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관세부과 개시에 따른 글로벌 증시 폭락에다 국내에선 대통령 탄핵 인용에 이은 대선 본격 돌입 등 국내외 정치경제적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급변하고 있다.
또 지난해와 달리 경영진의 대대적인 교체는 없었던 반면 법률, 회계, 인사 전문가들을 사내 혹은 사외이사로 적극 선임하며 다양한 리스크에 대처하고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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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게임사 가운데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낸 크래프톤이 지난달 26일 열린 주총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단연 '배틀그라운드' IP를 잇는 빅 IP 프랜차이즈의 확보이다.
이날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게임은 IP가 중심인 산업"이라며 글로벌 30개 이상의 스튜디오에 투자하고 자체적으로 개발중인 게임 중 테스트를 거쳐 시장에 퍼블리싱할 경우 향후 5년 내 매출 7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그러면서 '배틀그라운드' IP가 매출 60%,신규 IP가 40%를 담당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목표점과 함께 지난달 출시한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가 AI(인공지능) 기술을 본격적으로 적용해 게임 그 이상의 세계를 열며 또 하나의 프랜차이즈 IP가 될 것이라 자신했다. 일단 '인조이'가 얼리 액세스 출시 일주일만에 100만장 판매를 돌파하며 '배틀그라운드'보다 빠른 기록을 쓰고 있어 기대감을 주고 있다.
지난해 3년만에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한 넷마블은 김병규 공동대표를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시키고, 권영식 공동대표를 개발 역량 강화와 넷마블네오의 IPO에 집중하도록 체제를 개편했다. 김 대표 역시 주총에서 "지난해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등을 통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면, 올해는 재도약을 이루는 변곡점의 시기"라며 지난달 출시한 'RF 온라인 넥스트'를 시작으로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 '일곱개의 대죄 : 오리진' 등 9종의 신작 출시로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과 글로벌 시장 입지 강화를 강조했다.
지난해 상장 후 처음으로 1100억원대의 영업 적자를 기록하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엔씨소프트도 역시 게임을 강조했다. 박병무 공동대표는 주총에서 "재밌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모든 직원이 함께 움직였던 과거의 모습을 되찾겠다"며 내년 이후에 출시될 자체 게임과 퍼블리싱 작품 모두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게임성과 완성도를 극대화 시켜 시장에 내놓고, 현재도 진행중인 M&A를 통해 장르별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난해 코스피에 상장, 일약 시가총액 3~4위권을 유지중인 시프트업은 상장 후 첫 주총을 통해 기존 작품인 '승리의 여신: 니케'의 중국 출시 준비와 '스텔라 블레이드'의 고도화, 그리고 신규 IP '프로젝트 위치스'에 대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년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펄어비스는 지난 2019년부터 개발중인 신작 '붉은사막'을 올 4분기에 반드시 출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NHN 역시 게임과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재도약을 하겠다며 그 시발탄으로 이달 말 신작 '다키스트 데이즈'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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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관리, 향후 방향성은
지난해의 경우 개발과 경영을 맡을 대표를 공동으로 내세워 전문 영역을 관리하는데 중점을 뒀다면, 올해 주총에서 나타난 게임사들의 방향성은 리스크 관리를 통한 안정성 추구라 할 수 있다. 사내로 편입하기 보다는 사외이사나 감사위원 선임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대세가 됐다.
카카오게임즈는 여성 최초 고검장을 지낸 노정연 변호사와 오명전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등을 사외이사로 이사회에 참여시켜 법률이나 재무적인 리스크 관리를 강화했다. IP 소송을 벌이고 있는 엔씨소프트는 판사를 역임한 정교화 넷플릭스코리아 법무 총괄을 사외외사로 보강했고, 크래프톤은 윤구 오토데스트 부사장을 감사위원으로 각각 선임하며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지배구조 확립을 위한 전략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넷마블은 대한변협 회장을 역임한 이찬희 준법감시위원장과 강이 세무회계사 대표 등을 사외이사로 영입해 법률과 세무, 준법 등에 대한 도움을 받겠다고 밝혔다.
이는 급변하고 있는 국내외 정세에 발빠르게 대비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국내 게임사들의 사회적 책무가 상승한 시가총액과 위상만큼 커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이 촉발시킨 이른바 무역전쟁에서 게임과 같은 콘텐츠 산업은 관세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치가 있다"며 "또 국내에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서 2030 남성세대에게 어필하기 위해 게임특위를 발족한 민주당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대선 캠프에서 친 게임적인 공약들을 쏟아낼 것으로 보이는 등 향후 전망은 나쁘지 않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유저들의 거부감이나 IP 소송,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문제 등 악재도 여전하기에 결국 올해는 외부의 파고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경영을 유지하는 것이 게임사들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덧붙였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