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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은 지난 17일 K리그 클래식 29라운드 포항 원정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통산 197골 71도움으로 전인미답의 70골-70도움 고지에 올랐다.
가을하늘이 유난히 높던 22일, 전북 완주 봉동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이동국에게 K리그 레전드이자 절친 11명의 '돌직구' 질문을 대신 던졌다. 최강희 감독, 신태용 감독, 김은중, 김병지, 김상식, 염기훈, 이근호… '살아있는 전설'은 K리그 그라운드에서 함께 꿈을 키운 '절친'들의 질문에 때론 유쾌하게, 때론 진지하게 마음을 담아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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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웃음)근호가 작년에 전북에 함께 있을 때 정말 재밌게 잘 지냈다. 'FA 대박' 이야기는 이번에 대표팀 가서도 우리끼리 농담삼아 많이 했다. 2~3년은 힘들어서 1년씩밖에 못하겠다고…. 솔직히 기간에 얽매여서 하고 싶지는 않다. 좋은 경기력을 유지할 때까지 하고 싶다. 1년 하고 안되면 해외 진출 노려야지. 하하. 다산 이야기는 직접 물어보지, 왜…(웃음), 막둥이(이시안)가 아빠를 자랑스럽게 느낄 수 있을 때까지 뛰고 싶다. 그럴려면 계속 박수 받아야 한다. 최상의 컨디션까지는 뛰겠지만 '아니다' 싶을 때는 과감하게 용기를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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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이형 기록 달성하자마자 '대단하다'고 축하메시지 보냈다. 예전부터 궁금했다. 형은 애가 다섯이고, 틈틈이 방송 출연도 하는데 경기장에서 여전히 튼실하다. 나는 형보다 4살 어리지만 쉽지 않다. 평소에 어떻게 몸 관리를 하는지 비법 좀 공유하자. (이동국이 70-70 기대하는 수원 염기훈)
▶(염)기훈아, 넌 내 기록을 1~2년 안에 넘어설 거야. 100골-100도움도 충분히 가능해. 이미 어시스트가 98개잖다. 다들 말하지만 골보다 어시스트가 어려워. 골은 혼자서도 할 수 있고 페널티킥도 있지만, 어시스트는 동료들이 잘 넣어줘야 하니까. 60-60 달성했으니 한시즌에 10골을 넣을 수도 있고, 2~3년안에 10골을 넣으면 70-70은 충분히 가능할 것같아. 어시스트는 이미 100개 가까우니까, K리그가 깨지 못할 100-100기록도 달성할 수 있을 거야. 체력 유지 비법은 뭐 따로 있겠니. 즐겁게 생활하고, 즐겁게 운동하고… 아! 집에 가면 애들하고 회복운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 애들하고 땀 흘리면서 놀아주고, 잠시의 빈틈도 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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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에 B급 지도자 과정 들어간 것도 사실 아버지 영향이 컸다. 계속 지도자 준비를 해야한다고 아버지가 마르고 닳도록 이야기하셨다. 아버지가 약주 한잔 하고 오시면 늘 지도자 이야기를 하셨다. 은퇴 후의 삶에 대한 불안감이셨던 것같다. 부모님들은 늘 '자격증' '기술' 말씀하시지 않나. 원래는 선수 끝나고 할 생각이었는데… 지도자를 할지 안할지 모르지만, 아버지 걱정에 B급까지 땄다. 내년에 A급도 생각중이다. 아버지, 잘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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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80 기록을 염두에 두고 있진 않아요. 사실 '200골' '300골' 넣고 싶다는 욕심은 있어도 어시스트를 많이 하겠다는 욕심은 없었거든요.. 매시즌 내 목표는 늘 도움왕이 아닌 득점왕이고, 스트라이커로서 내 포지션에서 가장 잘하는 것, 골을 많이 넣는 것이 목표입니다. 골을 넣으려 움직이다보니, 볼을 못받더라도 도움이 되는 움직임을 하려다 보니 도움 기록이 따라온 것같아요. 수비가 내게 몰리면 욕심 부리지 않고 동료에게 볼을 건넸고…. 운도 많이 따랐죠. 어시스트를 이만큼 한 것은 동료들이 제 평범한 패스를 잘 넣어준 덕분입니다. 팀플레이를 하다보니 도움은 따라왔어요.
월드컵 활약과 전북의 우승? 솔직히 20대 초반에는 국가대표에 대한 마음이 가장 컸죠. 이 기회를 통해 해외에 진출해야 한다는 생각도 컸고요. 전북에 와서는 팀에 대한 소속감이 커졌어요. 이 팀이 너무 좋고, 이 팬들이 너무 좋습니다. 대표팀 다녀와서 만신창이가 돼도 전북 팬들은 따뜻하게 안아줍니다. 그것이 지금 제가 축구하는 데 가장 힘이 됩니다. 전북 현대 팬들은 제게 가족입니다. 잘할 때나 못할 때나 어떤 일이 있어도 믿고 지지해주고… 그래서 이 운동장에서 뛰는 것이 정말 행복합니다. 전북 팬들은 내가 국가대표로 뛰어도 기뻐하시겠지만, 전북 현대의 우승컵을 더 바라고 좋아할 것같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 그 분들이 좋아하시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완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