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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디에나 있네요.(Oh, you're every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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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장인 김 부회장은 협회의 '테크니컬 디렉터'다. 지난해 부임 직후 러시아월드컵을 앞둔 신태용호 전력 분석,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을 앞둔 23세 이하대표팀 감독 선임을 챙기느라 눈코뜰새없이 바빴다. 여자축구를 깊이 들여다볼 여력이 없었다. "선수들 이름을 불러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암만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우리 선수들 이름, 소속팀, 나이와 얼굴을 달달 외웠다"고 했다. "이 선수들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알기에 한마디라도 따뜻함을 느끼도록 노력했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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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회장은 14일 요르단아시안컵 4강 운명이 갈린 B조 최종 3차전, 한국-베트남전 대신 호주-일본전을 현장에서 매의 눈으로 직관했다. 선수단 대표로서 혹시 모를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후반 41분, 샘 커의 동점골에 힘입어 호주가 일본과 1대1 무승부를 이룬 직후 아사코 다카쿠라 감독의 손짓에 따라 일본 수비진이 종료 휘슬까지 무려 7분간 볼을 돌렸다. 1대1로 비길 경우 한국이 탈락하고, 일본, 호주가 함께 4강에 오르는 상황, 대놓고 태업했다. 호주도 수수방관했다. VIP석의 김 부회장은 격분했다. "쓰레기같은 경기!(Rubbish!)"라는 한마디로 항의의사를 표한 후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떴다.
김 부회장은 "지도자가 되면서부터, 홍콩에서 테크니컬 디렉터를 하는 내내 줄곧 선수를 성장하게 하는 구조, 기술을 강화하는 구조 등 '구조'와 '철학'에 대한 화두를 던져왔다. 이번 대회 AFC 경기규정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직언했다. "최선을 다한 선수들이 룰 때문에 낙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룰 때문에 축구가 훼손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1대1이 된 후 누구도 열심히 뛰지 않았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승리하는 '스포츠맨십' '위닝 멘탈리티'가 훼손됐다. 우리 선수들에게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미안했다"고 했다. "양팀 감독을 이해는 한다. 룰에 따라 4강에 가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선수들에게 공격하지 말라, 수비하지 말라 지시하는 것은 스포츠가 아니다. 관중석의 어린아이들에게 이 축구를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향후 이 부분을 반드시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팀 이상 동률일 때 골득실 규정을 그대로 적용했다면 한국이 베트남을 상대로 몇 골을 넣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양팀은 치고받고 끝까지 싸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FC 전문가들이 이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다. 그러나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규정을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4강 탈락 후 김 부회장은 최선을 다한 윤덕여호 선수들을 진심으로 격려했다. "'잘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말해줬다. 사실 호주, 일본전을 보면서 이런 흐름이면 결승도 갈 수 있겠다 생각했다. 4강을 넘어 중국도 이길 수 있겠다 생각했다. 누굴 만나도 안정된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래서 더 아쉽다."
요르단(암만)=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