구역 JSA'를 통해 흥행배우로 자리매김한 이병헌은 "이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 처음으로 시상식에서 '흥행 배우 이병헌'이라고 저 자신을 소개했다"며 "기분 좋은 인사였지만, 숫자에 연연하는 영화인들의 풍토에 반항하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이전에 찍었던 영화들이 망해서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숫자로만 불려지는 게 조금 싫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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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는 "너무나 영광스러운 자리에 참석하게 돼 기쁜 마음"이라며 "남성식 일병이 어느덧 시간이 흘러 50세가 넘었는데, 51세 막내인 신하균 씨가 오늘 못 오는 바람에 제가 막내가 됐다"고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이어 작품에 합류하게 된 계기에 대해 "우연찮게 시나리오를 먼저 보게 됐다. 제 데뷔작 '접속'의 제작사인 명필름에서 제작을 맡았기 때문에 꼭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오늘 영화를 보고 나니 '공동경비구역 JSA'는 저에게 천운 같은 작품인 것 같다"고 전하며 각별한 마음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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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