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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이혜영이었기에 만들어진 영화"…'파과' 민규동 감독의 고귀한 피땀눈물(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5-04-29 16:09


[SC인터뷰] "이혜영이었기에 만들어진 영화"…'파과' 민규동 감독의 고…
사진=NEW, 수필픔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그 어려운 걸 해내고야 만 민규동(55) 감독이다.

2018년 개봉한 영화 '허스토리' 이후 액션 영화 '파과'(수필름 제작)로 7년 만에 컴백한 민규동 감독. 그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파과'의 연출 과정부터 전설의 킬러 조각 역의 이혜영, 조각을 쫓는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 역의 김성철과 호흡을 맞춘 소회까지 모두 전했다.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신성방역에서 40년간 활동 중인 레전드 킬러와 그를 쫓는 미스터리한 킬러의 숨 막히는 핏빛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한국 소설에서 가장 강렬한 여성 서사라는 호평을 이끈 구병모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특히 '파과'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99) '내 아내의 모든 것'(12) '허스토리' 등을 통해 충무로 '장르 연금술사'로 등극한 민규동 감독이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전형적인 장르 연출을 탈피해 온 민규동 감독은 유례없는 캐릭터 설정과 독창적인 액션, 그리고 인간 내면을 밀도 있게 그려낸 액션 드라마 '파과'로 오랜만에 관객을 만나게 된 것. 무엇보다 올해 만 63세 '중견 배우' 이혜영을 주인공 조각으로 캐스팅한 과감한 도전으로 눈길을 끈다. 60대 킬러라는 유례없는 캐릭터를 완성, 느슨해진 한국 영화에 다시 한번 기강을 잡은 민규동 감독이다.


[SC인터뷰] "이혜영이었기에 만들어진 영화"…'파과' 민규동 감독의 고…
사진=NEW, 수필픔
이날 민규동 감독은 쉽지 않은 원작을 영화화 한 과정에 대해 "구병모 작가 스스로도 '파과'는 상업적으로 힘들다고 생각한 작품이었다. 나는 원작이 베스트셀러가 되기 전, 절판된 상황에서 발견했다. 내겐 발견한 보물 같은 재미가 있었던 원작이었다. 초고는 과거 내용이 없는 현재에 충실한 서사였다. 그렇다 보니 인간관계가 영화적 전개로 만들기엔 힘들더라. 새로운 반전이나 인물을 충실하게 만들려고 노력했고 장르적으로는 액션 영화로서, 그리고 하드보일드한 영화가 되어야만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목도 낯설고 주인공도 너무 새롭지 않나? 실제로 많은 제작자가 이 원작을 영화화 하려 많이 시도했지만 실패도 많이 했다고 하더라. 나의 감독 친구들도 '너무 하고 싶은데' '응원한다' '어렵지 않나?'라는 걱정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파과'를 완전히 도파민과 스펙터클로만 만든 노골적인 액션 영화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원작 안에 좋은 에센스가 숨겨져 있는데 굳이 (도파민 가득한 액션 영화로만) 보이지 않길 바랐다. 주인공을 상상할 때 틸다 스윈튼, 샤를리즈 테론 등이 킬러로 있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그래서 봉준호 감독의 친분을 이용해 이 시나리오를 틸다 스윈튼에게 전해줄 수 있냐고 부탁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도 당연히 전해줄 의지를 보였다. 그런데 다시 한국 영화로 돌아왔을 때 이게 왜 만들어지기 어려운지 알게 됐다. 결국은 배우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조각은 평생 준비해야 하는 인물이다. 걱정이었는데 결국 이혜영을 만났을 때 '어쩌면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관객에게 선물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지점을 느꼈다. 실제로 미팅할 때도 이혜영은 자리에 일어날 때 '아이고' 곡소리를 내기도 했고 손도 떨었다. 그런데 또 내면에는 20대 열정적인 마음이 있더라. 내면의 에너지와 외면의 카리스마, 그리고 사랑스러움이 동시에 있어 이혜영과 함께 '파과'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SC인터뷰] "이혜영이었기에 만들어진 영화"…'파과' 민규동 감독의 고…
민규동 감독은 전작 '허스토리'에서 김희애를, 신작 '파과'에서 이혜영까지 내공이 상당한 배우들과 연달아 호흡을 맞췄다. 감독에겐 자못 부담스러운 캐스팅이기도 하다. 민규동 감독은 "애니메이션 '슈렉'에서 나온 장화신은 고양이처럼 보이는 게 내 캐스팅 비결이다. '파과'는 예산도 너무 힘들고 그래서 스태프들 경험치도 많이 없었지만 그래도 나는 슬프지 않았다. 이혜영 선배를 표제로 내세울 때 이 영화의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이 고행을 내가 선택했고 고통스러웠지만 즐거웠다. 그러니까 이혜영 선배에도 즐겨달라 부탁했다. 옛날에 김희애 선배는 부산사투리, 일어 대사 때문에 촬영 전날 응급실에 가기도 했다. 저 베테랑 배우도 부담감에 위경련을 일으킨다는 사실에 충격 받았다. 결과적으로 끝없이 미움 받는 존재가 나인 것 같다"고 웃었다.

