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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깎신'주세혁이 말하는 '믿는 후배'이상수의 銅 쾌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7-06-08 22:21



"(이)상수는 무조건 믿는 후배죠."

'깎신' 주세혁(37·삼성생명)은 '일병' 이상수(27·국군체육부대)의 뒤셀도르프세계탁구선수권 남자단식 동메달 쾌거에 반색했다. 이상수는 '우승자' 마롱, '준우승자' 판젠동, '4강' 쉬신과 함께 유일한 비중국인 선수로 시상대에 올랐다. 주세혁은 14년 전인 2003년 파리세계선수권 남자단식에서 준우승했다. 대한민국 남자탁구 최초로 세계선수권 남자단식 결승 무대에 올랐다. 4강에서 최강 중국 마린을 꺾었다. 1991년 김택수(현 남자탁구대표팀 감독), 2005년 오상은(현 미래에셋대우 코치), 2007년 유승민(현 IOC선수위원)이 동메달을 획득했지만, 은메달리스트는 주세혁이 유일하다. 유승민 이후 10년만에 나온 메달, '믿는 후배' 이상수의 쾌거를 주세혁은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이상수는 주세혁의 삼성생명 10년 후배이자 지난해까지 대표팀에서 동고동락한 동료다. 주세혁이 2003년 상무 입대 직후 세계선수권 준우승 쾌거를 썼듯이, 이상수 역시 올해 초 국군체육부대 입대 후 첫 출전한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세혁은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수비수다. 마롱, 장지커 등 세계 최강 중국 선수들이 인정하는 선수, 외국 팬들이 더 열광하는 선수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오상은-유승민과 함께 단체전 은메달을 따낸 주세혁은 이후 나홀로 대표팀에 남았다. 지난해 리우올림픽까지 이상수, 정영식 등 열 살 이상 어린 후배들과 동고동락했다. 한국 탁구, 태극마크의 사명감이었다. 대한민국 탁구가 4강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자청했다. 지난해 쿠알라룸푸르세계선수권, 리우올림픽에서 남자탁구가 4강권을 유지한 데는 묵묵하게, 든든하게 버텨준 '맏형' 주세혁의 투혼이 있었다. 리우올림픽 이후 주세혁은 "이제는 할 일을 다한 것 같다. 후배들이 충분히 더 잘해낼 것"이라며 대표팀에서 조용히 물러났다. '깎신' 없이 출전한 첫 세계선수권, '닥공' 이상수가 제대로 사고를 쳤다.

주세혁은 이상수의 선전에 대해 "나는 상수를 무조건 믿는다"며 절대 신뢰를 표했다. "동메달도 좋지만, 세계 4위 장지커, 세계 13위 블라디미르 삼소노프, 세계 7위 웡춘팅을 잇달아 꺾은 과정이 대단한 것"이라며 후배를 아낌없이 칭찬했다. "냉정하게 기술 자체만 놓고 봤을 때 세계 무대에서 밀리지 않는 몇몇 후배들이 있다. 경험, 심리, 경기운영에서 밀리는 것이지 기술만 떼놓고 봤을 때 안밀리는 후배들"이라고 했다. 이상수는 바로 '그런 후배' 중 한명이다. '백전노장' 주세혁은 최고의 지략가다. 지난 20년간 중국, 유럽을 오가며 전세계 수많은 선수, 수많은 구질을 직접 맞부딪치며 체득한 노하우와 데이터, 통찰력은 독보적이다.

주세혁은 "5년 전쯤 상수에게 20대 후반이 되면 탁구판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예언'의 근거는 확실했다. "전형상 셰이크핸드 선수는 늦게 뜬다." 그러면서 '셰이크핸드 레전드' 오상은을 예로 들었다. "나같은 수비형, 유승민같은 펜홀더들은 희소하기 때문에 국제 무대에서 두각을 빨리 나타낸다. 상은이형도 1995년부터 단체전에 나섰지만 실업 7~8년차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2001년 오사카 대회 단체전에서 에이스로 활약했고, 2005년 대회에서 단식 동메달을 따냈다"고 했다. "기술에 경험, 운영이 더해지면 탁구는 좋아질 수밖에 없다. 대신 20대 후반에 체력이 떨어지면 안된다. 상수는 자기 관리도 잘할 뿐더러 끝없이 노력하고 늘 연구하는 선수다. 좋은 기술에 경험이 더해지고, 강한 체력이 받쳐주면 판을 장악할 힘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후배들의 파이팅도 독려했다. "(이)상수뿐 아니라 국가대표, 상비군에 좋은 후배들이 많이 있다. 매경기 '단체전'이라는 생각으로, 강한 사명감을 갖고, 실력을 100% 발휘하면 세계 20위 이내의 선수들을 3번 중 한번은 이길 수 있다. 상비군 12명 모두 다 그런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리우올림픽 때 정영식이 잘했고, 아시아선수권에서 정상은, 장우진이 잘해줬다. 코리아오픈에선 임종훈이 잘했다. 세계선수권에서는 이상수가 해줬다. 매대회 선의의 경쟁을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남자탁구의 미래는 밝다"며 든든함을 표했다.

주세혁의 세계선수권 남자단식 은메달 기록은 무려 14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기록 보유자로서 욕심'을 묻는 우문에 '깎신'은 말도 안된다며 웃었다. "금메달을 딴 것도 아니고, 은메달인데… 저를 뛰어넘는 후배가 하루 빨리 나오길 간절히 바라죠. 당연히."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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