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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막을 올린 뮤지컬 '베르테르'(제작 CJ ENM·극단 갖가지) 25주년 공연이 오는 16일 폐막한다. 수많은 작품이 무대에 오르고 사라지는 가운데, '베르테르'는 2000년 초연 이후 변함없는 감동과 유려한 연출로 관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아왔다. 5년 만에 돌아온 '베르테르' 25주년,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초연 당시 작품에 대한 마니아층이 형성되면서, '베사모(베르테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관객 커뮤니티가 자발적으로 결성될 정도로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특히 2002년에는 팬들이 자발적으로 모금 활동을 펼쳐 재공연을 성사시키며, '베사모'는 국내 창작 뮤지컬 팬덤의 원형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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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감성을 극대화하는 음악 역시 긴 시간에 걸쳐 정교하게 다듬어져 왔다. 초연 당시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오보에, 아코디언으로 구성된 5인조 편성으로 시작해, 이후 현악 중심의 실내악 편곡을 거치며 더욱 깊이 있는 선율을 완성했다. 현재는 지휘 및 피아노 1인과 현악기 10인으로 구성된 챔버 오케스트라가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음악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이렇게 끊임없이 변화와 성장을 거듭해온 '베르테르'는 25주년 공연을 통해 한층 완성도 높은 무대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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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테르'를 향한 관객들의 깊고 뜨거운 애정은 25년 동안 작품이 이어져 온 가장 큰 원동력이다. 단순한 '비극적 사랑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사랑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변화하는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깊은 감동을 선사해왔다. 이러한 작품의 힘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명장면과 가슴을 울리는 넘버를 통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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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들으면 쉽게 귓가를 떠나지 넘버들도 '베르테르'의 서정성을 한층 더 깊고 풍성하게 만든다. 베르테르의 실연의 아픔을 오롯이 담은 '발길을 뗄 수 없으면'은 단연 가장 인상적인 넘버로 꼽힌다. 롯데를 향한 마음이 커져 차마 발길을 떼지 못하는 베르테르의 고통과 절망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이 곡은 1막과 2막의 엔딩을 장식하며 작품의 감정선을 극적으로 끌어올린다. 이와 함께, 롯데와 가까워지는 설렘과 떨림을 담아낸 '우리는', 서로 다른 이에게 향한 기다림 속에 엇갈린 감정을 노래하는 '하룻밤이 천년' 역시 깊은 여운을 남기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오는 16일까지 서울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25주년 공연은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관객들의 N차 관람 열기를 불러일으키며, 여전히 유효한 작품의 힘을 증명하고 있다. 운명적인 첫 사랑에 빠지는 베르테르 역에는 엄기준, 양요섭, 김민석이, 베르테르의 해바라기 같은 순애보 사랑을 받는 롯데 역에는 전미도, 이지혜, 류인아가, 롯데의 약혼자 알베르트 역에는 박재윤, 임정모가, 베르테르의 곁에서 조언을 해주는 펍 여주인 오르카 역에는 류수화, 이영미가, 낭만적인 정원사 카인즈 역에는 김이담, 이봉준이 출연하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