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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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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전국심판협의회는 23일 대전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집단행동에 나섰다. '경기 보이콧'이라는 총강수를 꺼냈다. 심판협의회는 24일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에게 박치환 회장 명의로 보낸 공문에서 '서울-광주 간의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주심의 핸드볼 페널티킥 선언 오심에 관한 징계 처분이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바로 잡히는 날까지 프로, 아마 모든 리그 심판활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광주전이 발단이었다. 당시 주심으로 나섰던 김성호 심판은 서울이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18분 이상호가 올린 크로스가 광주 수비수 박동진의 손에 맞았다며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광주 선수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TV중계 화면에는 볼이 박동진의 옆구리와 등 사이에 맞은 것으로 드러나 오심 논란이 불거졌다. 광주는 이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허용한데 이어 역전골까지 내주며 1대2로 패했다. 기영옥 광주 단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심판판정에 강하게 반발했고 프로연맹에 해당건을 공식 제소하기에 이르렀다. 조사 결과 제2부심이 무선 교신으로 페널티킥 의견을 주심에게 전달했음에도 판정 분석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부인한 사실도 드러나 자질 논란이 빚어졌다. 결국 프로연맹은 진술을 번복한 제2부심을 퇴출시켰고, 김성호 심판은 무기한 배정 정지 결정을 내렸다.
심판들은 연맹의 결정이 가혹한 처사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일단 25~26일 열린 K리그 챌린지와 U리그는 정상적으로 진행됐지만, 이것이 문제의 해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심판들은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28일 심판협의회와 프로연맹이 만나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여기서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사태는 의외로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심판들이 '보이콧'까지 언급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형평성이다. 오심에 대한 징계를 거부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오심이 발생했을때 프로연맹이 해당 심판에 내리는 처벌은 2~3경기 배정 금지 조치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퇴출 및 무기한 배정 정지라는 중징계가 내려졌다. 좋지 않은 여론으로 인해 프로연맹이 과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심판들의 생각이다. 박 심판협의회장도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잘못된 판정은 나올 수 있는 부분인데, 오심 하나 때문에 중징계를 받는 것은 너무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징계 결정 당시 절차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심판협의회는 성명에서 '당사자 입회 진술 및 소명이 포함된 판정 분석 및 이에 따른 결론을 당사자들에게 서면으로 알려야 했음에도 조영증 심판위원장이 당사자들과 통화 후 일방적인 징계를 내렸다'며 '적법절차를 무시한 프로연맹의 일방적 태도에 분노를 느낀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이유는 '고의성'에 대한 억울함이다. 오심을 주장하는 것과 고의성을 주장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광주는 20일 프로연맹에 '심판 고의성 여부 판단'을 요청했다. 기 단장이 적극적인 해명을 요구했다. 프로연맹은 광주의 요청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심판들은 외부가 아닌 축구계 내부에서 '고의성'이라는 단어를 꺼낸 것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다. 이미 '중징계 자체가 고의성을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는 심판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미 심판협의회 내에서는 "광주 경기만큼은 심판을 거부하자"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대한 불만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언론은 이번 판정에 대해 부정적인 논조를 전했다. 과거 퇴출됐던 김 주심의 이력까지 상세히 보도됐다. 심판들은 이부분에 대해 좋지 않은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심판협의회장은 "사실 우리가 보이콧을 하려는 건 아니고 결국 잘못된 부분을 시정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언론의 문제를 가지고 심판이 다치면 안된다"고 했다. '언론의 문제'에 대해선 "연맹, 협회와 이야기를 한 뒤 밝힐 부분"이라며 "지금 언급할 문제는 아니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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