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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이제 공짜표 없습니다."
-대구FC 구단주로서 요즘 큰 보람을 느낄것 같다.
-다른 시도민 구단에선 하나같이 대구FC가 변화하는 모습에 놀라고 있다. 구단주로서 대구FC가 몇년 사이에 이런 도약과 발전 그리고 시민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나.
▶이런 변화는 예정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대구FC는 충분하지 않은 재정 형편으로 뛰어난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 그렇지만 그동안 꾸준한 훈련과 노력으로 팀 경쟁력을 확보해봤다. 2007년부터 초중고 유소년 축구클럽 운영으로 우수 선수를 발굴 육성해 대구FC 프랜차이즈 선수로 키우는데 중점을 뒀다. 그 결과 연 평균 2~3명 정도의 선수가 청소년 국가대표로 발탁되고 있다. 신흥초, 율원중 그리고 현풍고 등에서 미래의 우리 선수들을 길러내고 있다. 매년 넉넉하지 못한 재정 사정으로 우수 선수를 놓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대구은행을 비롯한 후원사, 그리고 우리의 후원 클럽 '엔젤클럽' 등 시민들의 관심과 지원으로 그 간 손발을 맞춰온 골키퍼 조현우, 공격수 세징야, 에드가, 김대원 등 주전 선수들과 재계약에 성공했다. 주전 선수들과의 재계약을 통해 안정적이고 조직적인 경기 운영이 가능해졌다. 특히 2018년 울산 현대를 꺾고 FA컵 우승으로 얻은 자신감까지 더해져 이제는 어떤 팀과 붙어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으로 성장하고 있다.
-대구FC의 존재 이유와 앞으로 구단이 추구할 큰 방향은 어느 쪽인가.
▶축구를 통해 시민들에게 기쁨과 자긍심, 공동체 의식이 심어주고 싶다. 선수들에게는 대구가 기회의 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구FC는 국내 최초로 축구전용구장에 대한 '명칭사용권'을 판매(대구은행과 3년 45억원 계약)했고, 서포터스인 엔젤클럽 운영 등 시민구단의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유망주 육성과 마케팅으로 구단의 자생력을 확보할 것이다. K리그에서 성공한 시민구단 모델이 될 것이다.(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번 대팍 개장과 함께 경기장 운영권 일체를 대구FC에 주었다. 경기장의 매점과 주변 시설물에 대한 운영을 대구FC가 전부 맡고 있다. 구단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대구시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일부 시도민구단에선 지금도 구단 운영에 있어 정치적인 외풍의 영향을 받고 있다. 또 향후 대구의 자생력 방안은 어떤가.
▶나는 시장이자 구단주가 된 후 일절 구단 운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내 지론은 전문가에게 일을 맡기자는 것이다. 대신 그 전문가를 잘 골라와야 한다. 조광래 사장은 여기(대구)에 올 분은 아닌데 모셔왔다. 난 조사장을 선택했고, 지금 대구FC가 매년 발전 성장하는 건 조사장이 다 한 것이다. 난 보고만 받고, 경기장 가서 관전 응원하고, 행정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풀어주는 역할만 한다. 우리 구단은 앞으로 선수가 모든 경기에 힘을 쏟고, 관중은 입장료를 지불해 그 땀방울의 가치를 인정하는 선순환이 계속되는 구단으로 갈 것이다. '대구 축구'라는 콘텐츠의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해서라도 공격축구와 마케팅을 통해 관중 및 시즌권 구매자가 늘어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할 것이다. 또 우리 구단은 앞으로 공짜표는 없다. 나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공짜표를 안 준다. 아낌없이 대구FC를 응원해주는 엔젤클럽의 활성화도 기대하고 있다. 선수육성을 통한 스타선수 발굴로 이적료, 광고 수입 등 다양한 수익 창출을 만들어 내야한다.
-대구FC의 신축 전용구장은 앞으로 50년 이상 대구 축구의 메카가 될 것 같다. 앞으로 이 '대팍'을 어떻게 성장 발전시킬 건지 계획을 갖고 있나.
