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천국보다 아름다운'이 따뜻하게 출발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욕세례와 물세례를 맞는 일수꾼의 삶은 역시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이해숙은 남편에게 나쁜 기운이 묻지는 않을까, 오로지 그 걱정 하나뿐이었다. 고낙준(박준)도 이해숙을 끔찍이 아끼고 사랑했다. 60년 세월이 다 보이는 아내의 뒷모습이 예쁘고 서글프다며, "당신은 지금이 제일 예뻐요. 하루 같이 살면 하루 정이 쌓여서 예쁜 건가, 지금이 제일 예뻐요"라는 그의 애정 어린 말들은 이해숙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새겨졌다.
죽음도 갈라놓지 못할 사랑이었다. 고낙준이 세상이 떠나고 난 후, 이해숙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뒤따라 저승길에 오르게 된 것. 저승행 가이드의 안내로 저승행 열차에 탑승한 이해숙의 죽음 이후의 여정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해숙을 비롯한 모두가 종착지를 알 수 없는 상태였고, 저승행 열차는 지옥역과 천국역에 멈춰서 문밖으로 망자들을 끌어내렸다. 이해숙은 천국역에 하차했고 검색대를 지나 상담실로 향했다. 천국에서 몇 살로 누구와 살겠냐는 질문에 이해숙은 고낙준의 얼굴을 떠올렸다. '지금이 가장 예쁘다'라고 말하던 남편의 모습을.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누구도 경험해 본 적 없지만, 누구나 상상해 봤을 법한 죽음과 사후세계를 현실적으로 구현했다. 죽음을 너무 무겁지도 슬프지도 않게 다루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그려냈다. 유쾌한 상상력에 독특한 설정과 세계관을 더해 '천국보다 아름다운'만의 천국을 완성했다. 무엇보다 김석윤 감독, 이남규, 김수진 작가 특유의 감성과 위트는 김혜자의 열연을 만나 다시 한번 시너지를 발휘했다. 김혜자는 시크와 러블리의 반전 매력을 드러내며 역대급 연기 변신을 선보였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