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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꼭 갚아주리라. 하지만 재미는 있네.'
일종의 내기에서 져 벌칙수행을 해야 한다.
속이 쓰리고 약이 오를 만도 하지만 벌칙을 준비하는 표정이 어둡지만은 않다. 팬 서비스때문이란다.
K리그 챌린지 부산 아이파크 이야기다. 부산은 올시즌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 이웃동네 경남과의 매치를 '낙동강 더비'로 정했다.
'깃발더비(성남-수원FC)', '4호선 더비(안산-안양)' 등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경쟁심을 자극하는 기존의 상품과 달리 부산과 경남 구단간 민간 주도형 더비다.
낙동강을 공유하는 두 지역이 선의의 경쟁으로 동업자 정신을 다지고 팬들에게 경기 외적인 즐길 거리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그래서 흥미로운 벌칙도 주고 받기로 했다.
지난 3월 19일 시즌 첫 번째 맞대결에서는 1대1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가 3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K리그 챌린지 10라운드 더비서는 부산이 0대1로 패했다.
현재 리그 1(경남), 2위(부산)로 치열하게 선두 경쟁 중인 두 팀. 패배로 끝난 게 아니었다. 첫 대결에서 소진하지 못해 이월된 벌칙이 남아 있다.
두 팀은 낙동강 더비 승패에 대해 3가지 벌칙을 내걸었다. 첫째, 패배 팀은 다음 홈경기때 구단 상징품을 착용한 승리팀 원정팬 100명에게 입장 티켓을 무료로 제공하기다. 이 벌칙은 다음 맞대결때 소위 '돈으로 막으면'된다.
나머지 2가지는 다소 굴욕적이다. 패배 팀의 마스코트가 승리 팀의 홈경기에 방문해 승리 팀의 서포터스와 함께 응원전 봉사를 해주고, 승리 팀에게 지역 특산물을 조공하며 승리 팀에 대한 예우를 갖추는 것이다.
부산은 최근 벌칙 대책회의를 갖고 경남에 갖다바칠 조공품으로 부산의 명물 어묵을 선물하기로 했다. 부산 구단과 후원 계약을 한 부산의 유명 어묵업체의 대표제품을 엄선해 경남 팬들도 맛볼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부산 마스코트 '똑디'의 기사단 인형을 뒤집어 쓰고 경남을 응원해주는 '원정 알바'에는 김병석 사무국장이 '총대'를 메기로 했다.
김 국장은 다음달 4일 부천과의 경남 홈경기를 찾아가 부산 어묵을 조공한 뒤 이른 더위에 숨이 턱턱 막히는 마스코트를 쓰고 경남 응원단을 돕는다. 라이벌 팀 마스코트가 적지에서 상대 팀 마스코트와 함께 '연합군'을 형성하는 장면은 전례없는 볼거리다. 축구팬들로서는 축구보는 재미가 배가될 수 있다.
마스코트 응원에 구단 팀장급 직원을 대신 보내도 되지만 일부러 자원한 김 국장은 팬 서비스를 위해 만든 낙동강 더비가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다면 창피스러운 희생은 감수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지역 정서때문에 부산을 만나면 으르렁대기 일쑤였던 경남팬들이 즐거워할 모습을 상상하니 부산 구단도 한편으로 벌칙 준비가 유쾌하다.
그러면서 내심 소망하는 게 있다. 벌칙 수행을 똑똑히 지켜본 부산 선수들이 '다음 더비때 반드시 갚아주겠다'며 더욱 똘똘 뭉치는 것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