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에도 비디오 판독 시대가 열린다. 프로축구연맹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승인을 받아 오는 7월부터 VAR(Video Assistant Referee)를 실시하기로 했다. 정식 시행에 앞서 지난달 29일부터 라운드마다 세 경기씩 실전과 같은 비디오 판독 시스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비디오판독을 위해서는 과연 어떤 장비가 필요하고, 또 어떻게 운영되는 것일까. 프로축구, 비디오판독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스포츠조선이 제주와 인천 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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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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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 차량은 종합상황실
지난 30일 제주-수원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8라운드가 펼쳐진 제주종합경기장.
오전 8시, 경기장 앞 주차장에는 K리그 로고가 찍힌 럭셔리 미니버스 차량이 대기 중이었다. VAR(Video Assistant Referee) 전용 밴이었다. 비디오판독을 위해서는 어떤 장비와 인력이 필요할까.
우선 VAR 운영을 위해선 최소 세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영상을 분석하는 보조심판 2명과 오퍼레이터 1명이다. 하드웨어 구축은 경기 시작 5시간 전부터 진행된다. 방송중계 카메라 10대, 연맹이 보유한 골라인 카메라 2대 등 총 12대가 경기장에 설치된다. EPL에선 경기당 최소 16대, 최대 32대의 카메라가 경기장에 깔린다. 다양한 각도에서 플레이 장면을 포착한다. 이렇게 촬영된 모든 영상은 VAR 사령부격인 밴으로 전송된다.
VAR 밴은 그야말로 작은 중계방송차다. 내부에는 23인치 모니터 6대와 미니 모니터 16대가 장착돼 있다. 생중계, 골라인, 오프사이드, 5초 뒤 영상 등 다양한 작업이 모니터를 통해 구현된다.
또 터치스크린 2대가 마련돼 비디오 판독 상황이 펼쳐지면 확대해 볼 수도 있다. VAR 밴에 있는 보조심판과 오퍼레이터는 판독 상황에 대한 4가지 좋은 앵글을 그라운드에 위치한 VAR 심판의 터치스크린에 전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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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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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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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 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기'의 안정적 공급이다. 모든 장비가 케이블을 통해 연결돼 있기 때문에 정전은 가장 큰 돌발상황이다. '블랙아웃(정전 사태)'에 대비해 발전기, 자체 동력 등 3단계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VAR 차량 개조와 판독 장비 구입은 국내 업체인 유엠비즈에서 진행했다. 유도와 검도 종목의 비디오 판독을 돕고 있는 유엠비즈는 벌써 이 사업으로 적자가 났다고 한다. 주어진 예산을 초과해 차량 개조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VAR 시스템을 총괄 운영하고 있는 박종수 프로축구연맹 대리는 "기본적으로 차량을 개조하는데 두 달이 걸린다. 그런데 야간작업까지 하면서 한 달만에 개조를 마쳤다. 빠르게 비디오 판독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도영 유엠비즈 이사는 "축구를 비롯해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없었으면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사업을 진행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프로축구가 발전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VAR 밴의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장마철 때 VAR 밴의 핵심인 트렁크에 비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천막을 덮을 수 있는 개조까지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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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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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VAR 밴에서 활용된 영상 클립은 일회용이 아니다. 재활용된다. 프로축구 심판 교육용 사이트에 저장돼 교육자료로 쓰인다. 박 대리는 "한국이 FIFA에서 14번째 비디오 판독을 승인 받은 나라가 됐다. 그래도 아시아에선 가장 좋은 시스템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 시스템을 통해 다시는 판정시비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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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베테랑이자 국제심판인 고형진 심판이 인천-울산전 VAR밴 시범운영 현장에서 판정 분석 기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천=최만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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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 어떻게 운영되나 봤더니…
4월 30일 오후 5시 인천-울산전이 열린 인천축구전용경기장. VAR밴에는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기술진은 시스템 세팅과 테스트에 여념이 없었고, 한쪽에서는 K리그 심판 6명이 '열공'모드였다. 하반기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K리그 심판들은 교대로 VAR밴이 투입되는 현장에서 실습교육을 받는다.
