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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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백승호 '바르셀로나 듀오'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소속팀 출전 시간이 적었기 때문이다. 두 선수 뿐 아니라 프로팀에 소속된 대다수의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지 못해 신 감독도 고민이 깊었다.
하지만 온두라스전에서 본 선수들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초반엔 손발이 맞지 않았다. 시간이 가면서 나아졌다. 특히 이승우 백승호의 경기력이 눈에 띄었다. 뛰어난 기술과 감각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온두라스 수비 2~3명 사이에서도 공을 지켜냈다. 좌우 풀백으로 나섰던 우찬양(포항) 윤종규(서울)도 100%는 아니지만 괜찮았다. 신 감독은 "(선수들)경기 감각이 떨어져서 우려스러웠지만 나름대로 잘 해줬. 앞으로 더 잘 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 감독은 월드컵을 대비해 비밀 무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바로 세트피스. 베일에 가려졌던 세트피스가 온두라스전에서 일부 공개됐다. 1m95의 장신 수비수 정태욱과 수비형 미드필더 김승우의 활용이 돋보였다. 코너킥, 프리킥 상황에서 정태욱을 적극 활용했다. 동료들은 정태욱 주변으로 이동해 상대 수비 동선에 혼선을 줬다. 그리고 배후 공간을 김승우가 노렸다.
적중했다. 세 골 모두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경기 후 카를로스 타보라 온두라스 감독도 "한국은 세트피스 준비가 잘 돼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진현
이날 최대 소득이다. 2015년 발렌틴 그라나트킨 U-18 친선대회 이후 오랜만에 대표팀에 입성한 이진현. 신 감독 체제에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한찬희 김승우와 함께 2선을 구성한 이진현은 공수에 걸쳐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다. 백미는 왼발 킥이었다.
이진현은 전반 43분 2-1 역전골의 시발점이 된 예리한 코너킥을 했다. 후반 4분엔 백승호의 헤딩골을 돕는 왼발 프리킥을 했다. 볼 키핑도 수준급이었다.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침투패스도 날카로웠다. 이진현의 등장으로 신태용호 2선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수비는 아직…
수비는 여전히 문제로 지적됐다. 불안한 장면들을 노출했다. 빌드업은 부정확했고, 상대 공격수와의 1대1에서 밀리는 모습들이 있었다. 그리고 뒷 공간으로 침투하는 선수들을 놓치기도 했다. 3골을 넣었지만, 2골을 내준 점은 곱씹을 부분이다.
신 감독은 "수비 조직을 이틀간 준비했다. 첫 실점은 이상민의 실수가 있었다"며 "앞으로 실수에 대해서 선수들이 생각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서다가도 실수 하나로 질 수 있다는 걸 선수들도 느꼈을 것"이라며 "앞으로 더 조직력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