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생활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시작은 초라했다. 2013년 챌린지(2부리그) 소속 고양에 입단하며 프로에 데뷔했다. 두 시즌간 56경기서 7골-2도움의 초라한 성적에 그쳤던 주민규는 2015년 서울 이랜드로 이적한 뒤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적 첫 해 40경기서 23골-7도움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엔 29경기서 14골-3도움을 올렸다. 미드필드 뿐만 아니라 최전방 원톱까지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활동량과 순간 돌파, 결정력까지 수준급의 기량을 과시했다. 상주에서 올해 클래식 무대를 처음 경험할 때만 해도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윗물'의 수준 차는 만만치 않았다. 주민규는 지난 7월까지 18경기에 출전해 고작 4골에 그쳤다. 챌린지 무대를 호령했던 화려한 돌파나 왕성한 활동량은 클래식 무대에서 수그러졌다. '챌린지용'이라는 비난이 뒤따랐다. 부담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주민규는 시즌 전 김태완 상주 감독과의 면담 자리에서 "나는 클래식에 어울리지 않는 선수인 것 같다. 부담이 크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김태완 감독은 뚝심있게 주민규에게 기회를 줬다. 화려하지 않지만 그의 성실한 태도에 주목했다. 부진이 이어질 때도 "넌 할 수 있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선수"라고 격려했다.
'일병' 주민규는 최근 전역한 선임병들의 빈자리를 지켜야 하는 내무반의 중심이자 상주 팀 전력의 핵심이다. 하지만 여전히 클래식 무대에서는 도전자다. 노력과 신뢰 속에 비로소 꽃을 피운 주민규가 더 높은 고지를 바라보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