그만큼 몸도 고달프다. 이날 인천에 모인 심판들은 전날 열린 K리그 경기에 주·부심으로 배정됐다가 VAR 교육을 위해 달려왔다. 프로축구연맹 김진형 부장은 "VAR의 생명은 신속·정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조심판들이 숙련돼야 한다"면서 "심판들 모두가 쉬지 않고 경기장 배정-VAR 실습을 반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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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인천-울산의 경기가 열리기 전 VAR밴 통제실에서 오퍼레이터가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인천=최만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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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퍼레이터가 기술적인 지원을 하지만 심판들도 영상을 보면서 문제의 장면을 컨트롤해야 하기 때문에 장비 다루는 기술도 함께 배워야 한다. 최대한 신속한 판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심판석 앞에 설치된 터치스크린의 화면은 최대 12개까지 분할된다. 메인 중계 화면과 터치스크린 분할 화면을 동시에 관찰하려니 눈이 돌아갈 지경이다. 그나마 요즘은 시범 운용 기간이라 기술 강의를 듣고 심판들간 토의를 하는 등 여유가 있지만 실제 운영에 들어가면 한눈 팔 겨를이 없을거라고 한다.
이날 인천에서는 심판들이 15분씩 돌아가며 보조심판석에 앉아 실전 연습을 했다. 다른 심판들은 강의 내용과 모니터링 실제 사례를 받아적느라 '열공' 분위기였다.
킥오프 휘슬이 울리자 시선은 일제히 모니터로 집중된다. 적막감이 흐른다. 전반 4분 첫 휘슬이 울렸다. VAR밴 통제실도 바빠졌다. "저 장면 빨리 마킹(화면 분석을 위해 특정 장면을 저장하는 기능)해봅시다." 각도에 따라 카메라를 돌려보자 파울 장면이 정확하게 잡혔다. "음 그렇네. 울산 이종호가 팔꿈치를 썼군. 제대로 본 판정이야." "만약 이런 경우, 경고 또는 퇴장성이면 헤드셋 마이크를 통해 주심에게 통보해줘야 합니다"라는 고참 심판의 조언도 곁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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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했던 VAR밴은 경기가 시작되자 K리그 심판들이 좁은 공간에서도 실전 교육을 받기 위해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인천=최만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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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쯤 지났을까. 터치스크린이 갑자기 꺼졌다. 교육받던 심판들도 당황했다. 일반 컴퓨터 모니터처럼 절전모드여서 발생한 돌발상황이었다. "이럴 때는 마우스를 계속 움직여줘야 하는 하는군." 심판들에겐 훌륭한 '꿀팁'이었다. 전반 15분 심판들이 "어!"하고 깜짝 놀라며 다시 바빠진다. 즉시 경고가 나온 상황. 영상분석 결과 울산 정승현이 인천 한석종과의 공중볼 경합 도중 팔꿈치로 가격한 장면이 딱 걸렸다. VAR의 위력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교육에서는 K리그 베테랑이자 국제심판이기도 한 고형진 심판(35)이 주로 노하우를 교류하는 역할을 맡았다. 고형진 심판은 "심판들이 처음 접하는 기술이라는 점이 주요 애로사항이다. 하지만 시간을 최대한 단축해 판독하기 위해 모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면서 "VAR 도입에 대해 심판의 영역이 축소된다는 우려보다 오심을 줄여 판정 신뢰도를 높이면 심판에 대한 존경심도 높아질 것이란 취지에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휴일을 반납하고 실습현장을 점검한 연맹 고위 관계자는 "최근 논란이 된 오심은 VAR로 다 잡아낼 수 있는 것이다. 오심이 더 사라지면 공정한 축구판에 인식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인천=최만식, 제주=김진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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