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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이도 유럽 도전을 택한 이유가 저와 비슷하더라고요."
자타공인 남녀 축구대표팀 에이스로 통하는 이들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특별한 그라운드 우정을 나눠왔다. 조소현은 "재성이는 축구도 잘하고, 싹싹하다. 정말 한결같이 좋은 후배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서로 경기를 보러가겠다고 했었는데 유럽에 와서야 그 약속을 지키게 됐다"며 웃었다.
조소현은 지난해 인천 현대제철의 5연패를 이끈 후 올해 3월 노르웨이리그 아발드네스 유니폼을 입었다. 일본 고베 아이낙에 이은 두 번째 해외 도전이다. 유럽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아발드네스가 '멀티플레이어' 베테랑 조소현을 강력하게 원했다. 조소현은 유럽 생활에 폭풍적응했다. 경기장에서 열정적인 플레이로 인정받았고, 경기장 밖에서 삶을 즐기는 법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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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재성의 도움 활약을 지켜본 조소현은 "사실 이날 2어시스트나 다름없었다. 첫번째 골은 정말 아까웠다"고 했다. "재성이는 이미 팀 적응이 끝난 것 같다. 팀에 정말 중요한 선수다. 관중석이 1만 석이라는데 홈 팬들의 응원도 뜨거웠다. 뛸 맛 나겠더라"며 웃었다. "이미 재성이를 위한 응원도 있다. 한쪽에서 '재성!'하고 선창하면 서포터들이 한 목소리로 '리!'를 외치더라"고 소개했다.
이재성은 이날 자신을 응원하기 위해 달려온 조소현과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고기파티를 열었다. 한국에서 공수해온 반찬들을 나눠먹으며 축구청춘들은 축구 이야기, 유럽 이야기, 인생 이야기를 이어갔다. "재성이와 나는 유럽에 도전하게 된 이유가 비슷하더라"고 전했다. "우리 둘 다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축구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동기부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더 발전하고 싶고, 더 도전하고 싶고, 새로운 자극제가 필요해서 유럽에 왔다"고 설명했다. 조소현은 내달 3일 스타바에크와의 리그 최종전을 마지막으로 아발드네스와의 1년 계약이 종료된다. "가능한 유럽에 남고 싶다. 내년 프랑스여자월드컵을 앞두고 더 좋은 리그에서 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유럽에 남게 되면 재성이가 시간 내서 보러오겠다고 하더라"며 미소 지었다.
이재성의 '집 밥' 실력을 묻자 선배 조소현은 "재성이는 집에서 막내고, 클럽하우스 생활만 해서 밥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이제 겨우 밥만 할 줄 아는 수준"이라며 웃었다. "나도 처음에는 하나도 못했는데 이젠 척척 해낸다. 재성이도 시간이 좀 지나면 아주 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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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매경기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훈훈한 '축구남매'는 서로를 향한 응원도 아끼지 않았다. 이재성과의 만남 직후 3박4일 자유여행, 프라하로 가는 기차 안에서 조소현이 말했다. "재성, 직접 와서 경기를 보니까, 걱정할 필요없이 너무 잘하고 있어서 보기 좋아! 올시즌 적응하면서 1년 잘 갈고 닦아서, 잘 버티면 무조건 내년 시즌은 지금보다 더 무서운 선수가 될 거라 믿어! 너무 부담 갖지말고, 유럽 생활하는 동안 즐기면서 재미있게 지내봐. 아프지 말고, 무엇보다 부상 조심하고! 넌 틀림없이 잘할 거야!"
'소현누나'의 응원에 이재성도 화답했다. "누나, 우선 늘 얘기하는 거지만 부상 없이 누나가 좋아하는 축구 계속 오래오래 즐겁게 했으면 좋겠어. 앞으로도 누나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고 지지할게!"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사진제공=조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