▶2016년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의 홈구장 이전으로 도심공동화 현상이 발생했다.(시내 중심에 위치했던 시민야구장에서 외곽 라이온즈파크로 이전했다.) 1975년 건축된 대구시민종합운동장과 1981년 건축된 야구장의 노후화로 일부 D급 판정을 받아 안전문제 등이 대두됐다. 우리는 쇠락해져 가는 도심을 리모델링해 원도심에 활력을 되찾고 시민운동장 전체를 산책로와 야외 휴식공간으로 조성할 준비를 했다. 생활밀착형 체육공간으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시민운동장 활용방안과 리모델링 용역, 시민 대토론회를 거쳐 '도심복합스포츠타운' 조성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에 '대팍'을 만들면서 유럽 등 명품 구장을 벤치마킹했고, 국내 최초로 관중석 바닥을 경량 알루미늄 소재로 설치해 바닥 진동을 통한 강력한 응원 열기를 유발시킬 수 있도록 설계했다. 우리의 이런 시설을 다른 시민구단들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안양FC, 광주FC, 부천FC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축구장 자체가 관광거리가 될 수 있도록 주변 옥산로와 대구역 일대를 테마거리로 조성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대팍' 주변을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지정해 도시재생뉴딜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우리 축구장이 그 중심에 있다.
-'대팍'으로 이전해오면서 기존 대구 스타디움의 차후 활용과 예산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기존 대구스타디움은 시민운동장 보다 상대적으로 외곽이라 접근성이 떨어진다. 또 관중석과 그라운드 간 거리가 20~30m로 멀어 흥미가 반감돼 흥행몰이 등 환경개선이 시급했다. 대구FC가 지난해 대구스타디움에서 22경기(K리그 19, FA컵 3)를 치렀고, 같은 기간 일반시민들의 이용은 제한적이었다. 우리는 대구FC가 떠난 대구스타디움의 활용도를 높일 방안을 세웠다. 잔디구장에서 뛰는 것은 축구 동호인들의 로망이다. 또 각종 체육대회 및 생활체육의 장으로 제공할 것이다. 또 대구스타디움은 국제대회 및 대규모 체육대회를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다. 2021년 대구세계청소년스포츠축제, 2024년 대구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 등을 앞두고 있다.
-요즘 대구FC 선수들의 놀라운 경기력에 축구팬들이 푹 빠져들고 있다. 세징야 에드가 김대원 등 대구 선수들의 경기력에 대해 구단주 입장에서 평가를 한다면.
▶매 경기 공수를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활약하는 우리의 공격 삼총사 에드가, 세징야, 김대원의 활약으로 대구FC의 상승세가 시작됐다. 물론 묵묵히 허리와 수비에서 힘든 일을 해주는 선수들도 박수를 받아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대구FC에서 데뷔해 3년 만에 주전으로 성장한 김대원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김대원은 체격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측면을 휘젓고 다니는데다 정확한 패스와 슈팅 능력까지 겸비해 세징야, 애드가의 파괴력을 배가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현재 에드가는 종아리 부상으로 경남전 인천전 2경기 연속 결장했다. 에드가를 대신한 토종 공격수 김진혁이 인천전에서 2골-1도움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대구FC 간판 스타 세징야(브라질 출신)의 몸값(이적료)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다. 구단주로서 세징야를 '불가피하게' 팔아야 한다면 구단이 받아야 하는 최소 이적료는 얼마가 적당한가.
▶세징야는 향후 지도자 자리를 제의해서라도 계속해서 대구FC에 남게 하고 싶은 마음이다. 세징야는 대구FC에서 첫 해외 진출에 성공한 케이스다. 대구FC는 외국인 선수 뿐 아니라 신인 선수들에게도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해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우리는 세징야와 올해부터 3년 재계약했다. 안정적인 팀 운영이 가능해졌지만 불가피하게 세징야를 팔아야 한다면 적어도 체계적으로 선수를 육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이적료는 받아야 한다.(권영진 구단주는 세징야를 팔 마음이 없어 보였다. 2016년 대구에 온 세징야는 2017년부터 K리그1 뿐만 아니라 중국, 중동 클럽들로부터 수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올해 나이 30세로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한 에이전트는 "세징야의 최근 경기력이라면 역대 외국인 최고치를 넘어선다"고 평가했다.)
