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포츠조선 조민정 기자] LG아트센터가 25주년을 맞아 연극 '헤다 가블러'를 통해 다시금 연극의 동시대성과 세계성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번 작품은 배우 이영애의 32년 만의 연극 복귀작. LG아트센터는 지난해 전도연을 27년만에 무대로 복귀시킨 데 이어 이번에는 이영애라는 배우를 전면에 내세우며 다시 한번 연극의 현대적 재해석을 시도, 관객들의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연극 '헤다 가블러'는 헨리크 입센의 대표작으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의 내면 심리를 밀도 있게 다룬 고전이다. LG아트센터는 이 작품을 영국의 리처드 이어 각색본으로 선택해 보다 직관적이고 현대적인 연출로 재해석하고 있다. 연출은 '붉은 낙엽' 등으로 연극계에 섬세한 미장센과 인물 심리를 녹여낸 전인철 연출이 맡았다.
전인철 연출은 "입센의 희곡 속 여성 인물들은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며 "삶의 의지를 갖고 선택하고 행동하는 여성들을 보며 그 내면의 근원에 대해 오랫동안 탐구해왔다"고 작품 선택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번 작업에서 대극장의 무대 규모에 맞춰 스크린과 영상, 무대 전환 등을 적극 활용해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겠다고 전했다.
|
|
그녀가 맡은 '헤다'는 외면은 우아하지만 내면은 욕망과 불안으로 가득 찬 입체적 인물. 이영애는 "정답이 없는 인물이라 매번 도전하며 찾아가고 있다. 밝은 면을 찾고 있어야 어두운 이면이 더 강렬히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헤다를 예고했다.
이와 관련, 국립극단에서도 같은 시기 '헤다 가블러'를 무대에 올리며 두 공연 간의 비교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전인철 연출은 "처음엔 부담이었지만 지금은 서로에게 긍정적 자극이 될 거라 생각한다"며 "우리는 대극장을 기반으로 영상과 무대를 활용한 스펙터클한 연출이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호 배우도 "헤다는 늘 새롭게 창조되는 인물이다. 우리 역시 또 다른 방향으로 접근 중"이라며 색다른 해석을 기대하게 했다.
이영애는 "이혜영 선배님이 연기한 헤다를 감명 깊게 봤다. 팬으로서 존경하는 선배와 같은 시기에 같은 역할로 무대에 서는 것도 연극계에 긍정적인 자극이 될 수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공연에 함께하는 다른 배우들의 면면도 눈길을 끈다. 헤다의 남편 테스만 역은 김정호, 판사 브라크 역은 지현준, 옛 연인 뢰브보그는 이승주, 헤다의 질투를 자극하는 친구 테아 역에는 '폭싹 속았수다'로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백지원이 나선다. 백지원은 "연극 무대는 관객의 숨소리까지 느껴지는 살아있는 예술"이라며 "매체에서의 인지도가 연극 무대로 이어져 많은 관객의 발걸음을 이끌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은 리처드 이어 각색본을 채택해 감정 표현을 보다 직접적으로 풀어낸다. 전 연출은 "관객이 대사를 쉽게 수용하도록 하는 데 집중했고 헤다뿐 아니라 다른 여성 인물들의 감정도 분명하게 표현되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헤다를 '여성 햄릿'으로 불리게 하는 깊은 고뇌와 불안의 무게. 이를 표현할 이영애는 "헤다는 무섭지만 사랑스럽고 복잡하지만 매력적인 인물"이라며 "제가 가진 다양한 색을 통해 새로운 헤다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은 이번 작품에 대해 "단순히 글로벌 진출을 위한 작품이라기보다 현재의 한국 관객과 세계 관객 모두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 고전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벚꽃동산'을 통해 해외 진출 가능성을 확인했고 이번 '헤다 가블러'도 그 연장선에서 준비 중"이라며 "입센 원작의 동시대성을 오늘의 무대 위에서 관통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연극 '헤다 가블러'는 오는 5월 7일부터 6월 8일까지 LG아트센터 마곡에서 공연된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