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가성비가 좋은 배우"..'협상의 기술' 익힌 이제훈이 판단한 가치(종합)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협상 전문가'로 분한 배우 이제훈(41)이 자신의 가치를 '가성비'로 책정했다.
JTBC 토일드라마 '협상의 기술'(이승영 극본, 안판석 연출)은 전설의 협상가로 불리는 대기업의 M&A 전문가와 그 팀의 활약상을 담은 드라마로, 이제훈은 전설의 M&A 전문가 윤주노를 연기하며 통쾌한 협상을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최종회에서는 윤주노가 산인 그룹에 다시 돌아왔을 때부터 계획했던 점보 제약 주가 조작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며, 그의 누명을 벗고 복수에 성공하는 긴 여정을 마무리 지었으며 10.3%(유료가구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종영 직후 스포츠조선과 만난 이제훈은 "이 작품이 어떤 작품보다도 종영이 많이 아쉬운 감정이 드는 것 같다. 당장이라도 이번주 토요일, 일요일에 다음 이야기가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여운이 남아서 아직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다"는 종영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제훈은 "아직 산인그룹 부채를 다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라서 그 이후에 이야기가 쓰여질 수 있는 가능성을 크게 열어놨다. 저는 뒤에 후속 이야기가 더 쓰여지기를 바라는 사람 중 하나다. 이 작품 같은 경우는 진짜 미국 드라마처럼 시즌2, 시즌3, 그리고 시즌5 이상도 갈 수 있는 스토리라고 생각해서 만약 제작사나 방송사에서 이 작품에 대한 니즈가 있다면, 시청자들의 말씀을 귀기울여 들으시고 이야기를 만들어주셨으면 하는 소망이 크다"면서 시즌2에 대한 가능성도 크게 열어둔 상태다.
심지어 첫 방송에 비해 시청률이 대폭 상승했다. 첫 방송 시청률이 3.3%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최종회는 10.3%로 세 배 이상의 시청자가 늘어난 것. 이제훈은 "이 작품의 소재가 특수성이 있고 어떻게 작품을 봐주실지, 접근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내면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보편적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계속해서 많은 시청자들이 유입되는 지표를 보다 보니 굉장히 고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협상의 기술'이라는 제목 자체가 되게 딱딱하거나 차가워보일 수 있지만, 세상 사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몰입해서 봐주시지 않았나 싶다.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예상을 많이 하시는데 그게 여타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결로 전개가 되다 보니 그런 특별함을 아껴주신 것 같다. 시작했을 때 시청률보다 마무리 된 시청률의 지표가 거의 세 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을 보니 굉장히 사람들이 몰입해서 봤다는 생각에 너무 기쁘다"고 했다.
이제훈은 '협상의 기술'에서는 협상 전문가 윤주노를 연기했고, 실제로도 소속사인 컴퍼니온과 제작사 하드컷의 대표를 맡고 있기에 '협상의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제훈은 "이 드라마를 통해, 윤주노라는 사람을 통해 많이 배웠다. 2021년도에 매니지먼트 회사를 처음 세우고, 지금까지 하다 보니 감정적으로 동요되고 그런 것들이 표출이 될 때가 많았다. 최대한 그런 것들을 감추려고 하고,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저도 사람이다 보니까 뭔가 '너무 불합리하지 않나? 왜 나에게만 이러지?' 이런 것들이 끊임없이 있던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생길 때마다 '아 괜히 회사를 차려서 이런 고생을 하고 있지. 배우 일로도 벅차고 정신이 없는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윤주노란 인물을 만나면서 어떻게 하면 더 현명하게 회사를 이끌고 사람들과 만나면서 소위 말하는 '협상'을 할 수 있는지 많이 배운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제훈은 "어떤 것을 배웠냐고 한다면, 결국에는 진실성이라는 것이다. 내가 왜 이것을 원하고 하고 싶은지, 이것을 하기 위해서 상대방은 무엇을 원하는지 그런 것들을 솔직하게 '까놓고' 이야기를 하는 거다. 