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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우리가 운이 좋았다."
더구나 이 경기에서 강원은 10명의 선수로 싸웠다. 전반 8분만에 미드필더 이재권이 거친 태클로 퇴장당한 뒤 거의 풀타임을 10명으로 싸웠다. 그러나 오히려 제주를 압도하는 힘을 과시했다. 득점력이 폭발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고무적이다. 그간 강원의 약점으로 지적받던 골 결정력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김 감독 역시 "2경기 연속(FA컵 포함) 3골 이상을 기록한 게 좋다"고 기뻐했다.
강원은 K리그1 7라운드와 FA컵, 그리고 8라운드까지 7일 동안 3경기에서 총 8골(1골-3골-4골)을 뽑아내는 무서운 화력을 과시했다. 도대체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김병수 감독은 제주전을 승리한 뒤 "우리가 운이 좋았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3경기 동안 8골을 집중한 것을 정말 '운'으로만 볼 수 있을까.
결국 강원의 최근 무서운 득점 행진은 선수들의 실력과 팀의 전술이 점점 더 향상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김 감독은 4-4-2 시스템에 기반한 조직력 있는 공격을 추구한다. 중원에서 선수들이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공간 우위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골 찬스를 만들어내는 스타일이다.
김 감독은 시즌 초반 팀이 고전할 때마다 "팀이 자기 색깔을 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전술을 만들고, 선수들이 익히고,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 응용하는 단계까지 가는 데 적어도 1년은 걸린다"며 인내심을 보였다. 결국 그 인내심이 서서히 결실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고무적인 면은 최근 연이어 골을 터트리고 있는 선수들이 대부분 '젊은 피'라는 점. 제주전에서 골을 기록한 강지훈과 김현욱, 김지현, 이현식의 평균 나이가 24세다. 여기에 시즌 초반 다소 겉돌던 외인선수 제리치도 점차 김 감독의 스타일을 받아들이며 팀에 녹아들었다. FA컵 32강에서 멀티골을 터트린 데 이어 제주전에서도 선발 출격했다. 비록 이재권 퇴장 후 전술 변화를 위해 조기 교체됐지만, 팀내 신뢰도는 이전에 비해 확실히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공격력 진화의 흐름이 계속 이어진다면 현재 7위인 강원의 상위 도약도 기대해볼 만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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