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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겸 무속인 이건주가 "부모님에 대한 판도라의 상자를 열겠다"라고 파격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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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는 '아빠하고 나하고' 프로그램에는 절대 출연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아빠하고 나하고' 시즌1부터 애청자였기 때문에 가족과의 관계를 다루는 프로그램이란 걸 잘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와는 전혀 맞지 않다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에요.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좀 의아했고, 처음에는 출연이 어렵다고 정중히 거절했었어요.
-어릴 때부터 키워주신 고모님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 왔다. 고모님들의 반응은 어땠나.
▶제가 '아빠하고 나하고'에 아들 대표로 출연한다니까 고모님들은 너무 좋아하셨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이 하셨어요. "엄마, 아빠 이야기를 꺼내는 게 많이 아프고 힘들 텐데 괜찮겠어?"라고 조심스럽게 물어보시더라고요. 고모들에겐 제가 1순위니까 제 마음이 어떨지 그걸 가장 먼저 생각하신 것 같아요. 부모님 이야기를 하면서 제가 상처받지는 않을까, 혹시라도 저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까, 그런 부분들을 많이 걱정하셨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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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하고 나하고'를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주실 예정인가.
▶'아빠하고 나하고'가 관찰 예능이다 보니 실제로 사용하는 표현들이 거침없이 나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필터링되지 않은 순도 100% 제 모습을 보시고 "이건주 참 솔직하고 재미있네", "이건주가 저런 모습도 있어" 하고 그냥 재미있고 편안하게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의 이야기에 대해 '이건주가 이런 상황이었고, 이런 마음이었구나' 하고 조금이라도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또 시청자분들 중에는 저와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분들께 위로가 됐으면 좋겠고, 저 또한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고 싶기도 합니다.
-'아빠하고 나하고' 출연에 있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아무래도 '저와 아버지'의 관계이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그냥 아버지와의 관계를 솔직하게 오픈하고 싶은 마음인데, 다른 분들이 보시기에 "아들이 아버지한테 저래도 돼?"라고 아버지에게 싸움을 걸려는 것처럼 보일까 봐 걱정되기는 해요. 제가 아버지를 너무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물론 아버지와 절연한지 10년째이고 여전히 이해가 안 되고 화가 나지만, 한편으로는 아버지의 아들이기 때문에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들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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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가 방송에서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은 있지만 왜 부모님을 안 보고 사는지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밝힌 적이 없었거든요. 엄마, 아빠, 가족이란 존재에 대한 제 진심을 모두 털어놓을 생각이고요. 부모님에 대한 저의 마음이 '아빠하고 나하고'를 통해 어떻게 변하게 될지 사실 아직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가 10년 전에 알던 모습이 아니라 존경할 수 있는 아버지가 되셨다면 이제는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아빠하고 나하고' 시즌1을 보신 적이 있다면 가장 인상 깊었던 가족은 누구였나.
▶가장 인상 깊고 공감이 됐던 가족은 이승연 님 이야기였어요. 가족에게 먼저 손을 내밀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그 마음을 누구보다 제가 잘 알 것 같았고 마치 저의 모습을 보는듯했어요. 이승연 님 사연을 보면서 제가 느끼고 있는 비슷한 감정이지 않을까 싶었고 '나도 한번 용기를 내볼까?'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