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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소중한 저주 = 제럴드 머네인 지음. 차은정 옮김.
표제작은 이름 없는 작가인 화자가 무질서한 헌책방과 그곳의 카운터에 무심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사장을 바라보며 늘어놓는 독백으로 이뤄져 있다.
화자는 미래에 자신의 책이 모두에게 잊힐 것이라 예상한다. 그러면서 40년 뒤 유일하게 화자의 책을 기억하는 남성이 책장 앞에서 책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는 장면을 상상한다.
이처럼 책에 수록된 12편의 단편소설은 기억과 상상, 내면의 세계를 감각적인 이미지로 표현한다. 의식의 흐름 기법처럼 보이면서도 정교하게 짠 구성에 따라 전개되는 머네인 소설의 특징이 잘 담겨 있다.
민음사. 424쪽.
▲ 랑 = 서정춘 지음.
"랑은 / 이음새가 좋은 말 / 너랑 나랑 또랑물 소리로 만나서 / 사랑하기 좋은 말"(시 '랑' 전문)
1968년 등단해 올해로 57주년을 맞이하고도 여전히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서정춘(84)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이다.
서정춘은 '시인의 말'에 "아하, 누군가가 말했듯이 나도 '시간보다 재능이 모자라 더 짧게는 못 썼소'"라고 썼다.
시인의 말처럼 대부분의 시가 10행에 미치지 않는 짧은 분량 안에 순도 높은 정서를 응축했다. 여기에 더해 언어의 리듬감을 살려 읽는 재미를 한껏 살려냈다.
"전라도 순천 어머니가 서울 사는 아들에게 전화를 하면서 아가 온 나라가 난리통이다잉 밥은 집에서만 묵고 다녀라잉 마스크는 꼭꼭 눌러쓰고 다녀라잉 사람들 모닥거린 데는 쳐다보지도 마라잉 이래잉 저래잉 잉잉대는 꽃벌의 날짓 소리 같은."(시 '잉' 전문)
시인의 관록을 엿볼 수 있는 짧고도 인상적인 시 31편을 수록했다.
도서출판 b. 39쪽.
▲ 반짝과 반짝 사이 = 김근 지음.
김근(52) 시인의 문학 세계를 망라한 선집이 나남문학선 53번째 책으로 출간됐다.
시인이 그간 펴낸 다섯 권의 시집에서 직접 고른 50여편의 시, 문예지 등에 발표한 8편의 산문을 담았다. 아울러 시인의 석사·박사 학위 논문을 수정해 시론으로 재구성한 두 편의 글도 수록됐다.
김근은 1998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이월' 등 다섯 편의 시가 당선돼 등단했다. 2022년 서라벌문학상, 2025년 지훈상을 받았다.
나남. 352쪽.
jaeh@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