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번 전시 전까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는 작가가 자료를 토대로 상상으로 그린 단오제 모습이 이채롭다.
전시를 위해 내한한 작가는 "모든 전시작은 상상에 기반한 것"이라면서 "전시를 위해 살펴봤던 사진이나 책, 그리고 어렸을 때 친구의 한국인 어머니가 해줬던 탈춤 관련 이야기 등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단오제에 쓰이는 신주(神酒)와 함께 유교식 복장을 하고 제사를 준비하는 사람들부터 산에 올라 신이 깃든 나무를 고르는 신목행차,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장면 등 단오제의 여러 풍경을 특유의 몽환적인 화풍으로 그려냈다. 프랑스 로코코 시대 화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그네'를 좋아해 예전부터 그네를 소재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던 작가는 이번에도 단오의 그네뛰기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을 여럿 선보였다.
신화와 역사, 문학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영감을 얻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도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춘향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을 선보인다. '진달래꽃'은 사랑의 상실과 관련된 시로 해석해 꽃을 두고 두 인물의 엇갈린 시선으로 표현했다. 사랑의 신 '큐피드'처럼 활을 쏘는 모습을 담은 '몽룡' 그림 옆에는 자유롭게 거니는 '춘향' 그림을 함께 전시했다.
전시의 또 다른 볼거리는 전시장을 가득 채운 대형 벽화다. 공간을 이용한 설치 작업을 많이 했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최고 9m 높이에 달하는 스페이스K 서울의 전시장 벽을 비와 눈, 햇빛, 불같은 자연의 모습으로 채워 넣었다. 전시작의 내용과도 이어지는 벽화는 전시장에 축제의 분위기를 불어넣는다.
독일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이주한 작가는 독일과 영국의 낭만주의, 독일의 표현주의 등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윤곽선으로 대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대신 색채와 붓질로 생동감을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의 오방색(청·백·적·흑·황색) 등 채도가 높은 색을 많이 사용했다.
전시는 7월6일까지. 유료 관람.
zitron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