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는 2023년 본예산부터 올해 1회 추경까지 총 7차례 건립 관련 용역 예산을 고양시의회에 요구했지만, 용역 예산 중복성의 이유나 별다른 심의 없이 번번이 삭감되며 문화체육관광부에 신청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공립박물관을 설립하려면 경기도 지방재정 투자심사를 거쳐 기본계획 수립부터 운영단계까지 까다롭게 심사하는 문체부의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그래야 문체부로부터 건립비용의 최대 4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예산 삭감에 대해 고양시의회 한 의원은 "우리 지역에 고궁박물관 수장고가 들어올 예정으로 알고 있다. 수장고가 꽤 큰 규모로 조성돼 전시도 같이 할 수 있다"며 "시에서 요구한 공립박물관 설립 용역안도 봤지만, 차별성이 없어 예산을 삭감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가 공립 박물관을 설립하려면 장기 계획과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매우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고양시 관계자는 "2019년 '고양시 역사박물관 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한차례 진행했지만 이후 건립 후보지 여건 변화, 건축비·인건비 상승, 관련 법률 변경 등으로 현실에 맞게 타당성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준비를 철저히 해 다음 추경 때 예산안을 다시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물관 건립을 준비해온 고양시는 이번 예산 삭감에 허탈해하는 표정이다.
역사 유산이 많은 도시임에도 특례시 가운데 유일하게 시립 박물관이 없기 때문이다.
고양시는 2018년 발굴된 도내동 구석기 유적부터 한반도 최초 재배 볍씨인 신석기 시대 가와지 볍씨, 고려 공양왕릉, 조선시대 벽제관에 이르는 유산을 보유한 유서 깊은 도시다.
곳곳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조선왕릉을 비롯해 북한산성, 행주산성 등 역사적인 문화유산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이곳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고양시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매장 유산은 현재까지 6만1천여 점이 넘지만, 대부분 둘 곳을 찾지 못해 국가 귀속 후 국립춘천박물관이나 대학박물관, 경기도박물관 등으로 뿔뿔이 이관된 상태다.
고양시는 1990년대 1기 신도시 개발로 시작해 현재 108만 인구의 특례시로 거듭났고 계속 도시가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화 과정에서 지역 문화유산은 소실돼왔다.
특히 창릉신도시 개발로 매장 유산 조사를 앞두면서 고양시 출토 매장 유산 확보와 체계적 보존관리·학술연구 기능을 수행할 박물관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시는 2023년 고양시 공립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 개정과 건립추진위원회 구성을 시작으로 공립박물관 건립을 추진했다.
지난해 시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공립박물관 건립 거버넌스 포럼을 개최했고, 자료 수집과 관리 조례 제정, 임시수장고 조성으로 고양시 문화유산 수집에 주력했다.
이러한 노력 덕에 매장 유산 조사기관과 협의해 비 귀속 매장 유산 350여 점을 기관 위탁으로 확보했고 기증 운동과 유물 구입으로 현재까지 고양시 문화유산 총 1천460여 건을 수집했다.
그럼에도 이런 시의 노력은 건립 관련 용역 예산 확보에 실패하며 계획 수립 단계부터 제동이 걸린 것이다.
한편 고양시와 비슷한 인구 규모의 특례시들은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시민들이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공립박물관 건립을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수원시는 직영 박물관 3곳을 운영 중이고 용인시도 지역사 전문 박물관을 갖추고 있다. 성남시 박물관은 2023년 체험 동을 우선 개관했고 창원박물관도 지방재정투자심사를 통과한 상태다.
nsh@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