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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그렇게 됐더라구요. 저도 몰랐어요…."
오반석의 2016년은 빛과 어둠이 공존했다. 일단 팀이 리그 3위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 자격을 획득했다. 경사였다. 하지만 오반석은 마냥 웃을 수 없었다. 부상으로 공백이 컸다. 연이은 줄부상으로 그라운드 위보다 밖에서 보낸 시간이 길었다. 리그 16경기 출전에 불과했다.
이를 갈았다. 올 시즌엔 100% 컨디션을 유지하며 제주 최후방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제주에서만 여섯 시즌째 뛰고 있는 오반석, 주장 완장도 그의 몫이다. "부담도 있지만 동료들이 잘 해줘서 큰 문제는 없다."
'제주 외길'만 걸었다.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베스트 경기'가 궁금했다. 시간이 걸렸다. 자신에게 워낙 평가가 박했다. "내가 딱히 뭘 한 게 없는데…." 한참 뒤 입을 열었다. "음…. 난 내 스스로에게 좀 짜다. 내가 막 잘했다고 생각드는 건 솔직히 없다"면서도 "그런데 딱 한 장면 떠오르는 게 있다"고 했다.
2년 전 일이다. 2015년 7월 8일 포항전. 오반석은 "후반에 상대 슈팅 두 번을 연달아 몸을 날려 막았다. 내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이 들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런데 오반석이 계속 웃는다. "아~ 근데 그 때 핸드볼 파울 판정이 나오면서 바로 퇴장을 당했다. 하필 기억에 남는 게 퇴장으로 연결돼서 좀 그렇긴 한데 그래도 지금 돌이켜 보니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고 했다. 당시 제주는 4대3 승리를 거뒀다.
오반석은 "제주가 나를 받아주지 않았다면 내가 지금 어디서 뭘 할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한 구단에서 계속 뛰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알았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 해야 했다. 같은 환경에서 계속 있다보니 새로운 동기부여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내 150번째 출전도 잊고 살았는데 돌아보니 나도, 팀도 한 뼘 이상씩은 성장을 했더라. 묘하면서도 뿌듯한 기분"이라고 했다.
오반석은 그야말로 제주의 보물이자 수호신이다. 지금 K리그에 이만한 '원클럽맨'은 찾기 어렵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