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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문소리(51)가 꺼내보고 싶은 작품, '폭싹 속았수다'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문소리는 "애순으로 살아본 소감이 궁금하다"는 질문을 받자마자 울컥하면서 하늘을 바라보고 눈물을 삼켰다. 문소리는 "첫 질문에 눈물이 나려고 한다"면서 "이 질문을 받으니 '진짜 끝났구나, 보내야 하는구나' 생각이 든다. 그냥 정말 한 사람의 전 생애, 우리가 한 작품을 끝내고 나면 어떤 사건에 휘말린 사람과 그 나이대 정도만이 기간인데 애순이로 살아본 소감을 물으시니 진짜 한 사람의 일생이 펼쳐지는 것 같다. 파노라마처럼. 곧 죽음을 앞둔 사람 같은 느낌이다. 죽기 직전에 이런 삶이 ? 펼쳐지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후회 없이 열심히 살았고, 그래서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랑 해서 너무 행복했고, 그 거센 바람과 추위에도 '그래도 행복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라고 했다.
아이유가 임상춘 작가의 대본을 받기도 전부터 "꼭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던 것처럼, 문소리도 첫 인상에 출연을 결정했다. 문소리는 "대본을 받자마자 너무 하고 싶었던 작품이다. 어떻게 보면 제가 해야 하는 30대 이후의 애순이 캐릭터는 평범한 엄마다. 봄,여름의 시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관이 없이 지금은 자식을 위해 늘 최선을 다하고, 집에서 살림도 하고 밖에 나가서 좌판 일도 하고, 자식 때문에 동동거리고. 그런 그냥 평범한 엄마다. 어떤 사건의 중심에 서있지도 않다. 그런데 보통 대본을 보면 내 캐릭터가 어떤 인물을 펼치게 될지를 중점적으로 보고 작품을 선택할 때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이 작품은 읽고서 '그냥 뭐라도 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본이 너무 감동적이었고, 작가님과 감독님에 대한 믿음도 컸고, 그래서 지체없이 하고 싶었던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문소리는 이어 "어떤 분은 애순이가 딸한테 절절 매고 그러는 모습이 낯설다고 하더라. '문소리 씨가 굉장히 강한 캐릭터를 많이 한 것 같은데, 애순은 새롭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가 하면, 같이 있는 친구들은 저한테 평소의 모습이 많이 나온다고 하더라. 딸한테 하는 거나, 그런 건. 여러가지가 섞였을텐데, 엄마는 어땠는지도 생각했던 것 같고, 무의식 중에 딸을 먹이고 뒤쫓아다니면서 잔소리하던 모습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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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 '금명이'의 삶을 살았다는 문소리는 "금명이의 상견례 장면을 찍으며 딱 엄마 생각을 했다. 저희 집도 금명이, 은명이처럼 남동생이 있다. 저희 엄마가 기억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제 동생이 저보다 열 달을 먼저 결혼했다. 동생이 2월에 제가 12월에 결혼했는데 남동생 상견례 자리에서 엄마의 태도와 제 상견례 자리에서의 태도가 명확하게 비교가 됐다. 그때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는데, 이 작품을 찍으면서 더 많이 이해하게 되고 그때 생각이 나서 도움이 되고 그랬다. 저는 엄마를 한 번도 속 썩인 적이 없었고, 말 잘 듣는 딸이었다. 그런데 남동생은 종종 사고를 치기도 했다. 그런데 상견례 자리만 비교하면 '쟤가 언제 저렇게 엄마의 프라이드였나' 싶고, '나는 이렇게 모자란 애였나' 싶더라. 딸 가진 부모, 아들 가진 부모의 마음이 한국에서는 저렇다는 생각이 들고 극중 애순이가 '제가 안 가르쳤습니다'라는 말을 하는데 딸 결혼이 잘못될까봐 당당히 말도 못하잖나. 그런 모습이 생각이 났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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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는 '폭싹 속았수다'와 애순이를 애틋하게 떠나보내는 중이다. 그는 "저는 제가 나온 작품을 잘 안 본다. 진짜로 잘 안 보는데, '폭싹'은 그래도 가끔 찾아보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보고 싶을 것 같다. 딸이 시집가면 보고 싶을 것 같고, 만약에 딸이 유학을 가면 또 보고 싶을 것 같다"고 추억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