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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앞에 놓인 사진 속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에 그가 각별하게 아꼈던 한국 가톨릭의 염원을 경청하기라도 하듯 특유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날 주교좌 명동성당에서 지난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는 장엄한 파이프 오르간 소리와 함께 '영원한 안식을'(Requiem aeternam)이 울려 퍼지며 시작했다.
백색 제의를 입은 사제들이 십자가와 복음서, 촛불 등을 들고 중앙 통로를 따라 입장했으며 이어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와 주한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 등이 제단에 올랐다.
정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갑작스러운 선종이 "깊은 슬픔"을 안겨줬지만 "신앙 안에서 교황님께서 주님 부활의 영광에 힘입어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가셨음을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교황이 "즉위하신 이후 우리에게 참된 신앙의 길을 몸소 보여주셨다"며 "사제들에게 양 냄새 나는 목자가 되라고 당부하시며 교회를 야전병원처럼 모든 이에게 열린 자비와 치유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셨다"고 강조했다.
정 대주교는 교황이 난민 문제의 상징과도 같았던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을 첫 사목 방문지로 택해 연대의 몸짓을 직접 보여줬고,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과도 끊임없이 대화하며 소통하고 포용하는 교회를 이루고자 애썼다고 재위 중 활동을 두루 소개했다.
"한국교회와도 깊은 인연을 맺으셨습니다. 2014년 방한 당시 한국교회의 순교자들을 위해 로마 밖에서는 처음으로 시복 미사를 몸소 직접 집전하시며 신앙의 유산을 기리셨고…."
깊은 울림을 남긴 프란치스코 교황의 2014년 8월 방한을 되돌아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교황은 즉위 후 첫 아시아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했다. 그는 당시 세월호 침몰이라는 국가적 참사로 슬픔에 잠긴 한국인들을 위로하고 순교로 신앙을 지킨 한국 가톨릭의 역사를 전 세계에 알렸다.
가스파리 대주교는 추도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단순하고 핵심을 관통하는 말로 복음을 선포하셨다"며 "난민들과 이주민을 가까이 여기셨으며 아픈 이들을 찾아가셨고 선종하기 일주일 전인 지난 주일에는 로마의 감옥을 찾아 갇힌 이들을 만나셨다"고 교황의 삶을 돌아봤다.
그는 "교회를 환대와 자비의 장소가 되게 하고, 신자 모두가 교회뿐만 아니라 세상 희망의 표징이 되도록 이끌어주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우리의 마음속에 간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까지 명동대성당 지하성당에 마련된 공식 분향소에는 1만여명이 찾아와 교황을 위해 기도하고 추모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는 26일(현지시간) 오전 10시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단 단장이 집전하는 가운데 엄수된다.
한국 천주교에서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주교, 염수정 추기경, 정순택 대주교, 임민균 신부가 장례식에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sewonle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