-요즘 축구팬들은 대구FC의 경기력을 빗대 EPL 맨체스터시티, 울버햄턴 등과 닮았다고 칭찬한다. 구단주로서 향후 대구FC가 한국,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어떤 구단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나.
▶우리 수문장 조현우가 지난해 러시아월드컵에서 환상적인 활약을 펼친 후 인터뷰에서 대구 시민을 언급해 대구가 전세계로 알려졌다. 올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호주 멜버른과 중국 광저우를 상대로 연승을 달리고 있다. 대구FC의 경기력은 지난해 후반기를 기점으로 많이 달라졌다. 나는 우리가 먼저 실점해도 질 것 같은 기분이 안 든다. 우리 선수들은 90분을 한결같이 죽기살기로 뛴다. 예전 같은 후반 체력저하가 다른 팀 보다 적다. 전광석화 처럼 빠른 역습은 보는 사람들을 흥분하게 만든다. 축구팬들이 이런 점을 보고 맨시티나 울버햄턴을 닮았다고 좋게 평가해주는 것 같다.(대구 축구팬들은 대구FC를 '대시티(대구+맨체스터시티)'라고 부른다. 맨시티의 하늘색 유니폼, 시원스런 경기력과 역습 등이 대구와 닮았다. 울버햄턴과는 1부로 승격한 점과 역습 축구 스타일이 대구와 비슷하다.) 앞으로 우리 대구FC는 K리그에서 성공한 시민 구단의 모델을 만들 것이다. 남북 스포츠 교류에도 우리 축구 클럽이 공헌하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다. 또 아시아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축구 클럽이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대구시는 오래 시간 축구 보다 야구(삼성 라이온즈) 인기가 상대적으로 높았었는데 요즘 시민들의 축구 선호도에도 변화가 있다고 보나.
▶대구는 전통적인 야구도시로 고교야구 전성기를 거쳐 명문구단 삼성라이온즈의 인기는 대단했다. 여기에 더해 이제는 대구FC의 축구 돌풍이 불고 있다. DGB대구은행파크라는 최고 수준의 경기장과 함께, 대구FC선수들의 경기력이 더해지는 상승효과로 20대와 30대 관중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대팍은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도심 속 구장으로 접근성이 너무 좋고, 경기관람의 재미까지 더해졌다. 최근 3경기 연속 매진 행렬이 입소문을 타고 타 도시 축구팬들까지 경기를 보러 오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 이젠 '디팍갈래, 라팍갈래' 하며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축구와 야구가 꾸준히 인기를 유지해 대구가 프로스포츠를 대표하는 젊고 활력있는 도시로 거듭나길 희망한다.
-권영진 구단주는 축구를 직접 즐기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축구를 하는 진짜 매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패스하는 재미, 드리블하는 묘미, 슈팅에 이은 골의 환희, 공을 빼앗는 즐거움, 골문을 지키는 사명감 등 여러가지 매력이 있다. 게다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팀 구성원이 하나가 되어 똘똘 뭉쳐야지만 승리의 기쁨에 도달할 수 있다. 나아가 자신의 팀을 지지하며 팬 또한 선수와 하나가 되어 경기에 임하면 그 성취감은 곱절이 된다고 생각한다.(권영진 구단주는 신태용 전 A대표팀 감독, 변병주 전 대구 감독 등 대구경북 축구인들과도 친분이 두텁다. 권 구단주는 동호회 축구에선 미드필더와 최전방 공격수를 넘나든다. 그라운드에서 활동량이 많고 부지런한 스타일이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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