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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절대 1강' 전북 현대가 지난 13년간 지휘봉을 잡은 최강희 감독(59)과 아름다운 이별을 택했다.
하지만 밖에서 보던 전북과 안에서 직접 살림살이를 해야 했던 전북은 '천양지차'였다. 선수층이 빈약했고 선수 영입 과정에서도 외부의 입김이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최 감독은 이듬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토너먼트 대회에서 성과를 올렸다. 첫 해 FA컵을 들어 올렸고, 이듬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정상에 올랐다.
2008년에는 결별 위기도 있었다. 개막 이후 1무4패를 하자 팬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이 때 최 감독은 팬들에게 팀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기다려달라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 비난여론을 잠재웠다. 최 감독의 편지를 본 선수들은 똘똘 뭉쳐 후반기에 9승2무3패를 기록, 6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시즌을 4위로 마쳤다.
2016년도 최 감독에겐 잊을 수 없는 해다. 10년간 숙원이었던 ACL 우승을 일궈냈다. 당시 김신욱을 비롯해 고무열 김보경 등 국내외 최정상급 공격수들을 '폭풍쇼핑'으로 모아 공격력을 극대화시키면서 두 번째 ACL 우승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최 감독이 18년 재임기간 동안 가장 뿌듯해 하는 건 우승보다 시스템 정착이다. 선수들이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후임 감독이 와도 어렵지 않게 지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 물론 최 감독 혼자의 힘으로 만든 건 아니다. "구단과 모기업 현대자동차의 도움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고 최 감독은 입버릇 처럼 강조한다.
어느 덧 팀을 이끈 지 13년 세월이 흘렀다. 이젠 최 감독에게나 선수들에게도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전북은 이미 매 시즌 반드시 우승해야 하는 구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다. 하지만 이미 수차례 우승으로 이젠 정상에 서도 감흥이 크지 않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부족한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던 최 감독은 결국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심리적으로 나태해질 수 있는 선수들을 일깨우고, 새롭고 어려운 도전을 통해 자신을 다잡기 위한 선택이었다.
백승권 전북 단장은 계약기간이 2년이나 남았지만 떠나기로 한 최 감독의 결심을 존중해줄 수밖에 없었다. 백 단장은 "빠른 시일 내에 차기 사령탑을 리스트 업 해 선수들의 혼란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