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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 "어려운 韓영화 위해"…'서른살' 된 부국제, '경쟁 영화제'로 다시 태어난다(종합)

안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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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4-29 12:58 | 최종수정 2025-04-29 14:00


[SC현장] "어려운 韓영화 위해"…'서른살' 된 부국제, '경쟁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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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올해로 30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국제) 기자간담회가 2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가운데, 온라인으로도 생중계 됐다. 현장에는 박광수 이사장과 정한석 신임 집행위원장, 박가언 수석 프로그래머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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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간담회에서는 박 이사장과 정 신임 집행위원장, 박 수석 프로그래머가 부국제의 새로운 변화와 향후 방향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1996년 비경쟁영화제로 출범했던 부국제는 30회를 맞는 올해 경쟁영화제로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올해부터 한 해를 대표하는 최고의 아시아 영화를 선정하는 경쟁 부문과 부산 어워드(Busan Award)를 신설한다. 경쟁 부문은 약 14편 내외를 선정하며, 엄정한 심사를 거쳐 총 5개 부문(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을 폐막식에서 시상한다.

박 이사장은 "작년 영화제 끝나고 최종 정리할 때, 올해부터 부국제가 비경쟁 영화제에서 경쟁 영화제로 바뀐다고 말씀드렸다. 국내 모든 영화제들이 부국제를 모델로 했기 때문에, 거의 다 비경쟁 영화제로 되어 있다. 저희도 경쟁 영화제로 새롭게 준비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SC현장] "어려운 韓영화 위해"…'서른살' 된 부국제, '경쟁 영화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사진 제공=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을 위한 신규 트로피도 제작된다. 디자인은 아시아 영화계의 거장이자 설치미술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이 맡았다. 개·폐막식의 운영도 기존과 달라질 예정이다. 올해부터 신설된 경쟁 부문과 연계를 강화해 폐막식에서는 경쟁 부문 시상식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또 별도로 폐막작을 초청하는 대신 대상 수상작을 상영할 예정이다. 올해 부국제 개막식과 폐막식의 연출은 영화 '파과', '허스토리', '내 아내의 모든 것',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등을 연출한 민규동 감독이 맡았다. 이외에도 부국제는 비전 섹션 확장 및 통합 신설, 미드나잇 패션 섹션의 확대 운영, 공식 초청작 선정규모 확대, 상영관 추가 확충, 포럼비프의 재개와 활성화 등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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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제는 지난 2023년 5월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이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돼 사임한 후 2년간 수장의 부재 속에서 영화제를 운영해 왔다. 이후 지난 3월 20일 열린 3차 이사회 및 2차 임시총회를 통해 정한석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를 신임 집행위원장으로 최종 선출했다. 부국제 임원추천위원회는 추천의 변을 통해 "영화제의 내외부 환경과 다양한 사정을 정통하게 이해하고 있으며, 영화제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적임자"라고 전했다.

박 이사장은 정 신임 집행위원장을 최종 선출하게 된 배경에 대해 "잘 아시겠지만, 부국제를 집행위원장 없이 2년간 운영해 왔다"며 "올해까지 총 4번에 걸쳐서 집행위원장 공모를 했고, 최종적으로 정한석 부국제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를 선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신임 집행위원장은 "업무를 3월 21일에 시작해 날짜를 세어보니 딱 한 달하고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나름대로 영화제에서 수년간 근무하면서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로서 영화제의 곳곳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위원장 직무로 바라보니 더 배우고 파악해야 할 것이 많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새롭게 바뀐 운영 기조에 대해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서, 부국제와 아시아 영화가 함께 걸어온 기억과 연대를 돌아보는 동시에, 현재의 주요 현안을 진단하고 미래 발전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라며 "한국영화가 직면한 위기를 짚어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포럼을 마련하여 실질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겠다. 또 관객이 진정으로 보고 만나기를 원하는 작품과 게스트를 초청하여, 관객이 마음껏 영화제를 누릴 수 있는 진정한 관객 친화적 영화제를 지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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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제는 예산 부족 문제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2023년 영화제 지원사업 예산을 52억 원에서 지난해 24억 원으로 대폭 삭감했다. 올해 지원금은 32억 원으로 책정되었으나, 여전히 과거 예산 규모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박 수석 프로그래머는 "제가 2010년도에 부국제 직원으로 들어왔는데, 그 당시 예산과 현재 예산의 총액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국비의 비중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2010년 국비에 비해 올해 확정된 국비는 1/3 토막 난 수준이다"고 밝혔다.

이어 "어려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워낙 물가가 많이 올랐고, 영화제를 개최하는데 드는 비용이 급속도로 상승한 상황에서 예산이 꽤 많이 줄었다"며 "물론 저희만 힘든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행사를 개최하는 모든 분들이 힘드실 거다. 동시에 한국 영화계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어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고 덧붙였다.

박 수석 프로그래머는 영화제를 장기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작년에는 스폰서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 좋은 성과를 내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올해는 경기도 그만큼 안 좋아져서 걱정이 많다"며 "제한된 예산 안에서 영화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 그래도 영화제가 어렵다고 했더니 많은 분들께서 정말 어렵다고 인식하시더라. 그 부분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어려운 상황임에도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기 때문에 이를 핑계로 삼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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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OTT 개막작 선정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부국제는 역대 최초로 OTT 영화이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인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개막작으로 선정해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바 있다. 이에 정 신임 집행위원장은 "한국영화 산업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만큼, 저희도 공감하고 실감하고 있다. 다만 여기 계신 분들 중에서 OTT를 안 보시는 분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미 한국 문화에 폭넓게 자리하고 있는 OTT를 배제하고 외면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며 "향후에도 OTT 작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제할 생각은 없다. 작품의 중요도와 가치를 중심으로 고려할 생각이다. 또한 개막작이 영화제의 전체를 상징하는 건 아니다. 작년엔 OTT 영화가 개막작이란 이유로 논란이 있었지만, 영화제 입장에서는 개막작 한 편이 아닌, 올해 신설된 경쟁 부문 14편을 포함한 240편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제30회 부국제는 오는 9월 17일부터 26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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