이혜영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영화가 잘 안 나오면 나는 이혜영으로부터 '민규동 인형'으로 만들어져 저주를 받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혜영 선배가 몇 번을 못하겠다 포기하기도 했다. 그동안 이혜영 선배는 영화를 혼자 끌고 간 작품도 없었고 스스로 중심적인 캐릭터의 맥락을 다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관객의 눈이 너무 높다는 걸 알고 있다. 자신 스스로도 액션 눈이 높은데 본인이 할 수 있을까 벌벌 떨었다. 리딩 때도 끝까지 못하고 주저 앉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혜영 선배는 자신의 목소리에 대한 콤플렉스도 있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싫어하는 면도 있더라. 나는 이혜영 선배가 가진 공포의 에너지가 너무 좋은 자세라고 여겼다. 배우로서 찾아볼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그 모습이 너무 좋았고 이상한 판타지 세계에 전설적인 아우라와 너무 잘 어울렸다"며 "촬영에 돌입했을 때도 조각은 남성적 액션을 준비한 게 아니라서 촬영 전 미리 짜여진 액션도 없었고 당연히 액션을 외워서 할 수도 없었다. 현장에서 순발력, 공간에 맞게 새로 쓴 액션이 많았는데 이혜영 선배는 곧 잘 소화했다. 연습량에 비해 타고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이 아니라 몸 자체로도 후보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이혜영 선배는 스스로 걱정했고 자기 증명을 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손에 불이 붙었는데도 '괜찮아' 하며 달려가서 하는걸 보면서 다시 감동했다. 올해 내가 데뷔 30년째인데 마지막 컷을 외치고 이혜형 선배에게 달려가 안아줬는데 눈물이 터지더라. 눈물이 멈추지 않더라. 끝날 수 없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했고 불가능한 일이라 여겼는데 마지막에서야 확신이 들었다"며 "이혜영 선배는 그동안 즉흥적 연기를 하다가 주 52시간 표준계약 안에 연기를 해야 하는 게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액션을 타이트하게 해야만 하는 무시무시한 프로덕션 조건을 처음엔 이해 못했다. 그래서 내가 책임지고 끌다 못해 마치 이혜영 선배의 멱살을 잡고 이끄는 기분으로 가임했는데, 하루는 이혜영 선배가 '감독이 나를 너무 안 사랑 하는 것 같아'라고 서운해 하더라. 나는 이렇게까지 배우를 사랑해 본 적 이 없는데도 말이다. 내게 이혜영 선배는 초월적 사랑이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SC인터뷰] "이혜영이었기에 만들어진 영화"…'파과' 민규동 감독의 고…
스턴트를 써야 했던 과정에서도 솔직하게 말했다. 민규동 감독은 "'파과'는 롱테이크로 이혜영 위주의 영화를 만들자는 게 출발점이었다. 액션을 위한 액션보다 이유가 있는 액션을 위해 새로운 액션을 찾아보려고 했다. 연륜이 담겨 있는 공간과 지혜로움과 순발력을 조각에 담으려고 했고 때로는 차가운 물처럼 느껴지길 바랐다. 반대로 투우는 불 같이 뜨겁고 개념적으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스턴트는 배우들이 끝내 소화하지 못한 부분을 부분적으로 채웠다. 영화를 보면서 이혜영과 김성철이 이렇게까지 본인이 액션을 다 소화 했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며 "30대 남자와 60대 여자가 싸우는데 물리적으로 '저게 말이 돼?'라는 질문이 들면 안 됐다. 때문에 투우는 지나치게 화려해 빈틈이 있는 킬러고 조각은 마지막 한수를 노리는 카운터가 되는 캐릭터로 만들었다. 더 화려하고 다양한 액션을 설계했지만 어느 순간 너무 선을 넘으면 진짜가 가짜로 보일 수 있더라. 보는 관객도 이들의 고군분투가 얼마나 어려운지 느껴지는 최고의 지점까지 액션을 만들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SC인터뷰] "이혜영이었기에 만들어진 영화"…'파과' 민규동 감독의 고…
사진=NEW, 수필픔
마지막으로 민규동 감독은 "관객은 단편적인 혹평을 한다. 나는 데뷔작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로 중3 여고생에게 '공포영화의 ㄱ자도 모르는 민규동 감독은 죽어라'라는 죽음을 종용 받으며 시작했다. 감독은 늘 '이번 영화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막다른 골목에서 영화를 만든다. 다음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게 최고의 찬사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도 같이 영화를 만드는 게 이렇게 힘들었나 싶었지만 그냥 끝까지만 가보자는 심정이었다. 이 영화도 어느 때보다 신나는 영화였고 스스로는 액션을 본격적으로 도전하는 영화였다. 새로운 것이 탄생할 때는 어려운 것이 있지 않나? 그게 감독의 숙명인 것 같다"고 곱씹었다.

'파과'는 이혜영, 김성철, 연우진 그리고 김무열, 신시아 등이 출연했고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 '간신' '허스토리'를 연출한 민규동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30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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