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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비는 넘겼는데 다음은 또 어떻게…."
겨울 전지훈련 때 왼쪽 서혜부 부상으로 전력에서 내내 빠졌던 박기동은 지난 5월 말 탈장 수술까지 받아 재활 중이다. 김종민은 최근 팀 훈련 도중 허리 염좌 부상을 했다.
상반기 알토란 같은 역할을 했던 김건희가 군 입대로 자리를 비우면서 최전방의 '인재풀'은 더욱 약화됐다. 이른바 '돌려막기'를 해 줄 여력도 없이 데얀의 고군분투에 의존해야 한다.
더구나 데얀은 노장이라 90분 풀타임을 계속해서 소화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가뭄 속 단비를 만났다. 서정원 감독이 심사숙고 끝에 선택한 젊은피 유주안(20)이다.
유주안은 18일 인천전에서 100여일 만에 출전해 1년여 만에 골을 터뜨렸다. 그동안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설움을 날려버리려는 듯 군더더기 없는 고난도 선제골이었다.
서 감독은 "유주안은 이날 골을 넣기까지 많이 아팠을 것이다. 그만큼 준비도 잘해와 대견하다"고 고마워했다. 유주안의 선발 출전으로 벤치에서 체력을 아낀 데얀은 후반에 교체 투입돼 2골을 터뜨렸다.
지난 5월 20일 포항전 이후 2개월 만의 골맛이다. 피곤한 데얀의 대안을 찾고, 데얀도 부활하고…. 유주안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신의 한수'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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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원 관계자들은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단다. 젊은 피들의 '연속성'에서 아쉬운 기억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수원에서 1군 멤버로 쓸 수 있는 젊은 필드플레이어는 유주안을 비롯해 신인 전세진(19), 윤용호(22) 등 3명이다.
이 가운데 유주안과 전세진의 포지션이 포워드다. 젊은 선수들이 반짝 나타나 패기를 바탕으로 꾸준히 활약해주면 좋으련만 경험이 부족한 까닭에 지속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유주안의 경우 작년 6월 15일 강원전에서 데뷔전 골에 이어 28일 대구전까지 연속골을 넣은 뒤 남은 13경기 동안 침묵했다. 그 사이 출전 기회와 점점 멀어졌고 올시즌 들어서도 4월 8일까지 3경기 출전했다가 이번에 비로소 골맛을 봤다.
올시즌 커다란 기대를 받고 입단한 전세진도 유주안과 마찬가지로 지난 4월 22일 인천전에 데뷔해 첫골을 넣은 데 이어 곧 이어진 25일 경남전서도 득점포를 가동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이후 5월 3경기 동안 잠잠했고, 지난 7일 제주전에서 다시 기회를 얻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 인천전에서 유주안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데얀의 대안으로 젊은 선수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수원으로서는 그들의 활약이 진득하게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서 감독은 "권창훈도 어느 지점에 도달해 만개하기까지 2∼3년의 과정을 거쳤다. 운동밖에 모르는 권창훈 처럼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피나는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다"면서 "한 골 넣었다고 잘 한 것을 생각하기보다 그런 와중에도 잘 못한 게 뭐가 있는지 찾아내고 고치려고 연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