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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를 풀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네요."
6일 수원 삼성과의 FA컵 16강전을 시작하기 전이었다. 조 감독이 조심스럽게 꺼낸 말은 백동규(26)의 '일본 방문 사과'건이었다.
조 감독은 "우라와 레즈전 충돌사건과 관련해 (백)동규가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진심 어린 사과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제주 수비수 백동규가 대인배 사과 원정에 나선다. 백동규는 최근 '우라와 원정 충돌사건'에서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이 과정에서 연장 후반 막판 코너킥 상황에서 우라와가 시간을 끌자 제주 주장 권순형과 우라와 즐라탄 류비안키치가 언쟁을 벌이며 충돌했다. 그런데 벤치에서 대기하던 백동규가 동료가 맞은 줄 착각하고 그라운드에 난입해 류비안키치 옆에 서 있던 아베 유키(우라와)를 팔꿈치로 가격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백동규는 즉시 퇴장당했고, 제주의 0대3으로 패배로 끝났다.
이후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징계가 예정됐고 거센 논란이 일었다. 일본 측은 제주가 폭력사태를 일으켰다고 주장하지만 제주는 우라와 선수들이 비신사적으로 감정을 자극하는 등 원인 제공을 했다며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등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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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백동규가 당시 충돌사태를 악화시킬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백동규는 양측이 충돌한 줄 알고 말리려고 달려들었고 실랑이를 저지하기 위해 뿌리치는 과정에서 아베를 가격한 것처럼 보였다는 게 조 감독과 제주 구단의 설명이다. 백동규도 마음고생이 컸다. 평소 욕 한마디 못하는 순둥이로 통했는데 폭력사태의 주범으로 비쳐졌기에 더욱 그랬다.
그러자 백동규가 대승적인 결심을 했다. 일본으로 직접 건너가서 사과의 뜻을 전하기로 한 것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메신저를 통해 사과하는 것으로 성의를 보이려고 했지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제주 구단에 따르면 백동규는 7일부터 주어지는 선수단 휴식기를 이용해 일본으로 건너가 아베를 직접 만난 뒤 사과를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때마침 우라와 선수단도 휴식기를 갖고 있어서 현재 우라와 구단 측을 통해 아베를 면담할 수 있는 방법을 요청했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조 감독은 "백동규의 의지가 강했다. 충돌사건 당시 제주 선수단이 억울했던 점을 떠나 이유가 어떻게 됐든 아베에게 피해를 입힌 상황에 대해 명확하게 오해를 풀고 화해하고 싶다고 해서 동규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제주 구단 관계자는 "백동규가 제주에는 항공편이 마땅치 않아 부산에서 건너가는 일본행 항공편을 미리 알아보는 등 우라와 측의 수용 답변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우라와 충돌사건'에 대해 제주 선수단으로서도 가해자로만 비치는 게 억울한 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진실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백동규의 '일본 원정 사과'가 지나친 저자세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백동규의 진정성은 단 하나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당시 자신이 보인 행동에 대해서만큼은 깔끔하게 먼저 사과하고 화해의 물꼬를 트자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백동규의 아내가 재일교포라고 한다. 백동규는 아내와 함께 부부 동반으로 일본을 방문해 아내가 통역을 하는 가운데 사과의 뜻을 전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역사적으로 진정성있는 '사과'를 두고 갈등이 많은 한·일 관계. 스포츠에서는 그러지 말자는 게 '순둥이' 청년 백동규의 광폭 행보였다.
제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