그렇게 되면 에둘러서 뭔가 감추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덜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누군가를 만나서 말할 때는 제가 가진 솔직함과 진실성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고, 그것이 정말 듣는 사람에게 전달이 된다면 저는 못해낼 일이 없다는 생각을 이 작품을 통해서 하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극중 윤주노는 '좋은 상사'의 표본과 같은 인물, 부하 직원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이를 장점으로 승화시키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혜안까지 갖췄다. 이제훈에게 "당신은 어떤 종류의 사장님이냐"고 묻자 그는 "앞에서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관대한 사람처럼 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머리를 쥐어뜯거나 '이걸 어쩌면 좋지'라고 할 때가 많다. 그래서 윤주노에게 많이 배운 것이, 결국에는 해결되는 방향으로 노력을 하기에 당장의 스트레스를 받아서 내가 고통을 받는 것보다 결국에는 이걸 극복하고 긍정적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것에 대한 기대감과 마음을 가지고 행동하면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오히려 문제점이 생겼을 때 같이 의논해보고, 타개해보자는 마음으로 가니 매 작품마다 위기와 문제점이 생기는데, 그런 것들을 더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마인드가 생긴 것 같다. 인간으로서 성장과 그릇이 좀 커졌다는 생각을 근래 들어 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올해는 '시그널2'에 '모범택시3'까지 쉬지 않고 달린다. 영화 '소주전쟁'의 개봉까지 앞두고 있기에 올해는 자신을 작품에 온전히 던졌다고 말하는 그다. 이제훈은 "스케줄적으로 이런 상황이 생긴 부분에 있어서 제작사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있다. 작품 하나 하는 것도 스케줄 조율에 있어서 각자 입장이 있는데, 병행해야 하는 입장에서 양측의 스케줄을 조율하며 일단 '저'는 내려놨다. 그냥 '나를 갖다 쓰셔라. 마음대로 하셔라. 올해는 나의 인생은 없다. 움직이는대로 간다'는 마음이다. 어떻게 보면, '언제 쉬세요, 언제 개인의 행복을 찾으세요'라고 하시는데 올해는 포기했다. 작품을 통해서 그런 부분을 잘 농사짓고 싶은 마음이다. 이렇게 시즌제를 통해 다시금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기쁘고, 건강히 잘 마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훈은 "저는 번아웃이 왔다가 한 번 초월을 한 것 같다. 러닝을 하다 보면 '세컨드 윈드'라고 해서 쓰러지고 퍼져야 하는 상황에서 한계를 넘어서 정신과 육체가 자신을 지배해 끊임없이 달려가는 상황인 것이다. 비로소 작품이 끝나고 쉴 수 있는 시간이 왔을 때 그때서야 다음을 생각할 것 같다"며 "예전에는 드라마 찍을 때 밤을 새고 집에 못 들어가고 3~4일을 연달아 촬영했을 때 '이거는 진짜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너무 괴롭다. 이렇게까지 연기하는 게 맞나' 싶기도 했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과정들이 당연히 힘들지만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도 많이 한다. 이렇게 연기를 할 수 있다니, 더 잘하고 싶다. 불평, 불만보다 내가 조금 더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는지 고민이 크다 보니 변화한 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진심으로 애정하고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요즘에 더 많이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이제훈은 또 "'이 배우는 작품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는 배우구나', '열과 성을 다해 갈아넣는 배우'라는 것을 전 작품을 통해 결과물로서 보셨거나 같이 참여한 배우들에게서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자기 자신이 어떻게 보여주는 것보다 내가 어떻게 쓰이면 좋겠고 그런 것들을 진심으로 하는 배우라는 것이 크리에이터 분들에게 전달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 친구는 진짜 가성비도 괜찮은데 효율도 좋네' 하면서 사업적 측면에서도 그러니 쓸 수 있지 않나"라면서 "(출연료 부분에서는)무리하지 않고 윈윈을 하고 싶다. '나 이 작품 하고 은퇴할 거니까, (출연료)맥스를 찍고 끝내겠습니다'라는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배우다. 그래서 가격을 통해 평가받는 사람이 아니라, 가치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 같다. 배우로서 가치를 계속 함께, 빛을 내고 싶은 사람이라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2025-04-23 10:2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